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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이하는 사람들] 영농조합법인 '씨앗받는농부' 토종작목반2024-02-19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 영농조합법인 '씨앗받는농부' 토종작목반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 영농조합법인 '씨앗받는농부' 토종작목반


토종 재배이력 잘 이어갈터이니

올해도 힘찬 잎을 쑥 내밀어주시오



토종마늘밭 거름주기


고산면 율곡리 외율마을의 산 고개를 넘으면 보이는 너멍골에는 아침부터 마늘밭을 살피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난 28일 오전은 서리가 내려앉을 정도로 추워서 땅도 사람도 얼어붙는 날씨였다. 이날 씨앗받는농부 영농조합법인(이하 씨앗받는농부)의 활동가들은 바삐 움직였다. 땅에 심은 건 고산 흰 마늘, 운주면 최운성 농부가 할아버지 때부터 심어오던 100년 이상의 재배 이력을 가진 토종 마늘이다.


씨앗받는농부 이종란(57) 씨작년에 수확한 마늘보다 크기를 키워보려고 이번에는 소 퇴비를 뿌려보고 있다자연농법으로 할 때 일반농법보다 노동력이 2~3배는 더 투입되고 수확량이 훨씬 적다. 그래서 수확한 작물을 판매할 때 일반 작물에 비해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늘에 웃거름을 준 농부들은 밭고랑 위에 마른풀과 왕겨를 켜켜이 쌓았다. 이 작업을 멀칭이라고 하는데, 농작물을 재배할 때 흙의 표면을 덮어주는 일이다. 흙의 습도와 온도를 조절해 주고 나중에 잡초가 덜 올라오도록 막아주기 때문에 중요한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비닐을 사용하지만 활동가들은 마른풀을 베어내서 덮고, 직접 기른 벼를 탈곡해 얻은 왕겨를 그 위로 또 뿌린다. 추운 날에는 마른풀이 얼어서 위로 붕 떠버리는데, 이렇게 뜬 공간을 그대로 놔두면 흙까지 얼어버려 그 아래 작물도 얼어 죽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아침부터 농부들이 밭고랑을 꾹꾹 밟고 다니고 있었다. 멀칭을 하고 나면 안 보이던 싹이 슬금슬금 보인다.


종란 씨는 땅 위로 자라난 풀을 보기 전까지는 심은 작물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가 없다봄이 돼야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게 된다. 이렇게 자연농법으로 키우는 작물들, 특히 겨울을 나는 작물은 그 과정에서 생명력이 질기고 강해진다며 웃었다.


이렇기에 농부들은 수확한 마늘의 한 알 한 알이 소중하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다를 수도 있다. 일반 마늘보다 비싼 값을 주고 샀는데 마늘 크기가 너무 작다고 생각해서 반품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종란 씨는 돈을 주고 산 소비자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우리 농법을 믿고 지지해 주시는 많은 분이 계시고, 그런 분들이 주로 구매해 주셔서 힘이 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말에 심은 마늘은 올해 610일에 수확할 예정이다. 웃거름 주기와 멀칭이 이날 끝나고 나면 당분간은 밭을 지켜보다가 완전히 봄이 되면 슬슬 올라오는 잡초를 매어주면 된다.

끝으로 그는 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던데 그만큼 매일 신경 쓰고 돌봐줘야 할 부분이 있지만 그러면서 얻는 보람과 즐거움도 있다. 최종적으로 수확한 작물을 한데 모아서 보면 굉장히 뿌듯하다며 웃었다.

 



고추모 78일의 여정 시작

 

고산면 원산마을 산골짜기 외딴집. 작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농부들이 쪼그려 앉아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봄이 되면 옮겨 심을 고추모종을 내기 위해 물에 불린 고추 씨앗을 육묘 판에 넣는 작업 중이었다. 고추 씨앗이 워낙에 작고 가벼워서 모판에 펴는 작업이 쉽지 않아 온 정성을 쏟아야 했다. 고추 씨앗이 겹치지 않고 펴지게끔 가느다란 마른 솔잎 묶음으로 골고루 펴주는 고난도의 방법까지 동원했다.


옛날 어른들이 이렇게(솔잎으로 펴주기) 하시더라고요.” 토종씨앗모임을 이끌고 있는 이종란 씨는 옛 어르신들에게 배운 거를 따라한다자연에서 얻은 소재로 세심한 작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추는 파종 후 딱 78일에서 80일 이후 옮겨 심는다. 그렇게 해서 밭으로 나가야 수확을 할 수 있다. 수학공식처럼 정확하다. 며칠은 육묘, 며칠은 발화, 꽃 피고 40일 만에 따고 이러는 게 공식처럼 딱 맞는다고 강조했다.


초기는 온도가 중요하다. 영상 32도를 유지해야 한다. 겉으로는 엉성한 비닐하우스지만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바닥에 열선을 깔아 놓았다.

고추 모가 자라기 위한 핵심이거든요. 초기에 온도를 맞춰주지 않으면 고추 싹이 나질 않아요. 하지만 촉이 나온 고추 모는 100% 성공한답니다.”

모판에 넣은 성토가 조금만 두꺼워도 고추 씨앗이 밀고 올라오는 것을 힘들어한다. 그래서 너무 두꺼울 경우 물로 씻어줘서 싹이 밀고 올라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고추씨를 심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촉이 올라온다. 두 잎이 나왔을 때 포트에 가식(가짜로 옮겨심기)하는 데 최대한 어릴 때 가식을 해줘야 빨리 활착한다. 또 중요한 것은 고추 씨앗에서 싹이 올라오자마자 햇볕을 바로 보여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웃자란다. 가식한 어린 육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영상 15도 이상이 유지되어야 한다. 열선이 없어서 온도 유지가 쉽지 않은데 이때는 비닐을 5~6겹 덮기도 하고 거기에 보온덮개를 4개씩 덮는다. 특히 낮 오후 4시 정도 햇볕이 있을 때 비닐이나 보온덮개를 씌어 밤에 온도가 떨어지지 않게 정성스럽게 돌본다. 토종씨앗모임 씨앗받는농부가 길러낸 토종 고추모는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전국에 200명 정도의 고객이 있다. 장날 지역에서도 사가는 이들도 꽤 많다.


종란 씨는 햇볕 올라오는 거 보고 살짝살짝 보온덮개를 열어놓는다. 그래야 모가 튼튼하게 자란다. 온도가 잘 맞으면 거의 100%. 32도 유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box] '씨앗받는농부'는 이런 활동을 해요

- 토종 작목반: 작물 재배, 판매

- 토종씨앗 수집단: 오일장터, 농가탐방

- 토종 행사: 토종김장, 토종고추장, 토종오일장 토종씨앗나눔

- 토종 교육반: 토종요리 연구, 토종밥상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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