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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12] 부엉이와의 조우2021-06-17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12] 부엉이와의 조우


한달 전 즈음에 우리 마을 지름길에 외부 차량들이 줄을 지어 서있고 심지어 사람들은 캠핑의자를 놓고서 몇날 몇일 바위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엔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몰라 그들을 그냥 지나쳤는데 몇일 후에는 망원경과 전문카메라를 들고 바위산을 찍고 있는 분들에게 다가가 무얼 바라보시냐고 물었더니 바위산에 글쎄 부엉이가 살고 있다고 했다. ‘~ 다들 그래서 몇날몇일 줄을지어 저 높은 산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던거구나~!’ 하면서도 사실상 부엉이를 보는 건 하늘의 별을 따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부엉이가 바위산 절벽 언저리에 둥지를 치고 새끼를 기르고 있다 하였다. 이런 부엉이와 새끼를 만나고자 사진작가들이 하염없이 바위산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또한 조용한 시골에선 드문 풍경이었다.

 

어느날은 짝꿍이 일을 마치고 오랜만에 아이스크림이 무척 먹고 싶다해서 차를 타고 고산에 나갔다가 집에 오는 마을 지름길에서 우연히 어느 생명체의 뒷모습을 보았다. 야생동물이 분명했고 나는 단번에 부엉이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가슴은 두근거렸고 그 순간 나의 모든 신경이 부엉이에게로 쏠렸다. 곧바로 우리쪽으로 얼굴을 돌린 부엉이를 보고 우리는 두손을 꼬옥 붙잡았다. 그리고 차의 라이트를 최대한 낮추고 뒤로 조금 물러났다. 그렇게 한참동안을 부엉이를 바라보았다.

 

부엉이는 엄청나게 두둑한 몸과 내 손바닥 만큼이나 큰 발바닥을 지니고 있었다. 어둠속에서도 그 위엄한 자태를 감출 수 없던 부엉이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를 의식했는지 속도를 내어 뛰어가다 날아보려 했지만 이내 뒤뚱거리며 몇 걸음을 더 걸었다. 그 모습이 큼직한 몸과는 다르게 너무나 우습기도하고 사랑스러워서 우리는 한쪽 손으로 입을 막고도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러다 부엉이에게 조심스레 가까이 다가가 보았는데 아무런 기척을 하지 않는 부엉이가 혹시나 다친건 아닌지 괜스레 걱정이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짝꿍은 조심스럽게 차에서 내려 부엉이에게 다가가 보기로했다. 부엉이와 짝꿍의 거리가 좁혀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단 몇 걸음 사이에 부엉이가 있었고, 부엉이는 곧 기품있게 날개를 펼치더니 우아하고 웅장하게 날아가버렸다. 걱정도 잠시 부엉이와 온전히 함께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여전히 우주적 신비가 우리를 맞이하는 것 같다. 부엉이는 우리에게 지금이라는 선물을 선사하고 싶었던 걸까.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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