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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 임옥균 삼례읍 문화이장2022-12-26

[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 임옥균 삼례읍 문화이장

지역을 더 알기위해

스스로 공부하고 다가가다

수십 년 농사짓던 농부, 나무이야기 들려주는 강사로


삼례읍 임옥균 문화이장

 코끝에 겨울이 내려앉은 듯 발그레해진 얼굴들이 오늘의 날씨를 알려준다. 연일 지속되는 추위 속 삼례 비비정마을. 언덕길의 정상에 다다르자 큰 규모의 카페와 그 앞으로는 만경강이 눈앞에 펼쳐졌다. 1976년도에 결혼하고서 삼례읍 후정리에 정착한 임옥균(76) 씨는 일평생 벼농사를 짓던 농부였다. 수십 년 농부로 일해 온 그는 2년 전에 농사를 접고 인생을 새롭게 살아보기로 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지역 일을 찾아다녔다. 완주문화원, 완주문화재단, 완주미디어센터,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등 완주군에 있는 기관들을 직접 찾아 교육을 받고 지금은 마을이야기 전달자, 문화이장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쉼이 아닌 도전을 선택하다

전주시 전동에서 5남매 중 첫째로 태어난 임옥균 씨는 어린 시절부터 쭉 완주에서 지내다 결혼 이후 삼례읍 후정리에 정착했다. 그 시절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농사뿐이었으니 그 또한 벼농사를 지으며 3남매를 키우며 그야말로 쉴 틈 없이 살았다. 그리고 6년 전쯤 농사를 서서히 그만두었고 2년 전에는 농지를 매각하며 아예 농사에 손을 뗐다. 이제야 숨고르기를 할 때가 왔지만 그는 오히려 더 바쁘게 움직였다. 그 계기는 한 강연에서 비롯되었다.


문화이장 역량강화 워크숍


어느 날엔가 인문학 강의 포스터를 보고 만경강사랑지킴이 손안나 대표의 강연을 들었어요. 제가 가방끈은 짧아도 어릴 때부터 만경강을 보고 자랐으니까 만경강만큼은 잘 알거든요. 그래서 손 대표와 활동도 같이 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내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더 찾아나가게 된 것 같아요. 완주군에는 다양한 단체와 기관들이 있으니까요.”

남은 여생을 더 여유 있고 편안하게 보낼 수도 있지만 옥균 씨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자라온 완주 지역을 더 깊이 알아가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특히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만경강이나 나무 같은 자연이나 생태환경이었다. 빠르게 변화되는 사회 속에서 자연은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완주군 14개 읍·면마다 오래된 고목들이 있고 산림청에서 지정해준 보호수들이 있어요. 몇 년 전부터 산림청 자료랑 1972년에 내무부에서 발행한 책을 읽으면서 완주군 나무들을 공부해왔어요. 모든 나무마다 다 다른 이야기가 있다는 게 새로웠고 이걸 알리고 싶게 되었죠.”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

그에게 가장 인상 깊은 나무 이야기를 묻자 완주 곳곳에 잇는 열댓 나무를 읊어냈다. 나무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 나무 지도가 펼쳐진 듯 했다. 운주면부터 시작해서 구이, 고산, 봉동, 이서, 소양까지 그가 말한 나무의 공통점은 모두 소나무라는 점이었다.

소나무는 충절을 의미하기도 해서 제가 참 좋아해요. 소양 송광사를 넘어가면 홍예문이 있는데 외롭게 성문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소나무가 있어요. 또 봉동 은하리에는 용솔나무라고 불리는 감히 넘어갈 수 없다고 해서 재실 앞에서 가만히 고개를 숙인 소나무도 있고요. 나무를 보면서 겸손을 배울 수 있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있어요.”


