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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6] 빠가사리 매운탕2018-08-06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6] 빠가사리 매운탕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6] 빠가사리 매운탕

외율마을 마을회관 요리



“날이 너무 더워서 못혀. 가을에 김장할 때나 와” 지난 달에 취재하면서 만난 구이면 할머니께서 갑작스럽게 통보하셨다. 이번달에 가지김치를 취재하러 가기로 약속 했는데 재난 수준의 무더위 때문에 음식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불볕더위에 불 앞에서 음식을 해달라고 하는 게 미안하던 참이었다. 100년만의 더위라고 하니, 할머니도 나도 태어나서 처음 겪는 무더위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우리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날씨가 좋아도 음식을 하시는 할머니를 찾기가 힘든데 이런 날씨에 음식을 해서 드시는 분들이 계실까? 지인을 통해 아이디어 하나를 얻었다. 7~8월에 만경강이나 고산천 주변에서 천렵(주로 남자들이 봄, 여름에 냇물에서 고기를 잡으며 즐기는 놀이)을 즐기는 분들이 있다고 한다. 천렵을 하면서 매운탕을 끓여 먹는 분들을 취재하는 것은 어떠냐는 얘기였다. 여름에 어울리는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폭염주의보로 야외활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문자가 매일 울리는 탓인지 냇가에도 사람들이 없었다.


우리는 방향을 계속 수정해서 매일 밥을 해서 같이 드신다는 마을회관을 찾았다. 이왕 천렵으로 아이템을 정했으니 어르신들과 함께 점심으로 얼큰한 매운탕을 해 먹으며 옛날 피서 이야기도 나눌 요량이었다. 천렵을 해서 잡은 것은 아니지만, 요즘이 제철이라는 ‘빠가사리’를 2kg 구입해서 가져갔다.


빠가사리라는 별명으로 더 익숙한 이 민물고기의 정식 명칭은 동자개다. 서해와 남해로 유입되는 하천에 사는데 약 20cm되는 몸 길이에 수염이 나 있는게 꼭 메기를 닮아있다. 만경강도 주요 서식지 중 하나로 예전부터 전주와 완주, 익산 등지에서는 이 동자개를 이용한 찜이나 탕을 많이 해 먹었다고 한다.


우리가 찾아간 마을은 봉동에서 고산으로 가는 마을길 안쪽에 자리한 외율마을이다. 아침 일찍 부녀회장님을 만나 텃밭에서 고추와 호박, 깻잎을 따서 회관으로 가져갔다. 회관에 들어서니 아침부터 어르신들이 더위를 피해 두런두런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원래 알던 사이인 것처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어르신들을 위해 우리가 두 팔 걷어붙이고 일을 해야 하지만 요리무식자인 우리는 빠가사리를 이날 처음 봤다. 한술 더 떠서 매운탕을 먹어본 적은 있어도 끓여본 적은 없었다. 언제나처럼 우리는 입으로 일했다. 어르신들 심심할 새 없이 계속 이런 저런 질문을 하며 할머니들과 함께 빠가사리 매운탕을 만들었다.


외율마을 어르신들은 늘 함께 밥을 해서 드신다고 한다. 함께 밥먹는 사이여서 그런지 서슴없이 장난도 치고 서로 밥을 챙기는 모습이 이웃사촌을 넘어 가족같았다. 외율마을은 넓은 논 대신 좁은 산비탈에 기대 농사를 짓고 모여 살던 부락이었다. 지금은 소 키우는 농가가 많아 형편이 넉넉해졌지만, 예전에는 대부분 가난한 살림이었다고 한다.


“이맘때면 퍽퍽한 보리밥에 감자를 쪄서 비벼 먹었어. 부잣집이나 쌀을 얹어 밥을 했지.” 이정수(84) 할머니께서 말씀하신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 화산으로 시집갔다가 70년에 다시 돌아온 할머니는 여름철 밥상에 대해 묻자 이렇게 말씀하셨다. “찬물에 보리밥 말아서 된장에 고추 찍어먹으면 그게 반찬이야. 마을이나 양파도 없을 시절이라 반찬도 요즘처럼 다양하지 않았어.” 고급 작물이어서 부잣집이나 귀하게 먹던 마늘이나 양파가 대중화된 것은 80년대 넘어서라고 한다.


