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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마을 다음타운] 청년마을 살아보니 어때?2021-07-13

[청년마을 다음타운] 청년마을 살아보니 어때?


청년마을 살아보니 어때?


샘물과 안나는 완주탐험 한 달 살기 참여자입니다.

완주에 오기 전까지는 완주라는 곳을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기도 한데요, 다른 지역에 살면서 들었던 생각과 완주살이를 하며 느꼈던 마음을 글에 담아봤습니다



 

글쓴이 샘물 2020, 서울에서 일을 마무리 짓고 2021년부터는 농사를 짓기 위한 여정을 떠납니다. 지역마다 농장들을 다니며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한 달을 살고 있습니다. 농장에서 나누어주는 씨앗과 식물을 화분에 심어서(움밭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데리고 다녀요.




영역 이웃, 그리고 공동체

 

도시에서 나는 늘 임시 거주자였다. 살아가던 곳에서 나를 둘러싼 환경들과 잘 섞이지 못했던 것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옆집 사람과 은근슬쩍 눈을 피했고 함께 나눈 대화는 노래 소리를 줄여달라는 말 뿐이었다. 불필요하게 서로의 집 문을 두드리는 일은 없었고 어떤 영향을 주기도, 받기도 싫은 듯 지냈다. 단절된 관계들이 나를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여기는 것 같았다. 길 건너 편의점이 빵집으로 바뀌어도 무심하게 지나쳤고 동네라는 개념도 옅어졌다. 동네에서 마주하는 것들과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울 뿐 정신적인 거리는 멀게 느껴졌다.

 

익명성을 뒤집어쓴 점이 때론 편했다. 하지만 단절된 관계 속에서 온전히 뿌리 내리기는 어려웠다. 이런 불편함은 일상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반찬을 많이 했을 때, 양파 한 망을 샀지만 전부 사용하지 못할 때 함께 나눌 이웃이 없었다. 음식만이 아니라, 생각을 함께 나눌 이웃이 없다는 것이 종종 도시생활을 허전하게 했다. 그래서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반찬을 함께 나눌 이웃이,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는 옆집 친구가 있는 곳에서 지내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안고 완주로 향했다. 들꽃 가득한 길을 따라 향한 곳곳에서 반가운 존재들이 있었다. 아늑한 옛 모습을 간직한 거리와 아름다운 산책로. 무엇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 고민과 공감을 나눌 사람, 산책길을 함께 걸을 이웃이 있었다. 여기서는 꼭 무엇이 되려 하지 않아도 그냥 ''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환영받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었다.

 

마트에서 우연히 동네카페 직원을 마주친 적이 있다. 얼굴이 조금 익숙할 뿐이지만 자연스럽게 인사 나누었고, 양이 많은 당근 한 봉지를 함께 나누어주셨다. 서로에게 신세를 기분 좋게 주고 받으며 관계 속에 '우리'라는 단어가 붙게 되었다.

 

공동체란 무엇일까. 단순히 같은 지역에 사는 관계는 아닐 것이다. 공동체는 서로 존재를 환대하는 것이다. 환대는 '자리와 장소를 내어주는 것'이다.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영역과 자신을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는 장소를 내어주는 이웃이 모여 공동체가 된다. 이곳에서 이름을 부르며 끼니를 챙기는 이웃, 당근을 함께 나눌 관계가 있었기에 자유롭고 편안하게 내 자리를 찾아갔다. 오고 가는 신세 속에는 공감과 보살핌이 담겨 있고, 나의 고민이 나만의 고민은 아니라는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낯선 나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던 사람들을, 함께 밥 먹으며 실없는 농담 주고받았던 시간을 기억한다. 그들은 나를 이웃으로 환대해주었고, 나는 편안하고 자유롭게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들에게 받았던 환대가 돌고 돌아 또 다른 이웃을 맞이할 것이다.





글쓴이 안나 빛이 고운 평야에서 왔어요. 한 달 살기를 하며 호칭이 여러 번 바뀐 참여자이기도 해요.(웃음) 살짝 엿들었는데,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더라고요. 영화관에서부터 놀이동산까지. 문화기획을 좋아하고 그 일을 업으로 하고 싶어해요. 구체적이고 뚜렷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몰입할 무언가를 찾고 있어요. 서로의 결이 맞는다면 굉장한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을까, 감히 상상해 봅니다



만경강에 손을 집어넣고 살 수 있다면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지날 때, 모두가 여전히 스마트폰에 고개를 박고 자신의 일을 할 때도 괜히 다시 지하로 갈 때까지 강을 쳐다보곤 했다. 내가 사는 곳엔 천밖에 없어서 그렇게 크고 많은 물은 여전히 생경하고 신기하다.


완주에 와서 만경강 징검다리를 건너며 강이란 건 아주 빠르고 커다랗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주 가까웠다. 돗자리를 깔고 멀리 쳐다보는 곳이 아닌 바로 발 앞의 물이었다. 징검다리 위에서 물에 손을 넣었다 뺐다 하며 물살을 느끼고 수온을 느끼다 사는 곳 앞에 이렇게 큰 물이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위를 자주 걷고 여러 번 물을 만질 수 있으면 여유가 생길 것 같았다.


여러 사람들에게 완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공동체, 느슨한 연대, 두레 같은 단어들이 마음에 깊게 남았다. 혼자서도 잘 해내는 게 당연한 도시에서 나는 이미 많은 여유를 소모했고 연료 없는 자동차처럼 탈탈거리다 이곳에 왔다. 항상 확실한 길, 잘 깔려있는 아스팔트를 원해왔지만 도착해보니 완주는 여러 사람이 지나다녀서 난 오솔길 같았다. 멀리 사람들이 보이는 길도 있고 어딘가는 내가 밟아서 만들어야 할 길처럼 보이기도 한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본 적이 없어서 아직 모호하고 어려워 보이는데, 내가 완주에서 만난 사람들은 원하면 우선 해보라고 권유하는 것 같다. 떠밀지는 않으면서 내 발걸음을 지켜보고 있구나 싶다.


농사를 시작할 수도 시장에서 일할 수도 문화 기획을 해나갈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서서 방향만 살펴보고 있다. 어디론가 방향을 정하고 걷게 된다면 아마 여러 사람들이 느슨하게 도와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그럼 열심히 걸어보다가 힘들면 또 만경강에 손 한 번 집어넣고 다시 한 번 출발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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