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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기 좋은 날] 소양 신왕마을 노부부, 김창환-부의정2020-06-11

[농사짓기 좋은 날] 소양 신왕마을 노부부, 김창환-부의정


김창환, 부의정 어르신이 흥겨운 노래를 들으며 마늘을 캐고 있다. 


밭은 내 직장이자 헬스장

 

매일매일 기분좋게 출근

일 끝난후 밥상에 술 한 잔

"보약이 필요 없어"

 

2일 오전 소양면 신왕마을에 들어서니 저 멀리 누군가 일을 하고 있다. 김창환(83) 할아버지의 밭이다. 창환 할아버지는 고추 지줏대를 세우고 있었고, 부의정(80) 할머니는 마늘을 캐고 있었다. 휴대용 오디오에서는 흥겨운 노래가 나오고 있다. 그들만의 노동요이다.

복숭아 농사를 주로 하는데 지난주에 다 쌌어요. 지금은 좀 한갓진 편이에요. 오늘은 마늘도 캐고 밭 이곳저곳 돌아보고 있어요.”

부부는 매일 밭으로 나간다. 오전 9시 즈음 나와서 점심때 잠시 쉬었다가 다시 3시쯤 나와 해가 질 때까지 일한다. 할아버지 표현으로 이 밭은 부부의 직장이다. 집과 일터까지의 거리는 약 450m. 매일 출근하는 기분으로 집을 나서고 퇴근하는 기분으로 집을 향한다.



겨울에도 눈, 비 오는 날 빼고는 매일같이 밭에 나와요. 놀아도 여기에서 놀아요. 농사짓는 사람이라면 제 말을 이해할거예요. 여기가 제 헬스장이기도 해요. 농사를 지으면 운동도 되잖아요. 내 건강의 비결은 농사예요.”

처음부터 부부가 농사를 지었던 건 아니다. 농사의 자도 몰랐던 이들이지만 1970년대 새마을운동 때 논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농사꾼이 됐다. 창환 할아버지가 직장을 퇴직한 후에는 복숭아 농사까지 더해져 부부는 더 바빠졌다.

친구가 재미삼아 해보라며 복숭아 묘목을 줬어요. 그게 이렇게 일이 될 줄은 몰랐죠.(웃음) 시내 사람들이 농사 짓는다고 시골로 오곤 하잖아요. 근데 섣불리 결정할 일이 아니에요. 농사가 쉬운 게 아니거든요. 농작물을 자식처럼 생각해야 해요. 그래야 힘든 줄 모르죠.”

의정 할머니는 고향이 서울이다. 지어본적 없는 농사였지만 이제는 베테랑 농사꾼이다.

뭣도 모르고 시집와서 평생을 살았어요. 농사 짓는 거 당연히 힘들죠. 그래도 나이가 드니까 더 움직여야 되더라고요. 가만히 있으면 몸이 굳어요. 한해 한해가 몸이 다르긴 해요. 일 하고 나면 허리도 아프고. 근데 또 재미가 있어요.(웃음)”




김창환 어르신은 벌써 15년째 영농일지를 쓰고 있다.


창환 할아버지는 부지런하시다. 2005년 친환경 복숭아 재배를 하면서 영농일지를 쓰기 시작했으니 올해로 15년째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 단 몇 줄이라도 써야 하루를 마감하는 기분이 난다.

영농일지를 보면 다 나와요. 올해만 해도 복숭아를 523일부터 일주일간 쌌는데 작년 일지를 보니까 610일까지 쌌더라고요. 올해가 시기가 빠른 거죠. 날씨가 따뜻하다는 거예요.”

여든이 넘은 나이이지만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으신다. 집에는 농사 관련 책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집안 곳곳에 공부의 흔적이 보인다. 요새 공부하는 작물은 고추다.

잘 모르니까 책을 봐야 알죠. 더 모르는 건 농업기술센터에 물어보기도 해요. 농사 처음 시작했을 때도 책을 보고 했어요. 독학을 한 거죠. 책에 다 나와 있어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염치없지만 처음 본 어르신들을 따라 집으로 가서 점심까지 함께 한다. 밥상에는 고춧잎 무침과 우거지국, 배추김치와 상추겉절이, 부추전이 소담스럽게 올라가있다. 모두 부부가 지은 농작물로 만든 반찬이다.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잔.

이게 내 보약이에요. 딱 한잔만 마셔요. 새벽 내 일하고 와서 땀 흘리고 마시면 좋아요. 한잔은 보약이고 두 잔부터는 술이거든요. 남은 건 오후에 일하고 와서 또 한 잔 마시는거죠.”

부부는 농사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말한다. 노력도 있지만 하늘의 운도 따라줘야 한다. 그래서 쉽지 않다.

비도 바람도 사람의 힘으로는 못 하잖아요. 우리가 열심히 노력한 만큼 농작물들이 같이 따라와 주면 그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어요. 반대로 농작물이 아파 죽으면 마음이 아파요. 자식이 아프면 마음 아픈 거랑 똑같아요. 농사는 사랑이에요. 사랑을 가지고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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