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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석의 완주곤동체이야기] 베짱이2023-11-28

[이근석의 완주곤동체이야기] 베짱이

베짱이 


추수의 계절입니다. 들녘에는 올 한 해 동안 정성 들여 키워 온 곡식들을 수확하고 그 자리에 겨울을 나야 하는 양파와 마늘을 심느라 분주한 모습입니다.

농사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병충해의 피해와 자연재해가 매년 조금씩 늘어가고 있어 수확량이 예년과 달라 농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수확의 기쁨보다는 한탄의 소리가 더 들려오고 있습니다.


베짱이도 여름 동안 웃고 놀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추운 겨울을 나야하는 시기가 온 것입니다. 항상 그렇듯이 부지런한 개미와 비교의 대상입니다.

얼마나 겨울 준비를 차분히 해 왔는지가 판가름 나는 시기입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하루아침에 뚝딱 이루어지는 것은 없는 것이 세상 이치인데, 마치 그동안 애써 준비하고 실행에 옮겼던 제도나 정책을 하루 아침에 바꾸어 성과를 낼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요즘 눈에 많이 띄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침 방송에 마라톤 이야기가 라디오에서 흘러 나왔습니다.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니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많고, 마라톤 대회도 많은 계절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대개 마라톤 경기를 사람의 인생에 빗대어 이야기합니다. 천천히 꾸준하게 자기 속도를 만들어 달리는 경기이기에 그런가 봅니다. 자기 페이스를 잘 만들어가야 완주할 수 있습니다. 하물며 지역의 일이라는 것은 장기 레이스보다 훨씬 긴 안목과 계획을 세우고 진행해야 겨우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우리의 모습은 10여 년 전에 계획하고 여기에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힘을 모으면서 만들어 왔다고 봅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흔들리지 않고 자기 속도에 맞추어 더디고 느리지만 흘러와서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힘 있는 자나 없는 자나 똑같이 애써서 만들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우리의 모습을 보러 다녀갔고, 전국에 좋은 사례를 만들었기에 다른 곳에서도 실행에 옮기면서 우리 다음 모습에 기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자기의 이익이나 명성보다는 많은 사람에게 많지는 않지만 혜택이 가도록 만들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한 두 사람의 주장으로 만들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은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것입니다.


이를 마치 개선 장군처럼 독주하려 하고, 안하무인격으로 몇몇 사람들의 의견에 쏠려 흘러간다면 유종의 미는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역사 속에서 이미 그런 선례를 남겼고, 지금도 그런 모습에 사람들은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베짱이 삶을 교훈으로 개미의 지혜를 배우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근석은 귀촌해서 고산 성재리 화전마을에 살고 있다. 전북의제21 사무처장을 거쳐 지금은 완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으로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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