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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5] 더위에 지친 입맛 찾아줄 다슬기 장조림 2018-07-02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5] 더위에 지친 입맛 찾아줄 다슬기 장조림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5] 더위에 지친 입맛 찾아줄 다슬기 장조림

 구암마을 김갑순 할머니의 요리



우리 엄마는 그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을 줄 알았다. 엄마의 보살핌은 당연하게 느껴졌고, 늘 강한 사람이었다. 어느 순간 엄마가 많이 약해졌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여전히 그런 엄마보다 내 마음을 먼저 위로하고 있었다.


오늘 만난 김갑순(78) 할머니는 그 시절을 살아냈던 어머니의 표상으로 세상 그 누구보다 더 강한 엄마였다. “우리 엄마 참 대단한 분이세요. 작년까지도 트랙터와 콤바인 몰면서 직접 농사지으셨던 분인데, 요즘 많이 아프셔서 속상해요.” 할머니가 사시는 곳을 묻기 위해 따님과 통화한 후, 몸이 편찮으셔신 할머니를 귀찮게 하는 건 아닌지 발걸음이 무거웠다.



 

할머니가 일하고 계신 비닐하우스에는 김갑순 할머니 외에 마을 어르신 두 분과 큰 며느님이 함께 일하고 계셨다. 지난주에 수확한 양파 선별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할머니는 일을 마치지 못한 게 아쉬운 듯 무거운 몸짓으로 일어나셨다. 방금 전까지 어떻게 일하셨을까 싶을 정도로 일어서고 걷는 게 불편하신 할머니는 보행유모차를 끌며 천천히 집으로 향하셨다.



 


이면에 위치한 구암마을은 100가구가 사는 제법 큰 마을이다. 멀리 모악산을 배경으로 집집마다 앞뜰에 정갈하게 가꿔 놓은 텃밭이 평화롭게 느껴진다. 마을에서 느낀 첫인상처럼 할머니들과 대화하는 동안 오랜만에 외할머니 댁에 놀러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집안으로 들어서니 한동네 이웃이자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어머님께서 점심을 차려 놓으셨다. 한상 가득 차려진 시골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어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가지나물과 열무김치, 방금 밭에서 따온 각종 쌈채소와 할머니께서 지난 겨울 직접 담그신 고추장과 된장, 묵은 호박나물, 양파지와 깻잎까지 먹음직스러운 반찬이 한상 가득이다. 나는 취재할 생각은 뒷전이고, 한 개의 반찬도 놓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식사에 열중했다. 할미레시피 취재를 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밥먹는 자리에 둘러 앉아 시골밥상의 매력을 맛볼 때다. 옆집 임양례 할머니가 무쳐오신 가지나물이 특히 맛있었는데, 다음에 또 놀러오면 가지김치를 해주시겠다고 하신다.


할머니 세분이 식사를 마치시고 그대로 누우신다. 12시부터는 해가 뜨거울 시간이어서 점심식사 후 잠깐 쉬다가 밭에 나가시는데, 쉬시는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옛 시절 이야기에 피곤한 기색도 사라지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얘기가 이어진다. “예전에는 고추가루를 일일이 절구에 빻았어. 시어머니는 해수가 있어서 방아를 찧을 때마다 연신 기침을 했는데 나는 기침도 안했지. 시어머니가 너는 애가 독살스럽게 기침도 안한다고 했어고단한 시집살이와 힘들었던 농사일을 어떻게 견디셨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재봉틀과 직접 짠 베



할머니의 방 한켠에 오래된 재봉틀이 보인다. “나 시집올 때 중고로 샀응께 60년도 더 됐지.” 할머니는 자랑스러운 자식을 보듯, 든든한 친구를 보듯 흐뭇한 표정으로 말씀하신다. 젊은 시절 삼베와 모시를 직접 짜서 수의도 만들고 집에서 입는 옷도 직접 만드셨단다. 장농속에서 오래된 삼베와 모시를 꺼내서 보여주셨는데, 색은 바래져 있어도 아직 시원한 공기를 머금어 숨쉬는 듯 살아있는 것 같았다

 

할머니 두분이 일하러 나가시고 김갑순 할머니와 임양례 할머니는 아침에 사온 다슬기로 장조림을 해주셨다. “다슬기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건디? 입맛 없을 때 다슬기 넣고 국 끓이면 한대접 잘 먹었지.” 예전에는 논이나 저수지 주변에 다슬기가 많았다고 한다. 논에 나갔다 올 때면 한 바가지씩 잡아와서 감자넣고 국 끓여먹곤 했다는데, 요즘은 논에 약을 쳐서 그런지 다슬기가 없다며 짐짓 아쉬워하신다. “예전에는 다슬기를 넣어서 끓이면 퍼런 국물이 뽀얗게 우러났는데, 요즘은 시장에서 사다 먹어도 그 맛이 안 나할머니께서는 입맛 없을 때 가끔 모악산 밑에 있는 다슬기 수제비집에 가서 한 그릇씩 드시고 오신다고 하셨다. 요즘들어 입맛이 통 없어 점심도 많이 못드셨는데 다행히 이 날은 된장 한숟갈과 조선간장 1큰술을 풀어 삶은 다슬기를 잘 드셨다.


 

스물 한살 시집 왔을 당시 구이면 일대 트랙터 모는 유일한 여성이었다는 할머니



취재를 마치고 할머니와 함께 마당으로 나왔다. 아기자기한 텃밭과 빈 공간에 심어 놓은 꽃송이들이 보인다. 그 옆에는 트랙터와 이양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꽃을 좋아하는 젊은 색시는 이양기와 트랙터도 몰아야 했다. 할머니는 차례대로 앉아서 익숙한 듯 시동을 켜서 운전을 해 보이신다.

 

스물 한살에 시집와서 보따리 장사도 하고 경운기, 트랙터, 콤바인 같은 걸 몰면서 구이면 일대 모를 다 심고 다녔지. 그 때 트랙터 운전하는 여자는 나 하나였어.” 할머니께 농기계 운전을 배우게 된 계기를 물었다. “할아버지가 술을 좋아혔어. 술 마시고 경운기를 못 갖고 오니께 내가 가서 몰고 와야혔지. 그 뒤로 기계 모는 걸 배워서 논을 100마지기가지 늘렸어할머니의 표정에서 지난 인생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요즘 들어 나는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사라지고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많아졌다. 할머니와 만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삶에 대한 자신감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인생에 정면으로 부딪혀서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다슬기 장조림

 

재료 : 다슬기 1kg, 진간장 1, 물엿 1, 통마늘 2, 양파 1, 통깨


1. 다슬기를 흐르는 물에 세번 정도 씻어 둔다.



2. 냄비에 물을 넣고 팔팔 끓을 때 다슬기를 넣어 5분 정도 삶는다.



3. 한번 삶은 물은 따로 건져둔다. (수제비를 끓이거나 국물 요리에 활용)



4. 냄비에 다슬기가 잠길 정도로 물을 남겨두고 간장과 물엿을 넣는다. 1:1 비율로 넣되 간은 조절 할 수 있다.



5. 마늘은 얇게 편을 썰고, 양파도 썰어서 넣어 끓인다.




6. 한번 끓으면 불을 꺼서 식히고 통깨를 넣는다

 

 


비법

*국물의 간이 세지 않게 해야 맛있다.

*입맛 없을 때 다슬기 장조림 간장에 밥 비벼 먹으면 여름에는 이만한 반찬이 없단다.



/조율과 박지숙은 IT와 농촌, 몸과 음식을 주제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보고 다르게 일하기 위해 서울에서 완주로 함께 이사 온 친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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