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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23] 들풀(잡초)에 관한 이야기보따리2022-05-19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23] 들풀(잡초)에 관한 이야기보따리

 들풀(잡초)에 관한 이야기보따리


최근에는 들풀워크샵을 종종 열고 있다. 현재 일하고 있는 청촌방앗간에서도 그렇고 학교와 도서관 심지어 전주에서도 들풀을 채집해서 풀을 관찰하고 이름을 익히는 작업들을 더욱 많은 사람들과 나누게 되었다. 완주에 오기 전까지 풀맹이었던 나는 어느새 풀쟁이가 되어서 풀이 가지는 신비의 세계로 사람들을 안내하고 있다.

 

풀을 먹을 수 있고 풀이 우리에게 면역력과 건강함을 선사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안다면 제초제나 농약을 뿌리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풀을 바라보는 것으로도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겸손해지는 것은 낮은 자리에서도 꽃을 피우고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한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존재만으로 잠들고 있던 감각들을 깨워나게하고 입가에 미소가 절로 퍼진다.

 

우리는 보통 약념(양념)을 해서 요리를 하는데 그 전에 식물에는 본연의 다양한 맛이 있다. 심지어 짠맛, 단맛, 신맛, 쓴맛, 매운맛, 감칠맛 등 오롯이 그 맛을 가지고 있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숲에 가야만 자연의 신비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바로 지금 내 발밑에 있는 이곳에서부터 자연은 언제나 경이로운 아우라를 자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살때는 온통 세상이 시멘트와 콘크리트 뿐이라고 여겼었는데, 경천에 살면서 가끔씩 도시에 나갈 때마다 콘크리트 바닥 사이사이로 피워나는 들풀을 보며 한없이 넋놓고 있을 때가 많다. 그 틈새를 비집고 올라오는 것이 가능한가 싶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해서 오로지 그것만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생명력을 내가 먹는다면 나 또한 들풀의 강인함을 닮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라는 말이 있듯이 올해는 들풀을 계속해서 섭취했더니 똥 색깔 역시 초록색이다. 하하. 덕분에 아! 그렇지 나도 자연의 일부지! 라는 것을 새삼 또 알아차린다. 올해부터는 들풀을 먹는 법도 연구중이다. 이렇게도 먹어보고 저렇게도 먹어보며 최상의 맛을 찾아서 사람들에게 더욱 다가갈 수 있도록 들풀을 돕고싶다.

 

다큐 대지에 입맞춤을에서는 세상에 들풀이 없다는 것은 가뭄이나 홍수로 연결될 수 있을만큼 자연현상과 아주 직접적인 연관이 있고, 세상이 들풀로 가득 찬다면 그 주변에서 살고 있는 여러 작고 작은 생명들과 함께 건강한 토양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들풀은 대지를 살리고 대지는 들풀을 살리는 상생의 관계를 맺고 있다. 토양이 건강하다면 우리가 먹는 채소 또한 이로운 영양소를 듬뿍 담고 그것이 우리 몸과 마음에 영향을 줄 것이다.

 

앞으로 토양의 멸종을 막지 못한다면 향후 60년 내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모두 고갈될 것이라는 UN 식량농업기구의 발표가 나왔다. 인간은 계속해서 밭을 갈고 한가지 식물만을 위해서 다른 식물들을 죽이는 행위를 하면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심는 채소의 씨앗보다 이 땅에 먼저 씨앗을 뿌렸을 들풀을 존중하며 앞으로는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개개인의 밥상에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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