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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효율 짱” 기발한 난로들의 향연 2013-12-15

“열효율 짱” 기발한 난로들의 향연

‘나는 난로다’ 현장
 
자작난로 70여점 뜨거움 경쟁
다양한 적정기술 분야도 소개

 
할아버지 옆에서 화롯불을 쬐던 추억을 가진 이는 이제 많지 않다. 하지만 따뜻한 군고구마나 군밤이라면 누구나 군침을 흘린다. 더구나 사 먹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직접 고구마를 구워 먹고, 난방도 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가 아닌가.
 
우리나라 최고의 자작난로 창작대회 ‘제 3회 나는 난로다-전국 자작화목난로 경진대회’가 12월6~8일 완주군청 옆 옛 잠사시험장에서 열렸다. 전국의 숨은 난로 고수들이 솜씨를 자랑한 대회장은 사흘 동안 전국에서 1만여명이 찾을 정도로 겨울 ‘추위’를 녹일 정도로 후끈했다. 잠사 시험장에 총 70점의 본선출품작 난로가 폴폴 연기를 뿜어대고, 제작자와 방문자들이 각자의 ‘난로론’을 뜨겁게 토론했다.
 
 
“어떻게 연기가 하나도 안날 수 있죠?”
“여보~우리도 아버님 댁에 화목난로 하나 놓아드려요”
 
보통 난로와 달리 강력한 불꽃이 폭포처럼 아래로 향하며 열을 뿜어낸다. 장작이 타면서 발생하는 연기를 태워 또다른 열을 얻어내 완전 연소시키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열 효율이 배 이상 높고 연기와 재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난로에 보일러를 연결하면 방 구석구석까지 난방을 할 수 있다.
 
난로 제작자 박용석(41)씨는 화목난로를 배우러 충남 홍성에서 일부러 찾아왔다. 박씨는 “일반 화목난로와는 달리 뚜껑을 닫고 외부로 손실되는 불꽃 층을 중간에서 두 번 잡아줘 나무를 적게 사용해도 화력이 오래 간다”며 “최고 온도가 500℃까지 올라가 실내에서는 20평까지 난방이 가능하다. 여기다 돌을 둘러서 이 열들이 꺼지지 않도록 축열 시설까지 설치하면 온기가 더 오래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난로는 버려진 가스통을 옆으로 뉘어 난로를 만들었다. 난로 이름은 모양에서 따왔다. 곰도 아니고, 강아지도 아닌 그냥 ‘까마내(까만애)’다.
 
이밖에 이번 대회에선 드럼통 난로, 깡통 난로 등 추억이 깃들고 사용이 편리하면서도 열효율이 높은 난로부터 최근 친환경 대안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목재펠릿 난로를 비롯해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 자작난로들이 출품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기존 화목난로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실내환경과의 조화를 추구한 난로와 디자인 감각이 뛰어난 난로, 각종 조리기구가 겸비된 난로, 바닥 난방까지 할 수 있는 보일러가 겸비된 난로 등도 선보였다.
 
자전거로 세탁기를 돌릴 수 있을까?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헬스기구나 자전거 페달을 밟아 세탁기를 돌리는 체험이 펼쳐졌다. 쌀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전거 위에 올라가 힘껏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 뒤에 세탁기 모터와 벨트로 연결된 부분이 힘겹게 돌긴 했지만 아직 세탁기를 돌리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5분여 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무렵 드디어 특유의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우와~자전거를 타는 것만으로도 세탁기가 돌아가다니….
 
12-나는난로다현장.jpg
 
자작난로 경연대회 ‘제3회 나는 난로다’가 12월 6일부터 8일까지 완주군청 일원에서 열렸다. 6일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출품된 난로들을 둘러보고 있다.
 
 
 
‘나는 난로다’ 경진대회는 난로만이 아니라 태양열 온풍기, 단열 건축기술, 자전거 세탁기 등 적정기술 다양한 분야도 선보였다. ‘제 3회 나는난로다’ 안병일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 손발기술 학교장)은 “적정기술이란 사회 공동체의 정치적, 문화적, 환경적 조건을 고려해 해당 지역에서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기술이다”며 “자작난로 경진대회의 난로 역시 주변에 버려진 자동차 부품과 냉장고 등을 재활용한 실용적인 적정기술들이다. 농민들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게 취지”라고 설명했다.
어랏! 월드컵은 멀었는데 벌써 붉은악마가?
 
화목난로관, 적정기술관, 홍보전시관, 먹거리 장터로 구분된 행사장 곳곳에 빨간 옷을 입은 방문객들이 눈에 띄었다.
 
구경만 하는 전시회는 이제 그만.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이번 난로다 행사 준비 과정에서 가장 관심과 요청이 많았던 벽난로만들기, 로켓매스히터, 피자화덕 제작 체험이 이뤄졌다. 이 모든 것들을 즐기기 위해선 드레스 코드‘레드’에 맞게 빨간색 옷이나 모자, 머플러, 신발 등을 하고 와야 기회가 주어졌다.
 
난로 출품작에 대한 경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인기를 끌었다. 대회 조직위는 지난 해 관람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올해는 1일 1난로(전환기술 난로의 경우 제품 3개)추첨해 경품으로 제공했다.
 
 
 
 
 
이성원.jpg

 
“난로의 핵심은 완전연소와 열효율 높이는 것이죠”
 
BOX 火 제작자 이성원씨
 
“왕년에 불 꽤나 때봤다”는 전국의 난로쟁이들이 모인 ‘나는 난로다’ 경진대회장에서 앳된 얼굴의 30대 청년이 방문객들의 질문에 친절히 답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BOX 火’ -제작자 이성원(33)씨. 경기도 파주에서 왔다는 이씨는 “철판 가공업을 하다 우연히 고효율 화목난로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며 “연기도 나지 않고, 뜨끈함도 오래갈 수 있는 하향식 모델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씨의 난로 ‘BOX 火’는 사각형의 연소실 위에 발열통을 같은 크기로 설치하고, 열기가 발열통에서 충분히 머물도록 설계했다. 이씨의 '난로 철학'은 이용하는 사람이 사용 용도와 장소에 맞게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만든 난로는 실내용으로, 은근히 오래 타도록 만들었다.
 
이씨는 “대회 참가를 기회로 완주에는 처음 와 봤는데 맛있는 음식과 주민들의 친절함에 감사하다”며 “앞으로 난로가 단순히 따뜻함만을 주고 무거운 고철덩어리라는 개념에서 이제는 대안 에너지의 한 모델로 주목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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