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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40] 먹기명상2023-10-18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40] 먹기명상

먹기명상 


먹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급을 하기 위해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도 먹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냥 입으로 들어가면 먹는 것일까? 맛있어야 먹는 것일까?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는 알겠는데 어떻게 먹어야하지? 어느날 평생 먹어온 행위에 대해 내가 진짜로 알맞게 먹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건강한 식재료와 조리법을 넘어 본능적으로 먹어왔던 습관에서 벗어나 먹는방법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올해 나는 서울에서 사찰음식을 배우고 있는데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를 먼저 사유한다. 그리고 음식을 먹는 이유가 욕심을 내어 살아가기 위함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삼아 세상에 존재하며 살아가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의 식습관에는 온갖 마음이 먹는 것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예를 들면 맛있는 것을 더 많이 먹다가 배탈이 나기도 하고, 음식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하며 생각으로 음식을 먹기도 했다. 올해 명상을 하면서 나의 모든 행위가 대부분 생각으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을 알게되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분명 먹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것조차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루는 음식 본연의 맛을 느끼고 먹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위해 명상을 먹는 것에도 적용해보았다. 식탁에 앉아 밥과 밑반찬 몇개를 놓고 수저를 떠서 먹기 시작했다. 처음엔 맛있는 음식도 보이고 밥 한번 반찬 한번 번갈아가며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몇초 안가서 나는 금방 음식은 몇 번 씹지도 않은채 목으로 넘기며 스마트폰을 보고있었다. 내가 지금 먹는 것인지 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후에야 , 이러면 안되지!’하고 다시 먹는 것에 집중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번에는 어떠한 생각에 빠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나고 보면 기억도 안나는 한 생각이 나를 사로잡아 먹는 것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다. 이 와중에도 음식을 씹고는 있었지만 말이다. 밥을 다 먹은 후에 나는 스스로에게 약간의 민망함과 어색함이 느껴졌다. ‘내가 밥을 먹으며 이토록 산란했다니..!’ 그렇지만 가능한 자신을 나무라지 않고싶었다. 지금이야 먹기명상에 대한 의도를 내어 먹었기 때문에 느낀바가 있는 것이지 평소 같았으면 아무렇지 않게 밥 잘 먹었다하고 식사를 마쳤을 것이다. 앞에 놓인 음식을 온전히 먹을 수 있다면 그 음식을 먹고 살찌운 몸과 마음이 세상을 더욱 사랑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깨어있는 정신으로 매일의 소중한 음식을 마주하고 싶다.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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