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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별곡]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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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10년을 돌아보며

 

새해 첫머리부터 큰 눈이 내렸다. 내려도 너무 내렸고, 몹시 매서운 한파까지 몰아쳐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었다. 수도관이 얼고, 보일러 배관과 화장실 변기가 막혔다고 여기저기 아우성이 끊이지 않는다. 이 고장의 경우 60년 만의 최저기온이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지 싶다. 매서운 추위에 웬만해선 밖으로 나다닐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하릴없이 집안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또한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북극지방이 따듯해진 데 따른 지구의 반작용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여름은 더욱 더워지고 겨울은 더욱 추워지는 양극성기후가 이어질 거란 분석이다. 결국 인류의 끝없는 탐욕이 부른 자업자득인 셈이니 누굴 탓하겠는가. 게다가 3차 유행국면을 지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쳐 새해를 맞는 심정이 이래저래 말이 아니게 됐다.

그러고 보니 서울을 떠나 이 고산 땅으로 삶터를 옮긴지도 이제 10년이 넘어간다. 돌아보면 아찔하다. 아무런 기약도, 연고도 없는 곳에 어디인들 서울보다 못할까하는 생각으로 무턱대고 내려왔더랬다. 벼농사를 밥벌이 삼아 용케 자리를 잡았고, 새로운 인연들과 더불어 행복한 시골살이를 일궈가는 중이다.

무작정 내려온 터라 처음 한 두 해는 적지 않은 시간을 이전의 삶을 정리하는데 할애해야 했고, 그 반평생을 갈무리하는 뜻에서 <노동인권 이야기>(철수와영희)를 펴냈다. 며칠 전 그 책 10쇄를 찍었다는 기별을 받았는데, 풀리지 않은 도로사정 탓에 오늘에야 증쇄본 두 권이 택배로 도착했다. 돌아보면 <완두콩>과 끈을 맺은 것도 이 책 덕분이다. ‘고산에 사는 차 아무개라는 귀농인이 얼마 전 책을 냈다더라고 지면에 소개되었고 그 인연이 고정칼럼 농촌별곡으로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 말고, 이 책과 칼럼 사이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 책에서 다룬 사회과학적 식견과 농사꾼의 삶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완두콩>이 그러하듯 그저 소소한 시골살이와 농사이야기를 다뤄왔지 싶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이미 큰 강을 건너왔고 다시 10년 전의 세계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것이다. 한동안은 이 또한 스스로 쌓은 이겠거니 여기기도 했다. 책이야 그 독자층이 해체될 때까지는 계속 나오겠지만 실존의 영역은 지금 발 딛고 선 이 세계다.

오늘도 눈이 발목까지 쌓인 뒷산 오솔길을 걸었다. 눈이 내려 설국을 이루고 조그만 공간에 갇히게 되면 쌓인 눈높이만큼이나 생각도 깊어지는 모양이다. 지나간 10년을 되작이고 그 앞날을 떠올려본다. 그저 한 점으로 고요히 살다가 시나브로 사라지리라 했었다. 하지만 삶이란 게 생각대로만 되는 게 아닌지 이리 저리 엮이고, 뜻밖으로 일이 커지면서 다시 업을 쌓는 꼴이 되어가고 있다.

이래저래 희망을 노래하기 어려운 시절에 맞는 새해는 어쩔 수 없이 음울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올 한해 어떤 노래를 부를 것인가. 이제까지 해왔듯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안겨주는 그런 부류의 노래? 시골살이라는 건 사실 봄-여름-가을-겨울로 거듭 되풀이되는 삶이다. 물론 단순 도돌이표보다는 나선형에 가까워 나름의 변주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다. 지난 10년 고산 땅에서 쌓인 삶의 내력이 이제 깊은 울림을 주는 노래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한다.


/차남호 비봉 염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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