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공동체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웃어라 공동체

> 이달 완두콩 > 웃어라 공동체

[사람의노래]16. 봄날의 예술가를 아시나요?2022-03-17

[사람의노래]16. 봄날의 예술가를 아시나요?

사람의 노래

⑰봄을 기다리며


날이 조금이라도 따듯해지려는 기미가 보이면 애인 기다리는 처녀처럼 봄옷을 꺼내입고 설레발치며 봄을 마중나갔다. 몇번이나 속아서는 언 몸으로 집에 들어오긴했지만, 봄이 오기만 하면 코로나 없던 시절처럼 모든 것이 다시 새로 시작한다는 약속이라도 미리 받은 듯 이번 봄은 정말 많이 기다려진다.
겨울이 시작되며 별채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컴퓨터를 빼서 본채로 들어왔다. 앞이 넓게 트여 오롯이 건물 스스로 집을 데워야하는 이 곳에서 매번 값이 오르기만하는 등유로 본채, 별채 두 채의 집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일이 아니었다. 


작곡가의 일이라는게 공연을 기획하면서 함께 시작을 해야 연주자들에게 충분히 연습 할 시간을 줄 수 있기에 겨울이라고 언땅처럼 마냥 천천히 움직일 수는 없다.
그렇게 시작한 봄 공연을 위한 겨울 침실에서의 작업은 녹록치 않았다.


올해는 일이 별로 없어 작업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쇼파에 앉아서 악보를 찍는것은 어떻게 해도 각이 나오지 않았고, 내 다리며 허리 빈틈을 찾아 목을 기대 앉아 나를 구경하거나 잠을 청하는 강아지들 때문에 온 관절이 아펐다. 더해서 본채에 앉아서 악보를 들여다보고 있자면 마루에 빨래 널어놓은것이 보이고, 잠깐 빨래를 게자면 부엌에 설거지가 보이고, 설거지를 마치면 몸이 추워서 찜질기를 가슴에 안고 이불 안으로 숨어버리기를 반복, 나의 의지와 집중력은 매일매일 초등학생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어 스스로 부끄럽기가 몇 번이었는지 모른다.


추위에 관한 한 주변의 예술가들도 상황이 다르지는 않았다. 양말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요술버선을 덧신고 생강차를 마시면 조금 따뜻해진다며 정보를 알려주는 작가, 자기 전까지 롱패딩을 벗을 수 없다는 작가, 군밤장수같은 모습으로 컨테이너에서 작은 자리만을 데워가며 겨울작업을 이어가는 작가까지 큰 도시에서와는 다른 추운 겨울을 버텨내는 예술가들의 모습이 올해 처음으로 내 눈에 들어왔다.


각자의 연습실 컨디션이 어떤지는 연주자에게 기본 이상의 연주를 요구하는 것처럼 각자 알아서 할 일의 영역이며, 내가 있는 스튜디오나 공연장이 쾌적한 온도를 갖추지 않았다면 그것은 실력없는 기획사의 책임이라고 쉽게 생각하던 내가 볼 수 있는 영역이 한겹 더해졌다.
봄이 온다는 것, 꽃이 피어나고 하늘색이 싱그러운 파란색으로 변한다는 것은 설레는 마음으로 땅을 뒤집어 씨앗 심을 준비를 하는 농부에게처럼 시골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에게도 매해 주어지는 축복인것 같다.


한 겨울 창작에 대한 의지로 추위를 버틴 예술가들에게 완전히 풀린 관절로 악기를 연습하고, 편안한 몸으로 발성연습을 하고, 맘대로 움직이는 팔과 손으로 섬세한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출 수 있는 따뜻한 봄은 우리에게 매해 주어지는 선물이다.


김민경(완주문화재단 한달살기 작곡가)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웃어라공동체] 숲쟁이협동조합
다음글
[아동친화 이야기] 민주시민_5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