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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친화 이야기] 민주시민_42022-02-15

[아동친화 이야기] 민주시민_4

완주아이들의 ‘나의 아저씨’, 아동옴부즈퍼슨사무소


몇 년전‘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습니다. 방영이 훨씬 지난 후에야 지인의 추천으로 드라마를 보게 되었지요. 드라마를 보는 내내 중년인 저에게 강한 공감과 깊은 감동, 그리고 눈물과 오열까지 여러 감정을 쏟게 만들었습니다. 청각장애 할머니와 함께 사는 이지안은 교육은커녕 살인범으로 몰려 생계에 급급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알게 된 같은 회사에 박동훈 부장은 이지안을 위해 회사에서 그녀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폭행을 일삼는 폭행범과 싸워주고, 할머니 요양원 입소를 위해 법적내용을 알려주는 등 키다리 아저씨의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박 부장은 이지안의 인생을 보듬어주고, 새로운 동아줄이 된 것입니다. 꽤 시간이 지난 후 새로운 직장을 찾게 된 이지안은 우연히 한 카페에서 박동훈 부장을 만난 뒤에 진심을 다해 이렇게 말합니다.“제가 밥 살게요. 아저씨 맛있는 거 한번 사주고 싶어요.”


어려움을 겪는 아동과 청소년에게 우리 동네, 우리 회사 혹은 우리 지역에 나의 아저씨가 한 명쯤 존재한다면 어떨까요?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하게 된 완주만의 프로젝트가 바로 ‘아동옴부즈퍼슨’독립적 대변인 정책입니다. 그간 우리 아동·청소년들은 인권침해행위에 취약하였고, 그들의 견해는 거의 고려되지 않았으며, 투표권이 없어 정치적·정책적 과정에서 배제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거나 구제하는 수단은 사법체계로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접근이 매우 어려웠고, 민간단체 또한 매우 제한적인 활동에 급급했습니다.


이러한 아동의 상황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1993년 유엔총회가 채택한 파리원칙은 모든 국가에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고 책임질 수 있는 독립적 대변인인 아동옴부즈퍼슨을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설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미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 대부분의 국가가 아동만을 위한 옴부즈퍼슨을 운영하고 있죠.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에서도 국민권익위원회나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아동·청소년의 권익과 인권침해사안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가적 차원의 접근도 필요하지만, 지역에 사는 아동과 청소년에게는 지리적·물리적인 접근성이 제한되지요. 특히 가장 취약하고 불리한 아동·청소년집단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완주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인정하는 아동친화도시입니다. 우리 완주는 자부심이 있고 미래사회를 변화시킬 역동성이 있습니다. 완주에서 성장한 모든 아동과 청소년은 자신의 꿈을 꾸고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아동은 부모의 경제적 여건에 상관없이 기회를 공평하게 가져야 하고, 누구나 원하면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사회진입을 위한 일자리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일은 관청의 한 부서나 민간의 한 단체가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한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우리의 바람직한 방향과 잘못된 관행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 일에 전국최초로 운영하는 아동옴부즈퍼슨 사무소가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완주군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아동옴부즈퍼슨 모델 수립 및 매뉴얼 개발은 2월 마지막 주에 최종보고회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매뉴얼이 개발되면 완주군에서 시범으로 운영한 뒤에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매뉴얼을 배포하게 됩니다. 매뉴얼 개발을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몇 달이지만, 우리 지역 아동과 청소년에게도‘나의 아저씨’가 생긴다는 첫 발걸음에 가슴이 설렙니다.



<본 기고문은 완주군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홍문기 (완주군청 교육아동복지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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