옥균 씨는 산림청에서 알려준 완주군 보호수 54그루를 모두 찾아다녔다. 지역마다 다니면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그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공부했다. 누가 이 나무를 심게 됐는지, 어느 지역에서 가져온 나무인지, 왜 심었는지 등. 각 나무들의 이야기는 다채로웠다. 그가 하나하나씩 촬영하고 기록한 나무들은 귀한 자료가 되었고 이는 완주 곳곳에서 전시되었다. 운주, 삼례, 봉동, 소양, 상관, 구이 지역의 면사무소와 완주문화재단에서 그의 사진이 전시되었다. 이때 그는 전시회장에 찾아가 사진을 거치할 이젤을 직접 구매하고 설치까지 마쳤다.

완주군립도서관 평생학습사업소에서 나도 강사다프로그램이 있는데 제가 이걸로 나무이야기를 강연했어요. 근데 시각적인 자료가 부족하다 보니까 영상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죠. 곧장 고산에 있는 완주미디어센터로 찾아갔고 내년 1월에 한번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소통이 단절된 마을을 엮는 과정

자연스럽게 지역 문화에 스며든 옥균 씨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도서관에서 강연도 무사히 마쳤고 몇 년 전 문화해설사 모집에도 응모를 했다. 나이 제한으로 문화해설사는 신청할 수 없었지만 나이에 제한이 없는 문화이장에는 도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열정으로 문화이장 5기에 발탁되어 지난해부터 완주문화재단으로부터 교육을 받고 마을 사람들과 앞으로 꾸려나갈 일들을 기획하고 있는 중이다.


이전에는 문화라고 하면 전통문화를 먼저 떠올렸는데 이제는 그 시야가 조금 더 넓어졌죠.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도 다 문화라는 걸 알게 된 거예요. 재단에서 문화의 개요, 문화 다양성을 알려줬거든요. 그리고 비비정마을에 있는 안미옥 이장이 마침 문화이장 1기로 활동했어서 그분한테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그는 문화이장 활동을 통해서 단절된 마을 사람들을 연결짓고자 한다. 그가 제일 먼저 할 일은 바로 인구조사이다.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연령대, 자녀수, 직업 같은 기초적인 정보 뿐 아니라 전답 소유의 유무, 음주 여부 등 세세한 정보들까지 알아보고자 한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의 경제적인 능력과 취미를 먼저 알아야 그 다음 단계가 보이기 때문이다.


문화이장 공유테이블


비비정에 30여 가구가 산다고 하는데 마을 사람들이 같이 어울려서 문화를 즐겼으면 해요. 특히 혼자 사는 노인들도 이 재미를 같이 느끼도록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완주군에 있는 선진지 마을들처럼 우리 마을도 똘똘 뭉쳐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사진과 글을 통해 완주에 있는 나무이야기를 전했던 임옥균 씨는 이제부터는 마을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아홉 살 나이에 동상면에서 이곳으로 온 할머니부터, 깔깔 웃는 아이들까지 한 명 한 명에게 귀를 기울여 사람 냄새가 나는 마을이야기를 풀어낼 것이다.

엊그제 완주군교육통합지원센터에서 교육을 두 가지 받았어요. 마을학교 교육도 받고 마을지명과 학교 이야기를 연관해서 다듬어보는 공부도 하고 있고요. 앞으로 노인일자리사업을 통해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과 동시에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며 재밌는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여생을 보내려고 합니다. 하는데 까지 해봐야죠.(웃음)”


비비낙안에서의 임옥균 이장


[완주문화재단 무지개다리 사업]

완주문화재단은 2022년 문화다양성 확산 사업을 통 해 문화다양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 원하는 이 사업은 ‘완주문화다양성발굴단 소수다& 청소년 소수다’, ‘일단 페미니즘’, ‘농인청인문화예 술활동프로그램’, ‘문화다양성 활동사례발굴 및 확 산’,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등을 통해 문화다양성 에 기반한 지역사회의 변화 사례를 발굴하고 확산하 며 문화다양성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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