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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봉우리에 둘러싸인 대모마을] 대모마을 최고령 강덕임 어르신2024-03-14

[다섯 봉우리에 둘러싸인 대모마을] 대모마을 최고령 강덕임 어르신

[다섯 봉우리에 둘러싸인 대모마을] 대모마을 최고령 강덕임 어르신



나이 많은 게 무슨 대수라고

함께 어울려 사는 게 제일이지


마을 최고령 강덕임 어르신


마을회관에서의 떠들썩한 시간이 지나고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는 어르신 중에는 강덕임 (95) 어르신도 있다. 강 어르신은 열 아홉에 운 암에서 재를 넘어 대모마을로 시집 온 이후 한 평생을 이곳에서만 살아왔다.

실버카를 밀고 걸어가는 어르신은 95세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해 보였다. 길을 가다 가 쓸 만한 나무토막을 골라 싣기까지 한다. 대신 들어드리겠다 해도 어르신은 “이렇게 싣고 가니 하나도 안 무겁다”며 손사래를 쳤다.

길가에 핀 봄꽃과 봄나물을 마주치면 반갑게 설명을 한다. “이건 돌나물인데 양념에 무쳐 먹으면 맛있지. 어이구, 저기 쑥도 자라고 있네. 조금만 더 있다가 캐서 먹어야겠다.”


어르신 댁은 분홍색으로 벽을 칠해 눈에 띈다. 앞마당 텃밭의 밭고랑은 반듯하고 두툼하다. “예전에는 밭농사도 하고 논농사도 했어. 할 수 있는 건 다 했지. 지금은 밭농사만 하는데 작게 나 먹을 만큼만 해. 그래야 돌아다니지. 안 그러면 가만히 앉아있는 것밖에 없는데.”

어제 손수 돌과 풀을 골라내고 까만 비닐로 덮은 고랑에는 곧 하지감자를 파종할 예정이 다. 그 외에도 상추, 배추, 마늘, 대파 등 수확량은 적지만 가짓수는 제법 된다. 전주 사는 자식들이 놀러오면 챙겨줄 정도의 양이다.

어르신은 자식 내외가 손자들과 함께 오는 날 에는 미리 시내까지 나가서 손자들에게 줄 과자를 사온다. 대모마을과 붙어 있는 정자마을이 크게 번성했을 때는 미용실, 서점, 슈퍼 등 상점이 다양했다는데 지금은 다 없어져서 장을 보려면 시내까지 나가야한다.

“여기는 가게 하나도 없고 저기 시내 나가야 뭐가 있어. 눈알사탕 하나 사먹을 데도 없어 장 보러 가는 건 구이농협으로 가지. 예전에는 시내버스가 다녔는데 이제는 마을버스가 돌아다녀서 전주 가려면 그거 타고 또 갈아타야 해. 그게 좀 번거로워.”


고요한 마을에서의 하루가 언뜻 보면 적적할 것 같지만 강덕임 어르신의 하루는 적당히 바쁘고 적당히 여유롭다. 내 손으로 가꿔야만 하는 텃밭의 농사일, 노인회관에서 나눠 먹는 점심과 유쾌한 대화, 집으로 들어가면 내 몸을 녹이는 따뜻한 온기. 세 박자를 골고루 누리다가 한 번씩 맛보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방문이면 충분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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