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공동체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웃어라 공동체

> 이달 완두콩 > 웃어라 공동체

[사람의노래]17. 4월의 Snowdrop2022-04-19

[사람의노래]17. 4월의 Snowdrop

설강화


사람의 노래

⑱4월의 Snowdrop


2월말 한 낮의 해가 조금씩 따듯해지면서부터 나는 봄이 오는 줄 알고 설레발을 쳤다. 3월에는 완주보다 더 먼저 개화한 서울의 벚꽃과 개나리꽃을 보았고, 이웃집 마당에 월동을 마치고 움트는 구근식물의 잎파리들을 보고 봄이라고, 새롭다며 그리고 이제 다시 따뜻하다고 한껏 흥분했다.

그렇게 맞은 4월 초는 아직도 춥다.


처마가 긴 우리집은 낮에 해가 떠도 안방에는 냉기가 서늘하게 돌고, 아침 저녁 밖으로 나가는 길엔 겨울 옷에 손을 놓을 수가 없다. 때를 기다려야 완연한 봄이 오는걸, 나는 또 작은 신호들을 내가 정해놓은 기준에 맞추어 너무 일찍 봄을 마중나가 기웃거리고 있었다.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 중 The Season이라는 피아노 소품이 있다. 음악잡지사의 의뢰로 1월부터12월까지 매 달을 특성을 음악으로 그려 매달 악보를 연재를 했다고 한다. 긴 세월동안 작곡가들은 봄을 반복해서 노래하였고, 많은 작품들은 봄의 싱그러움, 새로움 혹은 꽃샘추위를 얘기하며 내게 온 봄을 노래하였다

 

차이코프스키의 The Season 4번째 작품 4월은 눈속에서 꽃이핀다는 ‘Snowdrop(설강화)’을 부제로하여 이제 겨우 봄이 시작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도 곡의 첫 부분에서는 꽃을 노래하는것이 아닌 설강화의 구근이 버텨낸 겨울 땅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듯 단조 풍으로 시작한다.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구구절절함이 없이 마치 관찰자처럼 추운 땅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이어 낮은음을 누르다 가볍고 빠르게 높은 음으로 뛰어가고, 거기서 다시 낮은 음으로 점프해서 내려가는 듯한 악상을 반복한다. 마치 작고 하얀 꽃망울, 그리고 고개를 한껏 숙여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설강화 꽃을 묘사하는 듯 들려 듣는 이에게 청초하며 가볍고 간결한 느낌을 준다.


러시아에 살고 있어 완주의 나와는 다른 계절감이 있었겠지만, 차이코프스키의 4월을 들으며 모든 것이 때가 있음을 생각한다. 소중하고 또 소중한 것을 잃는 일도, 가슴을 내어주고 원하던 것을 얻는 일도, 사랑을 주어야 할 때도 혹은 거두어야 할 때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정해놓은 기준이 아닌 스스로의 때가 있는것 같다. 그리고 그것들은 각자 자신의 상태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고, 그것을 읽을 수 있는지는 우리의 현명함에 달려있는건 아닐까.


지금 사랑을 달라고 말하는 이에게 사랑을 주지 못했고,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씨감자는 또 미리나가서 구하고 다닌 3월이었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면 나에게도 모든 일의 때를 읽을 수 있는 마음의 눈이 조금 더 성장하기를 바라며 시작하는 4월이다.


김민경(완주문화재단 한달살기 작곡가)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웃어라공동체] 이랑아동발달통합지원센터 이랑협동조합
다음글
[아동친화 이야기]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과정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