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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 김다은 소양면 문화이장2022-04-19

[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 김다은 소양면 문화이장

어르신 낯설던 새댁 문화를 이끄는 리더로 성장


소양면 김다은 문화이장

소양천 따라 쭉 이어진 길을 거닐다 보면 평리마을에 닿는다.

어르신이나 귀촌 가구가 대부분이었던 이곳에 젊은 새댁이 찾아왔다. 그와 동시에 황량했던 마을 청년회관에 따뜻한 기운이 맴돌기 시작했다. 회관은 금세 아늑한 극장이 되고, 예술 교실로 변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주민들 일상에 활력이 생겨난 것이다. 소양면 문화이장 김다은(37) 씨가 이끌어낸 변화로 인해 마을 곳곳에 웃음꽃이 퍼져나갔다.




마을회관에 새 숨을 불어넣다

수원에서 태어나 수도권 지역에서만 줄곧 지내온 김다은 씨는 20182월 완주에 이사 왔다. 처음엔 봉동에 있는 아파트에서 지냈지만 1년 뒤 평리마을에 집을 짓고 시부모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는 완주에 온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여러 사업에 발을 붙이기 시작했다.

김다은 씨는 아파트에 있을 때 부녀회에 나갔는데 어머님들 중에 서류작업 할 수 있는 분이 없다고 해서 아파트르네상스 사업도 하게 됐다. 완주에서는 발품 팔아 움직이면 해볼 수 있는 게 많단 걸 그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2018년부터 2년 간 공동체사업을 맡았고 2020년에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 뒀다. 곧이어 그는 이전부터 관심을 뒀던 완주문화재단 문화이장 4기에 지원했고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문화를 연결하는 역할로서 앞장서기 시작했다.


다은 씨는 예전부터 문화예술분야로 일을 해왔다 보니 완주에서도 이 재능을 가지고 무언가 해보고 싶었다. 또 지역에 연고가 없다 보니 사람과 소통하는 기회도 마련해보고자 한 것이라며 점점 고립되어가는 것 같아서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고 말했다.그가 문화이장을 맡고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마을 청년회관을 되살리는 일이었다. 평리마을에는 경로당과 청년회관 각각 두 건물의 마을회관이 있는데, 이중 청년회관은 5년 넘게 사용되지 않아 먼지가 쌓여있고 썰렁한 기운이 맴돌았었다. 다은 씨는 이곳을 발견하고서 문화공간으로 바꿀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먼저 두 팔을 걷어붙여 묵은 때를 벗겨냈고 황량했던 회관은 하나둘씩 모양을 갖춰나갔다.김 씨는 지원사업을 통해서 1층은 아기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도록 에어바운스를 설치했다. 2층은 원래 체력단련실이었는데 주민들이 사용을 잘 안 해서 거울이랑 책 같은 걸 함께 놓아서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예술로 만난 우리 마을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다은 씨는 춤과 멀어져 본 적이 없었다. ·중등 시절에는 댄스동아리 활동을 했고 이후 재즈댄스, 현대무용을 배워 무용과에 들어갔다. 그는 길거리 무대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고 현재는 움직임을 매개로 심리를 치료하는 무용치료를 전공하고 있다. 과거에는 화려한 무대 위에서 조명 받았지만 이젠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다. 김 씨는 무대예술 하고 나면 박수는 받았지만 그 뒤에 밀려오는 공허함이 있었다. 언제부턴가 움직임을 통해서 치유되는 경험을 나누고 싶었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예술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관련된 석사 공부를 했고 직업도 자연스레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움직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해왔던 다은 씨는 다른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예술을 표방하기로 한 것이다. 2020, 문화이장을 시작한 첫 해였다. 이때 다은 씨는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의 지역문화인력사업 양성과정을 통해서 프로젝트비를 지원받았다. 당시 그는 동네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레시피를 발굴했다. 주로 전라도 음식을 만들었는데 돼지짜글이, 장떡, 물갈비 등이 있었다. 어르신들과 단순히 요리만 했던 건 아니었다. 그 음식에 담긴 추억에도 함께 젖어들었다. 접시마다 어린 시절 부엌에서 요리하던 엄마 모습도, 남편이 생전에 즐겨먹던 반찬이 담겨있었다. 그는 미술선생님이랑 협업해서 어르신들의 요리 레시피를 그림으로 그려 엽서를 만들었다. 또 그날 잔치를 열어서 마을 주민들이랑 음식도 나눠먹고 미디어센터 찾아가는 마을극장을 통해 영화도 봤다어르신들과 함께 뭘 한다는 자체가 재밌어서 즐겁게 임했다며 웃었다.


다은 씨에게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또렷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코로나19로 모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였다. 지난해 그는 문화이장 자기주도 프로젝트 예술로 만나다를 통해 어르신들을 다시 만났다. 이번엔 그의 전공을 살려 체조와 미술을 접목시켰다. 이는 5회차에 걸쳐 진행됐다. 간단한 동작으로 몸 풀기를 한 다음에 그림 그리는 시간을 가졌는데, 어르신들이 처음엔 어색해하다가도 끝이 다가올수록 아쉬움을 표했다. 다섯 번에 걸쳐 수업이 이뤄진 다음, 마지막 시간에는 그림 전시회와 영화상영회를 열었다.


다은 씨는 어떤 동작을 해야 건강에 좋은지 아시더라도 집에 있으면 막상 안 하게 된다. 밖에 나와 사람들하고 같이 스트레칭 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어르신들과 모여서 신나는 음악 틀고 간단한 동작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더 좋아해주셨다고 말했다.




김다은 문화이장이 진행한 다양한 문화수업들.


지역은 곧 아이가 살아갈 터전

평리마을을 비롯한 소양 지역은 완주군에서 고립되어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지리적 특성 상 전주와 인접하여 시내로 나가기 편리한 부분도 있지만 그에 따른 역효과도 있다.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문화활동을 하려면 전주로 나가야 하는 경우가 일쑤였다. 다은 씨가 문화이장으로서 문화매개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도 이러한 환경에서 비롯됐다.


김 씨는 이제 막 돌 지난 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여기서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고민이 더 깊어졌다. 아이들이 이 동네에서 문화적, 사회적으로 소외당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기에 다른 분들과 천천히 노력해 나가는 중이라고 밝혔다.행동력이 빠른 다은 씨는 지난해 주변 젊은 엄마들과 공동체 맘앤맘을 설립했다. 공동체는 여섯 가정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두 소양에 거주한다. 그는 처음엔 실무를 담당했다가 올해부터 대표직을 맡았다.


다은 씨는 초등학교에서는 돌봄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지만 영·유아 아동 같은 경우에는 엄마 혼자서 독박육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전주에 나가지 않더라도 우리 동네에서도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올해 문화이장으로서 임기는 마치지만 문화예술 활동을 멈추지 않는 다은 씨. 이는 모두가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다. 시골 마을에서 어르신도, 아이도, 엄마도 모두 행복한 삶을 소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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