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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반사와 용동마을의 승리] 돼지막 분쟁과 마을이야기2023-09-20

[이지반사와 용동마을의 승리] 돼지막 분쟁과 마을이야기

[이지반사와 용동마을의 승리] 돼지막 분쟁과 마을이야기

[이지반사와 용동마을의 승리] 돼지막 분쟁과 마을이야기

[이지반사와 용동마을의 승리] 돼지막 분쟁과 마을이야기



30년 '돼지막 분쟁'에서 끝내 승리하다


비봉 돼지농장 완전해결 축하파티와

용동마을 주민들의 기쁨


30년 가까이 비봉면을 둘러싼 비봉 돼지농장 재가동분쟁이 마침내 주민들의 승리로 끝났다. 이로써 주민들은 악취와 자연 파괴 등의 공포로부터 삶의 터전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어느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닌 아이부터 호호백발 어르신까지 모두의 노력과 간절함이 이룬 결과다. 한뜻으로 모인 비봉 돼지농장 완전해결 축하잔치와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용동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온 마을이 이뤄낸 기나긴 분쟁의 마침표

비봉면에서는 마침내 돼지농장 재가동을 멈춘 기쁨을 나누고 그동안의 소회를 나누는 잔치를 마련했다. 지난 92일 토요일, 비봉면체육공원 내 게이트볼장에서 열린 행사에는 용동마을과 사치마을 등 주민을 비롯한 다양한 공동체와 서울과 경기 등 먼 지역에서 모인 사람들까지 약 260여 명의 참석자가 모였다. 풍물패의 길굿 공연이 잔치의 시작을 알렸고 이어 유희태 군수와 서남용 의장, 안호영 의원의 축사가 이어졌다. 유 군수는 비봉면민이 하나 되어 적극 노력해주신 덕분이다. 애써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또한 그동안 최전선에서 싸움을 치른 홍정원 변호사에게 온 주민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홍 변호사는 함께 힘써주신 대책위분들께서 승패와 관계없이 끝까지 나서주실 분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결심을 한 사람들과 함께라면 소송은 이길 수밖에 없다이번 사건은 변호사 생활을 통틀어 평생 기억될 일인 것 같다.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축하 잔치는 음식을 나누어 먹고 돼지 농장 부지를 함께 둘러보는 순으로 이어졌다. 오랜만에 한 공간에 모인 온 마을 사람들. 기쁜 소식에 모두가 웃는 얼굴이다. 용동마을 국윤도 이장은 이렇게 다같이 좋은 소식으로 만나 걱정없이 밥 먹는 일이 얼마만인지 모른다. 이를 계기로 비봉면이 다시 청정한 고을로 돌아가기를 소망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농장에 가장 인접한 지역인 사치마을의 주민들도 소감을 덧붙였다. 이상곤(63) 씨는 큰일을 해결하는 데 고생한 우리 주민들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크나큰 전례를 남김으로써 값진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잔치의 마지막은 행복한 우리 삶터, 우리 힘으로 지켜냈다. 더 잘가꿔서 대대손손 물려주자라며 이지반사(이지바이오 돼지농장 재가동을 반대하는 사람들) 여태권 상임대표의 해단 선언과 함께 다함께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한편 대기업을 상대로 계란으로 바위치기와도 같았던 오랜 다툼에 결과를 비관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이지반사(이지바이오 돼지농장 재가동을 반대하는 완주사람들)‘ 라는 기구를 꾸려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고 질 때 지더라도 하는 데까지 해보자며 의기투합했다. 한 달 동안 이어진 한여름 천막농성, 두 차례에 걸친 상경투쟁까지 꿋꿋이 버텨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6, 업체는 사전협약에 따라 행정소송의 상고를 취하했고 농장 부지는 완주군 소유가 되어 양돈장 재가동 문제는 말끔히 사라졌다.

 

고요한 마을에서 객을 반기는 주민들

용동마을을 찾은 한낮.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처서(處暑)가 지났음에도 햇볕이 매섭다.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넓은 깻잎밭이 객을 반긴다. 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고소한 향이 코끝을 스친다. 유독 깻잎을 많이 심는다는 이곳 주민들은 초가을이면 집집마다 깨를 터느라 분주하다. 골목 깊숙이 자리한 노인회장 정영춘(85) 어르신 댁도 마찬가지였다. 아내 김점순(83) 어르신은 그늘진 곳에 앉아 플라스틱 채반에 차곡차곡 이파리를 쌓아올리고 있었다.

토란대 껍질 벗겨서 말려가지고 나물해먹으면 맛있어. 옛날에는 온통 하우스에다 수박 농사도 많이 해가지고 장사꾼들이 우리 마을로 와서 수박을 사갔어. 이제 나이 들고 힘드니께 우리 먹을 만치만 쪼께 해. 깨도 베고 채소 같은 것 좀 하지.”

부부 댁 뒤편에는 봉실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있다. 두 사람이 젊을 적엔 이 산에 올라 나물을 종종 캐다 먹었고 당시엔 토끼가 많았다고 한다. 이 마을에서만 평생을 살았다는 영춘 어르신은 할아버지 때부터 아버지, 그에 이르기까지 긴긴 세월 을 이곳에서 보내며 마을의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봐왔다.

나 어릴 적 생각하면 지금은 다 부자야. 옛날에는 먹을 게 너무 없으니까 밭이고 산이고 작물은 조금만 있어도 다 귀했지. 옛날에는 집집마다 애들이 대여섯명은 기본이니까 마을에 사람이 북적북적했지. 그런데 돼지막이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여기 땅을 샀다가도 헐값에 팔고 떠난 사람이 수두룩 해. 경로당 앞 큰 모정이 있는데, 얼씬하는 사람이 없었어. 돼지막이 딱 있으니 누가 와서 살려고 했겠어.”

마을을 찾은 둘째날, 조용한 마을 가운데 반갑게 객들을 맞이해주는 어르신이 있었다. 고추밭에 앉아있었던 유관순(70) 어르신은 고추에 벌레 먹은 부분을 가위로 다듬고 있다.

옛날에는 멧돼지가 내려와서 밭을 다 헤치고 그랬어. 벌레가 고추를 먹은 건 아무것도 아니야. 내 밭에는 망을 쳐놨는데 멧돼지들 못 들어오게 하려고 해둔거야. 우리 젊을 때는 마을 사람들이 멧돼지를 잡아 마을에서 나눠먹기도 했어. 엣날엔 참 많았거든.”

관순 어르신 밭을 지나 좁은 골목길 끝에는 손산애 어르신 집이 보였다. 초록의 숲과 밭으로 둘러싸여 있는 오래된 집엔 옛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산애 어르신은 닭장에 닭 모이를 주다가 선한 미소로 처음 보는 객들에게 어서오세요라며 반갑게 맞이했다.

마을에 사람이 별로 없는데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오니 좋아. 우리 집이 높은 곳에 있어서 경치가 참 좋아. 날은 더워도 눈은 시원하니 좋아(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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