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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노래]18. 지천의 꽃같은 우리2022-05-19

[사람의 노래]18. 지천의 꽃같은 우리

사람의 노래

⑲지천의 꽃같은 우리


어릴적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다니자면 엄마는 항상 꽃 옆에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셨다. 집에와서 뽑은 사진을 추리자면 그곳이 강원도이건, 중국이건, 비엔나이건 장소는 보이지 않고 작은 종이 위에는 엄마와 꽃만 인화되어있어, 이럴거면 왜 여행을 간거냐며 우스개소리를 했었다.

이제 세월이 흘러 나도 꽃이 보이는 나이가 되었고, 아직은 앞선 사람들처럼 이름을 외우거나 꽃의 특성을 알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그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내 마음으로 보기시작하였다.

여리여리 몽환적인 벚꽃이 며칠만에 지고, 물철쭉이 하얗게 일어나는것을 보았다. 분홍, 주황, 색이 강한 철쭉보다 조금 늦게 나온 물철쭉의 백색은 단단해보이지 않으며, 자기주장없이 뒤로 밀려나 무리에서 멀리 서있는 듯 보인다. 물철쭉의 몽환적인 모습에 슈만(Robert Schumann)의 가곡 아름다운 오월에(In wunderschoenen Monat Mai)’가 떠오른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꽃봉오리가 터질 때

내 가슴에는

사랑이 피어올랐네.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이 노래를 부를 때

나는 그녀에게 고백했네

내 그리움과 열망을

 

많은 가곡들이 그러하지만, 특히 이 작품에서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의 시는 슈만의 음악을 거쳐 완전히 다른 옷을 입은 듯 들린다. 꽃봉오리처럼 아름다운 사랑이 싹트는 순간과 새가 높은 소리로 지져귀는 듯 설레이는 사랑의 고백은 슈만을 통해 마치 봄빗속에 시간이 멈춰버린 듯, 이 아름다움이 갖고 있는 하염없는 공허한 이면만을 노래하는것처럼 한없이 몽환적이며 우울하게 들린다.

대아저수로 가는 길가에 수국과 산사나무의 백색꽃들이 잔뜩피어있다. 그들의 절대적인 아름다움에 홀리어 결국 꽃을 꺽어 내 집으로 들고 들어왔다. 하얗게 몽우리 진 백수국과 하얗게 늘어진 산사나무의 꽃의 순결한 듯 혹은 빛바랜 듯한 백색의 매력은 들여다볼수록 더욱 짙어져만간다. 이 아름다움은 모차르트의 노래 봄을 기다리며(Sehnsucht nach dem Fruehling)’의 밝은 설레임도, 슈만의 아름다운 오월에가 노래하는 시간이 멈춘듯한 몽환적인 그것도 아니다.


그냥 거기 그렇게 피어있어서 아름답고, 그게 다이다.

지난 3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힘든 시간을 보내다 5월이 되서야 지천의 꽃이 눈에 들어오고, 그렇게 생명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비바람과 자동차 먼지를 다 마시며 누구도 돌봐주지 않지만 꿋꿋이 길 옆에 피어낸 꽃이 이리도 아름다운걸 보면, 우리는 도대체 얼마나 곱디곱고, 얼마나 소중한걸까? 그 소중함은 일상속에서 내가 잊기도 혹은 잊혀지기도하지만 우리가 고른 숨을 쉬는것, 좋아하는 것을 보고 행복해하는것, 사랑하려고 애쓰는 그 마음자체로 우리도 참으로 아름답다. 누군가 잘보이는 곳에 올려놓고 오래 보고싶은 백수국만큼, 하얀 산사나무 꽃만큼 우리의 존재도 참으로 곱고 소중하다는 생각을하는 5월이다.

 

김민경(완주문화재단 한달살기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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