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기획특집

[오가는 길이 하나 설경마을] 택시타고 시집온 박은순씨2019-04-01

[오가는 길이 하나 설경마을] 택시타고 시집온 박은순씨


농사짓기 싫었는데 천직이 되었네

 

마을서 부지런하기로 유명

땅이 있고 풀이 나는 걸 어떡해

 

김종국(65)·박은순(62)씨 부부는 마을에서 부지런하기로 유명하다. 나무 농사도 짓고 풋마늘, 당근 등 채소 농사도 짓는다. 하우스농사도 하다 보니 겨울철에도 일을 하는데다, 로컬푸드직매장에 물건을 매일 납품하니 새벽 6시는 일과를 시작해야 한다. 그래도 힘든지 모르고 즐겁다. 부부의 얼굴에서 불만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이날 박씨를 만났을 때도 그녀는 마당에 앉아 다음날 로컬푸드직매장에 내놓을 파를 다듬고 있었다.

장갑을 끼면 일이 더뎌져. 빨리빨리 해야는데 장갑 끼면 그게 안 되니까 그냥 맨 손으로 하는 거야.”




 

다음날 로컬푸드직매장에 낼 파를 다듬고 있는 은순씨 손끝이 새까맣다.



흙이 묻어 새카맣다. 그녀는 파란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요새 공기가 안 좋아서인가 일하고 나면 목이 칼칼해. 부직포로 된 마스크는 답답해서 면마스크라도 찼어. 자식들이 준 마스크는 뭔 방독면같이 생겼더만. 그걸 어떻게 쓰고 일하겠어.”


그녀는 진안에서 시집왔다. 이 동네를 잘 아는 그녀의 시할머니를 통해서다.

택시 타고 왔어. 결혼하고 이 동네 왔는데 아줌마들만 있는 거야. 또래는 2~3년이나 지나서 들어왔어. 결혼 전에는 자유롭게 돌아댕기다가 마을로 들어오니까 어찌나 심심하던지. 마을 뒤는 산으로 막혀서 답답하고 나갈 길은 하나지 죽겠더라니까. 집 앞에 있는 샘에 가서 저녁에 울기도 하고. 지금은 괜찮아. 근데 내가 별 이야기를 다하네.”


은순씨 남편 김종국씨는 늘 부지런하다. 이날 종국씨는 나무농사를 위해 밭에 거름을 뿌리는 작업을 했다.


마을이 시내와 외떨어져 있다 보니 자녀들은 전주 쪽까지 학교를 다니곤 했다. 그래서 그녀는 운전을 배웠다.

초등학교는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간중초로 다녔어. 애들이 걸어오면 볼이 빨개서 물 달라고 하고. 비 오면 논두렁길이니까 장화신고 가고. 내가 안 되겠어서 운전을 배웠어. 10시에 야간자율학습 끝나면 데리러 가고 그랬지.”


부부가 로컬푸드와 인연을 맺은 지는 벌써 7~8년째. 이제는 모든 일상이 로컬푸드 일정에 맞춰 돌아가고 있다.

로컬푸드에 물건을 내놓을 라면 일이 많아. 약도 못하잖아. 대파만 해도 최소 여섯 번은 메야 수확할 수 있어. 포장도 해야 하고. 우리는 애들한테 시내서 대파 같은 거 사먹지 말라고 해. 그런데는 일주일에 한번은 약을 칠걸?”



부부 집에는 개 두마리가 있다. 부부처럼 사람을 좋아한다.


이제 환갑을 조금 넘긴 나이. 시집 와서 서툴게 시작한 농사가 이제는 천직이 되었다. 꿈이 농부는 아니었지만 이제는 논밭을 떠날 수가 없다.

결혼 전에는 농사짓기 싫었어. 남편이 회사 다니면 나는 집에서 집안일 하고 몸치장도 하고 팠거든. 지금? 땅이 있는데 어떡해. 풀이 나는데 어찌 그냥 지나가겠어. 농사지어야 애들도 먹을 거 챙겨줄 수 있잖아. 농사 해야지.”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오가는 길이 하나 설경마을] 홍의선·박복임 부부
다음글
[오가는 길이 하나 설경마을] 옛 이름 선경, 복숭아꽃 피면 도원경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