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 칼럼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품앗이 칼럼

> 시골매거진 > 품앗이 칼럼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42]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하나의 지구를 이룬다2023-12-21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42]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하나의 지구를 이룬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하나의 지구를 이룬다


아주 어렸을 때 나는 낯가림이 심하여 소변이 마려워도 선생님께 화장실에 가고싶다 말 못하는 아이였다. 그러다 서울 중심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밤이 되면 주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가위에 눌리기도 했었고, 아주 소극적이고 여린 상태에서 세상이라는 무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학창시절을 거쳐 성인이 되면서 이러한 본질적인 자아감은 외향적인 주체성을 띄게 되어 어느 일을 해도 적극적인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아마도 스스로 알게 모르게 이러한 내면의 상태에 머무르다가는 세상에 살아남기 힘들다고 생각하여 나름 살아가는 전략을 모색했던 것 같다.


삼십년 이상의 세월을 살아오며 이런 저러한 인연들을 만나고 지금의 나라는 사람이 탄생하였는데 어찌보면 예전의 나와 현재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기억속에는 어렴풋이 있어도 사는 곳이나 주변사람들 생김새나 마음가짐 등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물학적으로 우리의 몸속 세포는 일주일에 한번씩 나고 죽는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나라는 실체가 정말로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을 만나고 때와 환경이라는 복합적인 요소들의 영향을 매 순간 받으며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일상에서의 알아차림을 시도하고 있는데 알아차림이란 있는 것을 그대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있는 그대로의 나와 우리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보이는 대로만 바라보니 분석하거나 판단할 게 없는 것이다. 실제로 생각을 해야할 때는 하되 내 앞에 놓인 생명이나 사물을 생각으로 정의내리는 것을 조금씩 뒤로 미루고 있다. 판단하고 단정짓고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생각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철학서들을 보면 나 역시나 고정적인 실체가 아니고 누군가에 의해 누군가를 만나 생겨진 모양이니 세상에 나 아닌 것은 없다고 한다. 지금은 이것을 머리로 이해하는 정도이지만 우리가 실로 연결되어있고 그렇게 지구를 이룬다는 것을 몸소 살아보고 싶다.


오늘도 이렇게 살아있는 것은 누군가의 덕택일 것이다. 눈으로 또렷히 보이지는 않지만 항상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비와 바람 공기와 물이 주는 감사함, 완주에 온 이후로 지금까지 여러 도움을 받아왔다는 사실, 농사를 지어 자급할 수 있는 대지와 나를 둘러싼 모든 생명들이 상생하며 공존하는 우리는 하나. 바로 지구일 것이다.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그동안 완두콩과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연재를 마칩니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이근석의 완주곤동체이야기] 곤충의 변이
다음글
[매일설레] 54. 임시방편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