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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친화 이야기]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과정2022-04-19

[아동친화 이야기]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과정

감정놀이터에 담긴 의미


밀란 쿤데라의 작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잊지 못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테레자와 그의 개 카레닌, 그리고 토마시의 사랑에 대한 관계를 표현한 내용입니다. 먼저 테레자와 그의 개 카레닌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랑입니다. 테레자는 카레닌()에게 아무 것도 원하지 않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사랑조차 강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연인 토마스와의 관계는 애증을 넘어 집착에 이릅니다. 테레자는 토마스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지난날을 회고하면서 하느님, 맙소사(...)”를 토로합니다. 그녀는 토마스의 사랑을 확인하고자 늘 불안하였고, 스스로를 학대하고 집착함을 감정으로 표현하였던 것이었죠. 쿤데라가 말한 아무런 요구없이 타인에게 다가가 단지 그의 존재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엇을 원하기 때문이다감정의 표현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며,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살아가면서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며 살고 있지만, 감정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삶은 어떤 한 사람이 살아온 경험과 다양한 지성의 집합체입니다. 삶은 어떤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는 회귀의 과정입니다. 어떤 결론에 닿기까지 그 사람이 겪어야했던 수많은 내적 갈등과 번뇌가 있습니다. 외부요인과 맞닿은 수많은 연결고리와 논쟁거리는 지금의 우리 감정을 만들어왔습니다. 수많은 경험과 오류의 덩어리로 이루어진 우리 감정은 회고와 아쉬움을 남기더라도 표현을 시도해왔으나, 감정이 이성을 앞설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의 외면은 눈부신 기술발전 속에서 풍성함과 유용함에 이르렀으나, 우리 내면은 우리가 여전히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에(툰데라)” 혹은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헤세)”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는 것일까요?

 

쿤데라는 행위의 목격자가 있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좋건 싫건 우리를 관찰하는 눈에 자신을 맞추며, 우리가 하는 그 무엇도 더 이상 진실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현대사회에 사는 우리 내면은 우리의 사랑, 불안을 감춰야만 하는 것을 괴로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것은 진리 속에서 사는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불안을 감추며 살아야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다는 고전 앞에, 우리 자녀에게 무한 경쟁과 열등감 속에서 나의 감정을 감추는 것이 옳다 말할 수 있을까요?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는 것은 기쁨과 슬픔, 불안과 두려움도 자기 본래의 모습으로 자각하고, 자기 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을 말할 수 있습니다(헤세). 누군가로 인해 불안과 두려움이 엄습한다면, 그 누군가에게 자기 자신을 지배할 힘을 내주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감정훈련은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갈고 닦는 것이며 더 큰 사회 속에서 정신과 마음을 조화시켜 총제적인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아동과 청소년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알고 표현하는 훈련이 매우 중요합니다. 감정을 이해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매 순간 감정의 의미를 부여하고 물음을 던지며, 매 순간을 사랑하는 자기다움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성숙한 삶이 추구하는 방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종방 된 드라마 그해, 우리는에서 여주인공(국연수)의 독백이 앞으로 감정놀이터를 찾아와 치유될 우리 아이들의 표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 내 인생이 처음으로 좋아지기 시작했어. 처음으로 내가 살아온 인생이 뚜렷하게 보여.

그래서 좀 더 이렇게 살아보고 싶어. 나는 내 삶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게 내가 원했던 삶이었구나 싶어. 그래서 좀 더 지금을 돌아보면서 살고 싶어

 

*감정놀이터는 기쁨과 분노, 두려움과 슬픔 등 아동·청소년이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고, 억눌린 감정을 쏟아내 위안과 위로를 받고, 일상회복이 될 수 있도록 마음껏 표현하는 공간이다.


<본 기고문은 완주군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홍문기 (완주군청 교육아동복지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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