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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 김정환 고산면 문화이장 2022-07-21

[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 김정환 고산면 문화이장

고향으로 돌아와 지역의 파수꾼 역할


고산면 김정환 문화이장

안수산의 너른 품에 기대어있는 고산면 원성재마을에 닿았다. 마을 어귀를 지나니, 그늘 한 점 없이 뜨거운 햇볕 아래 콩밭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이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객지로 떠난 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돌아온 김정환(72) 씨다. 그는 문화이장, 완주군블로그기자단, 지역혁신주민활동가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에 있는 자원들을 사람들에게 퍼뜨리고 있다. 그에게서 지역과 문화를 잇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시 돌아온 고향

김정환 씨는 여섯 살에 화산면에서 원성재마을로 이사온 뒤 이곳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부터는 전주로 나갔다. 그는 곧 서울의 방직공장에 취업했고 경주에서 10년간 일한 뒤에 전주로 돌아왔다. 이어 전주 대한방직에서 20년간 근무하고 퇴직한 뒤 약 18년 전부터 지금까지 전주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오랜 기간 타지에서 생활했던 그의 경험은 고향에 대한 애착으로 이어졌다. 이에 그는 어릴 적에 살던 집터를 다시 찾았고 집을 고쳐서 다시 정착해보기로 했다.

오랫동안 떠돌아다녀 보니 고향이 좋다는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은퇴하고 좀 있다가 옛집에 돌아와서 방앗간 자리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거의 뜯어고쳤어요. 그때 여기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최대한 해보려고 노력하기로 다짐했죠.”

그는 고향에 돌아와 제일 먼저 고산면주민자치위원에 도전했다. 마을에 항상 상주해있던 것도 아니고 지역에 큰 연고가 없었기에 쉽지 않은 길이었다. 하지만 고산면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그의 열정을 알아보고 위원 자리를 그에게 넘겨주었다. 이때 김정환 씨는 원성재마을에 꽃길 가꾸기사업을 펼쳤는데 이 사업으로 삭막했던 마을 길이 꽃길로 변할 수 있었다.

우리 어렸을 때는 길이 참 예뻤는데 어느 순간부터 시멘트, 아스팔트가 깔려서 아쉬운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꽃길을 가꿔보자고 마음먹었고 마을 사람들 다 같이 모여서 한 달 동안 작업해서 만들 수 있었던 거예요.”

과거 마을에서 청년이장을 역임했던 정환 씨는 추진력을 발휘해 마을 사람들과 공동작업을 이뤄냈다. 연령대가 높은 주민들이 모여 땀 흘려 일한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꽃길이 조성되자 반응은 뜨거웠다. 근처에 놀러 온 방문객들도 꽃길을 구경하러 오는 등 마을 길이 조금씩 알려지기도 했다.


느티나무 아래로 모여든 사람들

시골도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있다. 과거 인심이 넉넉하고 이웃 간에 정을 나누는 시골 풍경을 소위 시골의 미덕으로 여겨왔지만 세대가 교체되고 환경이 바뀌면서 그 모습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환 씨도 이에 의견을 보탰다.

예전에는 각자 생활이 어려웠어도 이웃들끼리 서로 돕고 살았는데 요즘엔 그게 잘 안 돼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끼리 모이는 일도 별로 없다 보니 아쉽더라고요. 다시 예전처럼 우리 마을이 들썩들썩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2020년부터 문화이장을 맡은 김정환 씨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 마련한 지역문화인력사업 양성과정에 참여한 뒤 프로젝트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세심정 느티나무 쉼터에서 듣는 가을노래행사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지역문화진흥원상을 받았다. 지역민들의 추억이 깃든 공간이자 오랜 쉼터인 세심정을 활용해서 문화 행사를 열었던 것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던 이 프로젝트에는 김 씨의 고단한 노력이 숨어있다. 그는 프로젝트비 50만 원으로 홍보물을 만들고, 가수를 섭외하고, 무대까지 설치했다. 이게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주변에서 함께 해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행사를 열었는데 사람들이 안 오면 안 되니까 홍보를 열심히 했죠. 이걸 홍보하려고 현수막을 5장 만들었는데 모두 인쇄소에서 기부해줬고 팸플릿은 문화재단 사무실에서 인쇄해서 고산미소시장, 농협, 면사무소에서 나눠줬어요. 행사 당일엔 마을 사람들이랑 가족들이 보조 인력으로 도와줬으니 다들 함께 만들었던 행사라고 볼 수 있어요.”

그의 발품이 통했던 걸까. 당시 행사에는 주변 마을 주민을 비롯해 약 80명의 사람이 모여들었다. 이날 세심정 느티나무 아래 공연장에서는 공연팀 스윗포테이토30분 동안 통기타 공연을 펼쳤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행사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더불어 즐겁게 사는 법

김정환 씨는 완주군 공식 블로그에 콘텐츠를 게재하는 완주군민기자단활동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김 씨는 이전에 글을 써본 경험이 없었고 관련된 일을 해본 적도 없었지만 크게 고민하지 않고 도전했다. 지역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파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맨땅에 헤딩하듯 블로그기자단에 도전했어요. 첫 기사는 우리 마을에 있는 안수산을 소개하는 거였는데 좋은 사진을 건지려고 두세 번 산을 오르고 글도 원고지에 써서 고치다 보니 열흘이 걸렸어요. 나이가 있다 보니 뭐든 쉽지 않았지만 주변 동료들이 잘 알려주는 데다가 요즘엔 요령이 생겨서 5일 정도면 기사를 작성할 수 있게 됐어요.”

이밖에도 김 씨는 완주미디어센터에서 영상 교육을 받고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일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완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에서 주관한 지역혁신 주민활동가 양성과정을 수료했다. 앞으로 그는 주민활동가로서 지역 문제를 찾아 나설 뿐 아니라 지역자원을 활용해서 동네가 되살아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한다. 매 순간 바삐 살아온 그가 문화이장으로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고산 지역에 미디어센터도 있고 청년 책방도 있지만 마을 어르신들은 그런 곳에 관심이 없고 잘 몰라요. 그래서 언제 한번 날짜를 잡아서 주변 나들이를 나가보면 어떨까 싶어요. 농사 못 짓는 비 오는 날에 함께 점심도 먹고 미디어센터에서 영화도 보면서 젊은 세대랑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2020년 문화이장 4기 위촉식


 지역문화전문인 력양성사업 자기주도프로젝트


지역문화전문인 력양성사업 현장 탐방(목포 괜찮아마을)





[완주문화재단 무지개다리 사업]

완주문화재단은 2022년 문화다양성 확산 사업을 통 해 문화다양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 원하는 이 사업은 ‘완주문화다양성발굴단 소수다& 청소년 소수다’, ‘일단 페미니즘’, ‘농인청인문화예 술활동프로그램’, ‘문화다양성 활동사례발굴 및 확 산’,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등을 통해 문화다양성 에 기반한 지역사회의 변화 사례를 발굴하고 확산하 며 문화다양성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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