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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익어가는 다자미마을] 전영춘-장세윤 부부2017-11-06

[가을이 익어가는 다자미마을] 전영춘-장세윤 부부

전영춘-장세윤 부부

돌고 돌아 다시 고향

 

 


겨울이었다. 사윗감 선 보러온 예비 장모가 산을 넘어 눈밭을 걸어왔다.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산골마을을 보며 예비 장모는 딸을 보낼 수 없다고 했다.


예전에는 결혼하기 전 미리 부모가 얼굴을 보러 왔어. 그때는 여기가 더 산골이었거든. 우리 장모님이 딸 못 보내겠다 하시더라고. 그래서 결혼 후에 여기서 안 산다고 하니까 시집을 보내시더라고. 사람 하나 보고 보낸다고 하시며.”


다자미마을의 부녀회장 장세윤(67)씨는 전남 순천에서 시집왔다. 순천 예식장에서 식을 올리고 시외버스 타고 완주에 온 후 배 타고 물을 건너 다자미마을로 들어왔다.


그때는 길이 없응게 배 타고 넘어와서 걸어서 집까지 왔지. 뱃사공이 운전하는 나룻배에서 내려 우리 동네까지 걸으면 한 10(4km) 정도 됐어.”


남편 전영춘(72)씨는 다자미마을이 고향이다. 예전에도 감나무가 많은 동네였기에 전씨는 어릴 때에도 곶감을 깎아 장에 내다 팔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이야 깨끗한 시설에 위생을 신경 쓰면서 작업하지만 옛날에는 안 그랬어. 곶감 깎아 말려서 서울에 팔았는데 그땐 탁 난 것도 다 사갔거든. 달고 맛있어서 우리 감이 잘 팔렸어. 가격도 쌌고. 내가 그때 장사를 배웠던 거 같아.”




전영춘-장세윤 부부는 요즘 감말랭이, 곶감 작업에 정신없이 바쁘다.  



부부는 결혼 후 일 년 정도 마을에서 살다 전주로 나갔다. 젊은 부부가 산골에서 자식까지 가르치며 먹고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때 나이로 남자 스물아홉, 여자 스물넷에 결혼했으니 지금말로 노총각, 노처녀였지. 결혼하고 일 년 정도 살다 전주로 나가서 장사를 했어. 그때 남부시장서 감자 장사를 했는데 하루 에 십만 원도 벌고 그랬어. 감자를 깎아서 봉다리(봉투)에 물 넣어 놔두면 잘 안 변하거든. 그렇게 많이 팔았어.”


전주에서 살다 다시 서울로 이사를 갔다. 더 바빠졌다. 당시 세살이었던 막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까지 살았으니 서울살이를 제법 오래 한 셈이다.


전주에서도 좀 힘들었거든. 서울로 가서 자동차를 운전해서 가락동 시장에 물건을 떼다 팔았어. 그걸로 전셋집 장만하고 애들도 다 키웠지.”


매일 바쁘게 자동차를 운전하고 물건을 팔면서도 전씨 마음에는 늘 고향에 홀로 남아있는 어머니가 있었다.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애들도 다 컸고 하니 고향으로 내려왔지. 이 집도 짓고. 그러고 나서 몇 년 후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어. 고향에 내려오니 마음이 편해. 서울에선 새벽부터 나가 장사하며 경쟁해야 했거든. 지금은 그런 걸 안하니까.”


마을의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장세윤씨는 부지런한 천성 때문인지 하루가 늘 바쁘다. 집안일부터 농사일, 각종 마을일까지 신경쓰다보면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을 새가 없다. 마침 비가 내리자 돼지감자를 캐러 나갔던 그가 집으로 돌아와 그때서야 한숨 돌린다. 제일 좋아하는 커피믹스도 한잔 타 마시며.


아유. 비가 오니까 오늘은 쉬는 날이네. 낮잠이라도 자야 되나. 이번 주말엔 또 우리 애들이 오니 마늘도 까야 하고 양파도 까야 하는데. 깍두기를 좀 담가야겠어. 애들 주게.”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말한다. 마음은 편하지만 몸은 고된 것이 시골생활이라고. 부부도 그렇다.


우리 동네는 곶감이 좋지. 물도 좋고 공기도 좋고. 인심도 좋아요. 서울 살 땐 몸도 아프고 그랬는데 여기 오니까 건강도 좋아졌어. 근데 몸은 힘들어. 시골은 일이 많으니까. 돈 많은 사람들이 시골에서 살아보겠다고 오면 편할 텐데 그게 아니거든. 그래도 우리 마을 살기 좋지. 우리 마을만한데도 없어.”



어느새 눌러앉아 버린 고양이들. 밥 때가 되면 현관으로 들어와 밥 달라고 운다.



부부는 닮았다. 사람 좋아하고 유쾌한 성격이 똑같다. 부부의 집에 사는 길고양이 네 마리도 그들의 성격을 닮아간다. 사람을 보면 경계하기보다 슬며시 다가와 얼굴을 비빈다.


저 어미 고양이도 여기 산지 3년 정도 됐어. 작은 고양이일 때 집안에서 씻기고 밥 주고 했더니 이젠 나만 보면 밥 달라해. 아랫동네에서 새끼까지 데려왔더라고. 그것도 세 마리나. 새끼들 모두 어미가 다른데 저렇게 같이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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