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의 완주이야기 61] 봉동읍 장구리(長久里)201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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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동읍 장구리(長久里)
봉동읍 14 법정리명 모두 좋아 이름 가운데 역사가 들어난다. 장구리(長久里)는 ‘오래된 마을 오래 갈 동네’라는 뜻이다. 흔히 역사를 두고 ‘재미나다’ 편과 ‘지루하다’는 쪽으로 나뉜다. 이 고장 오래됐다함은 조선 이전에 ‘우소저(于召渚縣)’∙‘우주현(紆州縣)’시대가 있어서 ‘장구리’가 오래된 땅이다. 요즈음 야산을 깎아 넓혀 공장을 지으면서 그 이름이 더 묘해졌다. ▴‘테크노밸리!’ 이 뜻 아는 사람 몇이냐 묻고 싶다.
단문하여 갖갖으로 사전을 찾아보니 ‘테크노(techno)’+‘밸리(valley:고등학교 기본어)’를 합친 말. ‘테크노’는 기술∙공예이고, ‘밸리’는 계곡-골짜기-유역이라는데 봉동읍민 나아가 완주 군민 모아놓고 물어보면 몇 %가 알고 대답할까? 장구(長久)히 오래갈 이름이라 이렇게 지었다면 할 말 없지만 하여간 괴이하다. 이 지역이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골짜기)이나 물 흐르는 유역이 아니었다. 혹 위의 우소‘저’(于召‘渚’)에 ‘저(渚)’가 있어 밸리(valley)라 했다면 연구 가치를 인정할 수 있으나 그랬느냐는 말이다. 미국과 상대하기 74년 오래야 됐지만 꼭 영어 써야 사느냐는 말이다.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를 차용한 것으로, 테크노 즉 첨단 산업들을 실리콘밸리처럼 집중해 단지화 한다.”
그래서 이 이름이라 할지 모르나 우리나라는 한국이다. 한국사람 알아듣기 쉬운 이름 없단 말인가. 외국 사람이 얼른 알아듣고 돈 퍼 부으라고 이랬다면 두고 볼 일이다. 이것저것 남이 쓰니 우리도 이렇게 해보는 것이라면 이 역시 기가 막힌다. 장구리의 옛 역사를 좇아 ‘우주공단(紆州工團)’이라하면 차라리 더 실감날 터인데 이는 서민들 하는 말이고, 칼자루 잡은 사람 마음대로라면 더 이상 언급을 피하는 게 상책이다. 호남고속도로 ‘익산IC(요금소)’ 이 자리가 분명히 완주 땅이니 '완주북 IC'이어야 맞다. 1990년대까지 장구리 학생들은 걸어 낙평리 완주중학교를 다녔는데 봉서중학교가 서 거리가 많이 가까워졌다. 공단 설립이야 좋지만 폐기물시설이 문제이다. 촉진법 제5조에 ‘산업단지 개발 면적 50만㎡ 이상이고, 폐기물 발생량이 연 2만 톤을 넘는 경우 처리시설을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돼있다.
완주테크노밸리 제2 일반산업단지는 폐기물 매립장 의무설치 요건에 해당해 촉진법(제5∙7조 및 시행령 제3조 1항)에 따라 취소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민의 반대가 많자 박성일 완주군수는 군청에서 “지금까지 추진돼 온 일을 중단하고, 다시금 주민 여론을 받아들이는 절차를 갖겠다.(전북도민일보)”고 밝혔다. 테크노밸리 조성으로 땅값 올라 좋아 하는 사람과 폐기장 싫어하는 주민으로 인심이 갈려 이게 걱정이다. 장구리 늘 ‘장구 치며’ 즐기는 마을 되기 바란다. 이 지역 어딘가 땅속에서 남근석(男根石)이 나왔다는데…
/이승철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