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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OOO] 청년공간 모모매니저 은진2023-08-29

[나의 OOO] 청년공간 모모매니저 은진

나의 취미, 등산 


4개월 전부터일까 등산을 시작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이 지금은 거의 매일 아침 나를 깨어나게 하는 루틴이 되었다.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주섬주섬 등산복을 입고, 등산화를 신는다. 아침 715분쯤 완주고등학교 정류장에서 545번 버스를 타면 봉실산에 갈 수 있는 첫차를 탈 수 있다. 그렇게 약 10여 분 버스를 타고 산의 초입에 들어선다. 그러면 풀 향기, 물을 머금은 흙냄새, 30도 이상의 더위에 푹푹 쪄진 마치 사우나에 들어온 것 같은 나무 향이 나를 먼저 반긴다. 산속의 고요함 속에 있다 보면 나를 누르고 있던 생각과 어떠한 감정들이 명확해진다. 그러면 그것들을 마주하는 것이 쉽지 않아 되레 발걸음을 빨리 옮긴다. 그렇게 초입에 깔린 야자 매트 위를 걷다 보면 끝도 없이 펼쳐진 돌계단이 보인다. ‘이 계단은 어떻게 올라야 할까? 나는 할 수 없어라는 말이 턱밑까지 올라온다. 그때면 같이 등산했던 친구가 나에게 해 주었던 말이 떠오른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계단을 보지 마. 지금 중요한 건 네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내딛는 오른발, 그리고 다음 걸음을 준비하면서 내딛는 왼발이야. 그렇게 모든 걸 잊고 오른발 왼발 구호를 외쳐봐. 산행이 조금 편해질 거야.”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내가 내딛는 한 발 한 발. 그 단순한 진리를 떠올린다. 그리고 흐트러지지 않게 발걸음의 간격을 맞추고 일정한 리듬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디딘다.


내가 선택한 이 고통은 내가 지금. 이 순간에 살아 있음을 뚜렷하게 알려준다. 내가 아는 건 허벅지가 타는 듯한 고통이 있다는 사실이고 이 고통 속에서 난 살아남기 위해 있는 힘껏 가슴으로 산소를 들이마시고 내쉰다. 내 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살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고통을 마주하며 그리고 고통과 함께 길을 나아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은은한 기쁨과 상쾌함이 내 몸을 감싼다. 아마도 30분 이상 운동하면 나온다는 도파민아드레날린같은 호르몬 덕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고통을 자처했기에 누릴 수 있는 기쁨이다. 이렇게 생각, 감정 그리고 고통의 사이클을 몇 바퀴 돌다 보면 나의 등산은 마무리된다.


산은 그런 곳이다. 언제나 곁을 내어주고, 내가 자처한 고통을 이겨낼 힘을 주는 곳. 어떤 바람에 흔들려도 고요함으로 나를 감싸 안아주는 곳. 산이 그곳에 있기에 난 산에 간다. 그렇기에 나는 산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은진은 올해 도시를 떠나 완주로 귀촌한 청년으로 현재 봉동 청년셰어하우스 커뮤니티 공간 모모운영지기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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