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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종장, 다시 숨을 쉬다] 복합문화공간 재탄생2017-09-04

[잠종장, 다시 숨을 쉬다] 복합문화공간 재탄생

누에를 키우던 곳에서 이제는 문화를 키운다

복합문화공간 재탄생





1987년 완주군 용진면의 넓게 펼쳐진 뽕밭에 건물이 들어섰다. 잠업의 중심이 될 잠종장이었다. 뽕나무와 누에를 키워 고치를 생산하는 과정을 잠업이라 하고 여기에 가공 사업을 덧붙여 잠사업이라 불렀다. 잠사업은 일제강점기 장려정책을 거쳐 광복 후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80년대 이후 수출 판로가 막히고 국제 가격이 하락하면서 사양길에 들었다. 완주 잠종장은 2011년 전북 부안에 누에타운이 만들어지면서 이전했다. 용도 잃은 시설은 방치되고 잊혀졌다. 하지만 2017년 현재, 이곳은 완주에서 가장 창조적인 공간 중 하나로 부활했다.


 



누에를 키워 월급을 받고 자식을 키워내던 곳

전주에 있던 잠종장은 1987년 완주군 용진면으로 이전했다. 당시 넓게 펼쳐진 임야에 뽕나무와 건물이 세워졌다. 이곳이 바로 현재 완주군청 뒤편에 위치한 옛 잠종장이다. 과거의 영광은 사라졌고 말없는 바람과 햇빛만 오가는 곳이 되었지만 잠종장은 사람들 기억 속에 여전히 남아있다. 누에를 키워 월급을 받고 자식을 키워냈던 사람들. 그들은 잠종장을 이렇게 기억한다.


"잠종장은 농가에서 주소득작물로서 누에를 다 한번쯤 키워봤다는 그런 누에를 씨를 잠종장에서 생산해서 줬다. 지금은 미미하지만 옛날에는 그 역할이 굉장히 컸지.”(김현주·67)


"80년대가 가장 좋았지. 누에일은. 힘든 일도 많고 그랬어도 오히려 기억해보면 그때가 좋았어. 힘들면 다 같이 얼싸안고 막 서로 복돋아주고 그랬었지. 용진 잠종장에는 내 청춘이 있지."(안숙자·57)


완주군은 2013년 폐산업시설 문화시설 활용 계획 수립 이후 점진적인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2016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옛 잠종장 일부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창조하기 위한 복합문화 공간조성 계획안을 확정했다.

 

쓸모없어진 과거에 숨결을 불어넣다

823일 옛 잠종장에 위치한 전주장 복원연구소가 배움의 열기로 뜨겁다. 지난 7월말부터 오는 12월까지 매주 토요일 열리는 전통짜맞춤 소목학교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국가무형문화재인 소병진 소목장의 목소리에 2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20여명이 집중한다. 이들은 서투르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중간부분 결착방식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정종만(43)씨는 완주로 귀촌한지 100일 정도 됐다. 우연히 복원연구소에 놀러왔다가 전주장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운이 좋게 소목 교육을 알게 돼서 직접 소병진 명장에게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좋은 경험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잠종장에는 문화예술 관련 기관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복합문화지구 누에 '누구나 쏘잉:오픈데이'에서 가죽명함케이스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다른 날 복합문화공간 누에도 시끌벅적하다. <누구나 쏘잉(sewing):오픈데이> 때문. 오픈데이는 예술가들이 문화예술종사자들이 바느질을 한다는 콘셉트로 만든 미싱·바느질 동아리의 시작을 알리고 축하하는 의미에서 완주 군민과 함께 가죽공예 체험을 하고자 마련한 자리다. 오픈데이에 참여한 박광천(39·전주)씨는 공방이 아닌 자유로운 열린 공간에서 공예를 하니 신기하고 즐겁다면서 쉽게 참여할 수 있어 좋고, 완성한 작품은 명함지갑으로 사용할 예정이라며 웃었다.


홍정화(44)강사는 누에 측에서 공간대여를 지원해줘서 일주일에 한 번 봉제실에서 동아리 활동을 진행한다누에의 매력에 푹 빠졌다. 다양한 예술창작공간이 잘 갖춰져 있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고 청년이 요리 솜씨를 뽐낼

옛 잠종장 부지에 자리 잡은 게스트하우스. 이곳은 각종 신청 및 공모를 통해 선발된 전국의 예술작가들이 완주에서 머무르며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이다. 현재 거주 인원은 모두 5.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예술이라는 키워드로 함께 거주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에서 내려와 게스트하우스에서 4개월 가량 머무르고 있는 조미형(29)씨도 그들 중 하나다. 회화를 전공한 미형씨는 복합문화공간 누에의 레지던시 프로젝트로 이곳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와서 이곳이 과거에 잠종장으로 사용됐던 곳이라는 걸 알게 됐다. 전국적으로 작가들이 머무를 수 있는 레지던시들이 있는데 이곳은 타지역에 비해 시설과 환경면에서 훨씬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잠종장은 그들에게 좋은 작업실이자 쉼터가 되기도 한다. 초여름에는 거주 작가들이 함께 뽕나무 열매를 따기도 하고 그 열매를 이용해 오디청을 담거나 오디주, 오디쨈을 담아 먹기도 했다. 염선우(31)씨는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도심에서 멀다보니 이동수단이 없는 저로서는 차를 얻어 타지 않는 한 작업만 해야 한다며 웃었다.

 

잠종장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과거 누에를 키우던 건물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고, 청년들이 모이는 다채로운 색깔을 지닌 건물로.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오는 10월 문을 여는 공동육아나눔터와 현재 과거 잠종장 관사를 활용해 추진 중인 로컬아트 팝업 레스토랑 프로젝트다. 특히 로컬아트 팝업 레스토랑 프로젝트는 로컬아트, 로컬푸드, 일자리를 결합한 창업예술 공방으로 탈바꿈 할 예정이다. 완주군 관계자는 창업을 원하는 다양한 예술가, 셰프, 지역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줌과 동시에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시간은 많은 것을 변하게 한다. 과거의 영광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잠종장도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잠종장의 역사

기억의 씨실, 상상의 날실(공동창조공간 nu-e,2016) 중 발췌


1970년 전주 잠종장 시설 누에고치에서 생사(실크)를 생산하고 있는 모습.


1980년 전주 잠종장의 시험잠실에서 누에 암나방과 수나방의 교미상태를 할애(분리)시키는 작업을 하는 모습.


1985

 

잠종장 신청사 부지로 용진면 선정 후 토지 60,385(뽕밭 46,628)에 건물 28동 신축

1987

12

잠업시험장, 잠업검사소 순차적으로 용진으로 이전

2007

8

용진 잠종장 주변 100여만 m2 완주군청 신청사 부지로 확정

2011

10

농업기술원 종자사업소 잠업시험지 변산 누에타운으로 이전

2012

7

완주군청사 현 자리로 이전

2013

10

완주군 잠종장 부지 매입, 폐산업시설의 문화시설 활용 계획 수립

2014

2

에너지적정기술센터 조성사업 착수/ 완주군청 뒤편 잠종장 부지와 건물 활용 계획 발표

2015

3

잠종장 부지 문화시설로 1차 리모델링 시작(건물 8)

2016

3

문화시설 2차 리모델링(건물 2)

 



 완주가족문화교육원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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