빠가사리 매운탕을 만들고 함께 모여 앉아 식사 중인 외율마을 회관 어르신들.



귀한 게 어디 이것뿐일까. 반찬 양념에 핵심인 고추가루와 참기름, 들기름을 내리는 방앗간이 없으니 이것 또한 귀할 수밖에 없었다. 고추 농사지으면 집에 와서 절구에 고추 빻고 기름은 가마솥에 여러 번 삶아 면보로 짜내서 만들었다고 한다. 깨를 수확하면 기름짜는 틀이 있는 집에 모여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기름을 내렸다. 물론 그 맛과 향은 지금의 기름 맛에 비할 수 없을 것이다. 할머니 몇 분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 빠가사리 매운탕이 완성되고 어느 덧 밥시간이 다 됐다.


동그란 부페 접시를 놓고 반찬 뚜껑과 집게를 놓으면 점심식사 준비가 끝난다. 어르신들은 차리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이나 편하다고 하신다. 앉아 계실 때는 몰랐는데 음식을 가져오기 위해 일어서니 할머님들은 허리나 다리가 많이 굽어 있었다. 불편한 몸을 기대서 줄을 서고 자기만의 속도로 음식을 드신다.



할매 손맛이 담긴 빠가사리 매운탕.



1시간 이상 센 불에서 푹 쪄낸 빠가사리에 생강으로 잡내를 없애고 이런저런 양념과 텃밭채소를 넣어 얼큰하게 끓여낸 매운탕이 일품이었다. 빠가사리 매운탕은 낯선 재료로 익숙한 맛을 내고 있었다. 함께 모여 먹는 밥상도 이런 맛이 아닐까? 물론 이 날의 낯선 재료는 우리 두 사람이었을 것이다.





빠가사리 매운탕 : 비린맛은 상추와 깻잎으로 잡아요


재료  :  빠가사리 2kg(30마리), 실가래(시래기) 한봉지, 호박 1개, 고추 15개, 양파 3개,
            파 3뿌리, 상추, 깻잎
양념  :  고추 양념 3국자, 다진 마늘 5큰술, 다진 생강 2큰술, 굵은소금 5큰술, 깨소금 2국자,
            간장 한 컵



1. 빠가사리는 내장을 빼고 소금물에 몇 번 헹구어 둡니다.




2. 빠가사리를 큰 냄비에 넣고 물4컵, 간장 1컵을 넣어 뚜껑을 닫아 센 불에 쪄냅니다.




3. 고추는 어슷썰고, 호박은 씨를 빼고 껍질을 벗겨 먹기좋게 썰어둡니다.
 양파는 두껍게 채썰어 이 재료들을 모아둡니다.




4. 물 500ml에 고추 양념 3국자, 깨가루 2국자, 소금 5큰술, 다진마늘 5큰술을 넣고
    잘 섞어둡니다. (20분 끓여줍니다)




5. 다진생강 2스푼을 넣습니다. (10분 끓입니다)




6. 생선을 뒤집습니다.  4번 만들어둔 양념장과 실가래를 넣습니다.
    양념장을 골고루 퍼지게 저어둔 뒤 3번 준비해둔 야채를 수북히 넣습니다.
    (30분 끓입니다)





할매 비법

- 빠가사리는 가시가 있어서 손질할 때 조심히 해야 합니다.
- 생선매운탕을 만들 때 상추를 넣으면 생선의 비린 향을 잡아줍니다.
- 상추, 깻잎, 실가래를 많이 넣으면 훨씬 더 맛있습니다.
- 기호에 따라 고추, 고추 양념을 조절해서 드세요.
- 오래 푹 끓여야 비리지 않고 맛있습니다.
- 냄비 뚜껑을 닫고 끓여야 잘 익어서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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