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받는 농부<2> 동네 토종씨앗 수집기2019-07-01
동네 토종씨앗 수집기
한창 바빠지는 농번기가 오기 전 씨앗받는농부(씨받농)에서는 고산지역 토종씨앗을 수집하러 다녔습니다. 씨앗을 수집하러 가는 길을 늘 이야기가 뒤따라옵니다. 씨앗이 농부의 손에 들어오기까지 씨앗이 했던 여행이 있기 때문입니다. 씨앗의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씨앗이 들어온 농부의 삶의 사계절에도 씨앗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한여름 매콤하게 익어가는 칠성초마냥 고된 시련 속에서 빨갛게 열을 내며 살아야했던 시절이 있고 검정찰옥수수마냥 속이 타들어가는 때도 있었겠지요. 농사가 잘돼 절로 콧노래가 나오는 시절은 포근하고 맛도 좋은 완주녹두마냥 모든 게 너그러워지기도 했을 겁니다.
이웃의 할머니나 농부들은 씨앗만을 전해주지 않습니다. 그네들의 마음씀씀이를 같이 전해주지요. 씨받농에도 농부님들이 기증해주신 다양한 씨앗들이 있습니다.
흰들깨, 녹두, 검정동부, 흰동부, 검정찰옥수수, 한산수수, 토종벼(구천도, 화도, 북흑조), 찹쌀참깨, 부추, 흰완두콩, 사과참외, 쇠뿔가지, 고추(수비초, 칠성초, 음성재래, 금패초), 앵두팥, 개골팥, 어금니동부, 한아가리콩 등.
토종씨앗들은 다양한 이름만큼이나 맛도 다채롭습니다, 그래서 농사가 더욱 즐거워지지요. 또한 이웃들에게 전해줄 수도 있습니다. 씨앗한줌에 바삐 움직이는 발길 잠시 붙잡아 소담소담 이야기꽃도 피우게 되고 밥상 위에 숟가락 하나 얹어 밥 한술 같이 뜨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야기가 있는 토종씨앗은 나와 이웃을 연결해주기도 하지요.
씨받농에 있는 토종씨앗들 또한 지금은 작은 병속에 있지만 씨앗을 소중히 아는 어느 손길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품을 준비를 하고있겠지요?
/씨받농 농부 방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