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 칼럼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품앗이 칼럼

> 시골매거진 > 품앗이 칼럼

[이근석의 완주공동체이야기] 땅강아지2021-06-17

  • 첨부파일
  • 첨부된 파일이 없습니다.


요즘 논농사를 짓기 위해 쟁기질도 하고 로터리와 써레질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다른 지역은 이미 모내기까지 끝낸 곳도 보입니다. 벼의 품종에 따라, 기후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데요. 우리 지역은 우렁이 농법으로 짓다 보니 일정정도 모를 키워서 심기에 다른 곳보다 늦습니다.

논을 갈면 뒤따라 오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황로입니다. 목 부위가 황색을 띠어 붙여진 이름으로 보입니다. 쟁기질하면 땅속에 있던 다양한 곤충들이 밖으로 드러나게 되니 자연 새의 먹이가 되어 기계 뒤를 졸졸 따라오며 배를 채우는 광경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중에는 땅강아지도 있습니다. 땅속을 헤집고 다니면서 작물들의 양양 공급을 원활하게 해 주는 유익한 곤충입니다.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눈에는 확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요즘 지역에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준비하느라 이 사람 저 사람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준비팀에 이어 발기인으로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추천을 받고 사람들의 근황을 듣는 기회가 생기는데 참 많은 분이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지만 곳곳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활동하면서 지역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구나 하는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능력이 좋아 이 일 저 일에 관여하거나 활동을 하는 분들도 많고, 아니면 자기가 정말 하고 싶거나 꼭 해야 할 일만 매달리는 사람도 있고, 같이 하면 여러 가지로 능력을 발휘할 것 같은데 꿈쩍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아무튼 각자의 처지에 따라, 생활 환경에 따라 열심히 살고 계십니다.

모든 조직이 그렇듯이 능력이 좋다고 모든 일에 힘을 발휘하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 조직하려는 협동조합에 맞는 사람이 있고, 다른 일을 하면 더 빛을 발할 것 같은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움직임도 지역에 필요하고 꼭 있어야 할 조직이지만 모든 사람이 열심을 내어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협동조합은 필요하다고 구성되지는 않습니다. 절절한 마음과 꼭 있어야 나의 문제와 지역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이것이 형성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없다고 하는 절박함이 자신에게 있어야 함을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잘하는 협동조합도 그런 마음에서 모였고 그래서 지속성을 담보하는 것이라 봅니다. 그 속에는 앞장서서 이끄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더욱 튼튼하게 자리를 잡게 하는 것은 묵묵히 멈추지 않고 지원하고 힘이 되어 주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당장 앞으로 나와 활동하지는 못하지만, 수면 아래에서 주변의 여론을 만들고 이끄는 사람에게 지치지 않는 응원을 하는 사람이 많아야 우리 지역이 더욱 발전되고 살고 싶은 곳이 되리라 믿습니다.


/이근석은 귀촌해서 고산 성재리 화전마을에 살고 있다. 전북의제21 사무처장을 거쳐 지금은 완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으로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농촌별곡]
다음글
[나카무라의 비봉일기 10] 조용한 힘을 모은 비봉에서의 1년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