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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마을 다음타운] 로미, 해안의 초대20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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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의 초대>


안녕하세요, 저는 로미라고 해요.

본가인 군산에서는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셨고 저도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었어요. 식물을 키우고 가꾸는 일을 하는 부모님을 존경하고, 저도 그 일을 무척 좋아했어요. 다만, 농사만으로는 부모님이 바라는 삶을 꾸리기 어려웠고 농사와 주 5일 직장을 병행하셨어요. 그게 저에게는 큰 영향을 주었던 듯해요.

 

(노동)이라는 게 뭘까?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어떤 일을 하며 살면 좋을까? 조금은 존재들을 덜 해치며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정말 부지런하고 정직한 분들인데 빚을 지며 살게 되는 이유는 뭘까? 대안을 찾고 싶었어요.

서울에서는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어요. 저에게 전환을 준 첫 번째가 피스모모 평화교육단체예요. 흑과 백을 넘어선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 과정을 생략하지 않는 것, 방식과 방법에 대한 이야기, 서로의 연결과 환대의 문화, 배움은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반짝임이 저를 매료시켰었는데요, 특히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유연함이 와 닿았어요.

 

저는 몸과 마음을 균형 있게 쓰고 싶었고 두 번째로 만나게 된 곳은 비전화공방이에요. 비전화공방 철학은 거대하면서도 단순한대요. 내가 바라는 삶이 정말로 바라는 것인지를 직면하고,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공간입니다. 그 삶 안에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들에 대한 배려가 있었어요.

 

한 사람이 살면서 평생 한 가지 일만 하며 살 수 있을까? 과거에 비해 평균 수명도 늘어났는데, 같은 일만을 반복한다고 상상해보세요, 하나의 역할이 주어지고 그 역할만 해야 한다 면요. 현대의 일은 전문적이어야 하고 그 전문성은 수치로 환산해 시스템에서 부여해주는 방식이지요. 지식 영역에서는 객관적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존재에 대한 상냥함, 감수성, 따뜻함, 애정, 사랑 등은 수치로 환산할 수 있을까요. 일은 장벽이 높아졌고 넘나들 수 있는 기회는 사라졌어요.

 

얼마 전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조에니 로셰트의 근황에 대한 글을 봤어요. 김연아의 인터뷰 중에는 “7살 때부터 피겨스케이팅을 해서 피겨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며 공식적인 선생님은 아니더라도 다른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을 돕고 있다고 했어요. 아사다 마오는 전업해서 리포터로, 조에니 로셰트는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의사가 되었다고 해요.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여 장인이 되는 것도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이글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는 건, 아사다 마오와 조에니 로셰트가 살고 있는 시스템과 문화였어요. 마음먹으면 다른 일로 전업할 수 있다면, 개인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가 조금은 덜어지지 않을까요.

 

이번에 완주에서 열게 된 어쩌면, 로컬의 미래 다음-타운은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고,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도 함께하는 분들이 참가자 여러분을 만나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어요. 저는 아직도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지만 재밌고 왁자지껄하게, 그리고 아름답고 세련되게, 혼자보다는 여럿이서 같이 작당해보고 싶어요. 그러면 덜 외로울 것 같거든요. 이 판에서 함께 놀아 봐요.

 

/글쓴이 로미는 완주청년캠프를 통해 완주를 알게 됐다. 바른 문화, 건강한 사람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해안의 초대>


완주에 온 지 아홉 달. 가족과 적당한 거리를 두며 살고 싶어서, 생태적인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자연과 가깝게, 마을 공동체 안에서 살고 싶어 이곳에 왔어요. 완주는 씨앗의 청년귀촌캠프에 참여하면서 알게 됐구요. 그때 만났던 분들은 넉넉하지는 않아도,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마을 사람들과 관계로 이어져 서로 나누고 보살피는 삶을 살고 있었어요. 그러면서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인상 깊었어요.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완주가 생각났고, 그곳에서의 삶을 상상했어요. 그렇게 3년 뒤 캠프에서 만났던 멘토를 통해 정보를 얻고 지낼 곳과 일자리를 구해 완주로 오게 됐어요.

 

저는 지금 청년 쉐어하우스에 살면서 씨앗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어요.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텃밭 모임에 참여해 땅에 씨앗을 심고 키우기, 수확한 작물로 함께 음식 해먹기, 청년 모임 참여하기, 동네 친구와 산책하기, 쓸 만한 물건 가져와서 재사용하기 등 잔잔하지만 소소한 것에서 기쁨을 느끼며 살고 있어요.

 

이곳에서의 삶은 사람들과 같이 있는 시간만큼 혼자 보내는 시간도 많아요. 처음에는 그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나를 돌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그만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도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푸르른 자연 안에서 여유를 가지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으신 분들, 완주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어떤 재미난 일들이 일어나는지 궁금하신 분들, 따로 또 같이 잘 사는 삶을 꿈꾸시는 분들 모두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완주에 머무시는 동안 재미나게 지내보아요 : )

 

/글쓴이 해안은 완주에 온지 아홉 달 됐다. 청년세어하우스에 살며 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에서 활동가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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