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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공동체이야기] 길앞잡이와 마을 리더 2017-01-09

[완주공동체이야기] 길앞잡이와 마을 리더

 

마을 사업을 하거나 마을의 대소사를 이끄는 위원장, 이장 분들은 여러 가지로 피곤한 분들입니다. 이장이야 약간의 교통비 명목으로 받는 돈이 있다하지만 이것도 그냥 일을 하시는데 명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마을에는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옛날에는 집성촌을 이루어 이웃집이 다 친척이거나 종친으로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귀농한 사람, 우연찮게 이사 온 사람들로 다양한 사람들이 한 마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니 마을의 대소사를 관리(?)해야 할 입장으로 다양한 사람들과의 조화를 만들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길앞잡이 곤충은 흔히 시골길이나 따뜻한 들녘 길이면 어김없이 만날 수 있는 곤충입니다. 물론 청정지역이어야 하겠지요.

이 곤충을 만나면 길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족히 열 걸음 정도 앞서 날아 갑니다. 그리고 다가가면 다시 열 걸음을 앞서 갑니다. 그래서 붙여진 곤충입니다. 신비롭지요. 딱 그 정도 간격으로 앞서 갑니다. 보기엔 그리 화려한 색깔이 아니지만 날아 오르면 날개 속에 있는 화려한 신비롭고 경이로운 색을 볼 수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길앞잡이 곤충과 비슷할 것입니다. 너무 앞서 나아가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뭇 사람들에게 휩쓸려 갈 수도 없는 것입니다. 너무 앞서 가면 잘 났다고 뒷 소리나 하고, 같이 가려하면 왜 나서서 앞서 가지 않느냐고 핀잔을 주는 것이 일반이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은 무슨 건을 가지고 마을 회의에 부치면 흔히 이장이, 위원장이 알아서 해라고 의견을 내는 것 자체를 회피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일은 위임하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이렇게 의견 아닌 의견을 이야기 해 놓고 정작 일을 시작하면 이것이 어쩌구 저것이 어쩌구 끊임없이 태클을 겁니다. 그러니 누가 이 책임을 지고 일을 하고 싶겠습니까?

 

그래서 한 사람의 열 걸음 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마을 일의 기본이라고 이야기 하곤 합니다. 길앞잡이 곤충 마냥 열 걸음 가서 앞을 확인하고 마을 사람들이 그만큼 도달하면 다시 열 걸음을 앞서 가야 마을 일이 잘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을 리더는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판단을 해야 합니다. 듣기도 전에 무시하거나 듣는 둥 마는 둥 해서는 안됩니다. 다수의 의견으로 일을 하되 소수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안을 생각해 두어야 합니다. 일의 속도가 더디게 갈 수 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결국 그것이 가장 빠른 길이요 성공하는 길입니다. 마을의 일은 단 시간, 기간에 승부를 볼 수 없습니다. 물론 행정과의 일은 기간이 정해져 있지요. 하지만 마을 일을 기간에 쫒겨 가다 보면 마을 일은 없어지고 개인의 독주만 존재합니다.

 

개인의 능력을 보자고 시작한 일이 아닙니다. 공동체가 얼마나 함께 하고 힘을 모으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공동체가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맞닥뜨려 지면 잠시 쉬어야 합니다. 쉬면서 힘을 모으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개인도 하던 일이 힘들면 쉬면서 충전을 하거나 침묵을 통해 내면의 힘을 복돋는 과정을 가지는 이치와 똑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이 사업을 하거나 혼자 일을 하는 것이 훨씬 간명하고 속도를 낼 수 있고 성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그것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고 공동체라고 이름을 붙여서도 안됩니다.

 

마을의 일은 속도전이 아니라 천천히 함께 가는 일이고 그것이 오래 갈 수 있는 길입니다. 하루아침에 마을이 생겨난 것이 아니듯 앞으로의 마을의 미래도 일순간의 일이나 사업으로 만들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근석(귀촌해서 고산 성재리 화전마을에 살고 있다. 전북의제21 사무처장을 거쳐 지금은 완주공동체지원센터장으로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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