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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노래] 20.동네 좌판과 쿠바로 간 바하 2022-07-20

[사람의 노래] 20.동네 좌판과 쿠바로 간 바하

사람의 노래

㉑동네 좌판과 쿠바로 간 바하


내가 사는 마을은 고산 안남마을로, 마을 이름을 모르시는 분들에게는 대아저수지 가는 길목에 큰 느티나무 세그루 있는 마을이라고 덧붙여 말씀을 드리면 대략 어딘지 안다는 표정을 지으시는 곳이다.
코로나19가 한참 시작한 후에 완주에 온 나에게, 많은 유명 장소나 지역 행사들의 예전모습은 말로만 전해듣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대아저수지는 아주 옛날부터 완주 뿐 아니라 근교에서 온 가족이 물놀이 오는 곳이었어, 여름이면 저수지 주변에 사람이 한 가득이었지!”
대아저수지도 그랬다. 거기 참 사람이 많이 왔었다는 말과 가는 길목의 관광지에 있을 법한 백숙집, 송어회집들을 보고 예전을 상상만 했었다.


그리고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가 해제된 여름 대아저수지로 가는 마을 앞길에는 말로만 전해듣던 예전의 활기가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커다란 느티나무 앞뒤로하여 마을사람들이 벌려놓은 좌판이 죽 늘어서 있다. 그 위로 마늘과 양파, 토마토, 감식초 등이 차곡차곡 놓여있고, 작년과는 다르게 좌판 앞에 꽤 많은 차들이 줄나래비를 서 농산품을 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허리가 아퍼서 교회에 못 가는 할머니도 매일 나와 마늘을 파시고, 사람이 뜸한 점심녘에는 좌판 한곳에 함께 누워 더위를 식히시기도 한다. 서로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이 동네에서 나는 아직 이방인이긴 하지만, 아침에 갓따온 토마토를 사러 좌판대를 왔다리갔다리 하다보면 동네 옛날 이야기를 주워듣는 재미가 쏠쏠하고, 다 듣고 나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 이런저런 정보를 귀동냥하다보면 마을이 조금 더 입체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게다가 값도 시장보다 조금 저렴하고, 가끔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질 좋은것들을 착한 가격에 갖고 올 수도 있다.


양파를 사서 서울로 보내니, 알이 좋은것은 더할 나위없고 박스에 담겨 깨끗이 도착한 양파를 보고 완주에는 양반들만 사나며, 망양파를 이렇게 깨끗하게 포장해서 보내는곳은 처음봤다며 좋아들한다. 

매일 아침 체크하는 날씨 안내에는 벌써 몇번이나 “올해 최고 온도”가 찍혔고, 마을방송에서는 폭염주의보라며 낮에는 마을쉼터에서 더위를 피하라고 경고를 준게 벌써 몇번인지 모른다. 이렇게 더운 여름, 어르신들이 좌판에 앉아 계시는 모습이 가끔씩은 걱정스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또 오가는 길에 자동차가 줄나래비를 서 마늘과 양파를 트렁크에 싣고 있는 모습을 보자면 나까지 덩달아 신이나기도 한다.
벌써 동이난 대추토마토를 또 사러 마을 초입으로 나가는 길에 Emilio Argon의 Bach to Cuba 음악을 귀에 꽂는다. 바하가 쿠바에 간다면 어떤 음악이 나왔을까? 라는 부제를 갖은 이 음악은 이 더운 여름 듣기 쉽지 않은 바로크 시대의 거장 바하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등을 아프로 쿠바 스타일로 재해석한 음악으로 듣고 있자면 에어컨 온도를 18도로 낮춘것 만큼 시원한 청량감이 느껴지는 곡이 끊기지 않고 들린다. 
커다란 느티나무, 그 옆으로 만경강 줄기, 길가 평상에 마늘과 양파 사이에 앉아계신 동네 어르신들, 토마토를 한 손에 들고 세상 시원한 쿠바에 놀러간 바하의 음악을 들으며 이 여름이 꽤나 마음에 든다는 생각을 한다.


김민경(완주문화재단 한달살기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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