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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2] 옻독을 낫게 해주는 까마귀밥나무2020-08-13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2] 옻독을 낫게 해주는 까마귀밥나무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2


옻독을 낫게 해주는 까마귀밥나무



경천에서 사계절을 몸담고 있다 보니 늘 평화로울 줄만 알았던 이곳에도 매일같이 새로운 일들이 일어난다. 올 여름은 무지하게 덥다가도 계속해서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다. 지치지 않고 내린 비로 텃밭의 토종 토마토가 무르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장마로 지구촌에서 겪고 있을 여러 상황들에 실로 공감이 간다.


삼례에 살던 때와 달리 경천으로 이사와 버스를 종종 이용하는데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연두색 버스 덕분에 읍내며 내가 필요한 곳까지 닿을 수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언제든지 원하는 때에 이동할 수 있는 자가용과 달리 버스가 도착하기 전 보따리 한가득 들고 담소 나누시는 정겨운 할머니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며 이동 중 창밖으로 보이는 짙어가는 여름의 초록빛 풍경을 보고 있자면 가는 길이 짧게 느껴져 괜한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마을 곳곳에 들르는 버스 덕분에 새로이 알게 된 저수지의 멋드러진 풍광은 이 노선의 묘미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사는 집이 조금 외지다 보니 정류장까지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데 집앞 갈림길에서 손을 흔들면 세워주시는 기사님 덕에 오늘도 버스에 몸을 싣는다.


어느 날은, 경천으로 이사온 내게 환영 인사라도 하듯 몸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라 생각했는데 눈에 보일정도로 점점 심해지는 증상에 병원으로 달려갔다. 혹여나 대상포진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가던 길에 만난 마을의 어르신은 나의 상태를 보시더니 단번에 풀독이라고 알려주셨다. 아니나 다를까 의사선생님도 내가 무엇과 접촉한 모양이라고 하신다. 풀이었다. 처음에는 열을 내리고 염증에 좋은 약초인 소리쟁이로 몸을 씻고 마셔도 보았지만 지속적인 간지러움을 잠재울 약이 필요해 병원에서 지어온 약을 먹고 연고를 발라주었다. 그리고 섬유질 많은 채소와 과일을 먹으며 되도록 몸을 자극하지 않으려 식이요법도 병행했다. 


어느 날은 문득 어떠한 풀이 뇌리를 스치는데 옆에 있던 짝꿍이 혹시 옻이 오른 게 아니냐고해서 설마하고 검색해보니 머릿속에 떠올랐던 그 식물이었다. 아이쿠머니나! 옻이 오르다니. 얼마전 자연미술 프로그램을 하기위해 식물을 채취했었는데 잘 모르는 식물 잎사귀를 건드렸다가 옻이 오른 것이다. 병원약에 의지하고 있던 상황에서 어쩌면 치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던 이 식물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옻은 따뜻한 성질로 몸의 피로를 풀어주고 기운을 돋아주며 우루시올이라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그리고 옻나무 주변에는 까마귀밥나무라는 관목이 90%이상 자생하고 있는데 옻나무와는 공생관계인 이 나무를 옻독이 올랐을 때 달여먹으면 신기하게 잘 낫는다고 한다. 약명은 옻칠, 풀해, 나무목자를 써서 칠해목(漆解木)이라 불리며 우리 조상들이 옻이 올랐을 때에 약용해온 식물이다. 병이 있는 곳에 약이 있다는 자연의 섭리처럼 옻나무 군락지에는 옻나무와 공생하는 칠해목이 반드시 있다고 한다. 칠해목은 옻의 독을 해독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옻닭을 먹을 때 함께 넣어 먹기도 한다.


내가 접촉한 옻나무는 산에서 옮겨 심은 것이라 근처에 자라는 까마귀밥나무를 볼 수 없었지만 인터넷을 통해 칠해목을 주문해 꾸준히 마신 결과 서서히 알레르기와 가려움증이 줄어들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숲속 식물들이 자아내는 관계 속에서 자연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으며, 새롭게 만난 칠해목이 시골살이의 가정상비약초로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


/글쓴이 신미연은 2018년 완주로 귀촌해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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