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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박씨의 적당기술 이야기2016-10-31

대장장이 박씨의 적당기술 이야기



 

대장장이 박씨의 적당기술 이야기

내가 생각하는

전환기술은

손으로

정성을 다해 만드는

적당하고 만만한

자급기술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했지만 또한 인간으로부터 삶 그 자체를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인간은 아주 오랫동안, 살아가는데 필요한 많은 것들을 스스로 만들고 그것을 이용해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 왔다.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는 사람들이 그것을 충분히 배울 수 있을 만큼 여유로웠고 인간의 삶은 지금보다는 빈곤했으나 훨씬 평화롭고 충만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편리하지만 불편하고 풍요롭지만 빈곤한 역설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오랫동안 이어왔던 사람들의 생활로부터 본연의 기술과 지혜를 건져내고 그것을 현재의 시대로 소환하려는 협동조합이 있다.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의 박용범 상임이사에게 사람과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으로부터 기술을 소외시켰어요. 사람들을 기술로부터 차단한 겁니다. 예전엔 농사짓던 분들이 농사도 짓고 집도 짓고 풍수도 보고 바구니도 짜고 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게 어렵게 됐죠. 자본주의는 전문가들이 대접받습니다. 그렇게 하면 효율은 높아질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을 기술로부터 소외시킵니다. 사람들 스스로 자신의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 쓰던 시절로의 열망, 그것이 바로 우리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전환기술 혹은 생활기술운동의 시작입니다.”

    

교육생들이 만든 로켓매스히터(구들아궁이)를 설명 중인 박용범 이사.

 

일구데기에 빠져 살던 시절

박용범(46) 상임이사는 지금은 화산면 라복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오래된 집도 고치고 농사도 짓고 살고 있지만 이곳이 고향은 아니다. 경남 마산 출신으로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베테랑 활동가 출신이다. 어떤 연유로 완주로 오게 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지금의 일을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귀농운동본부에서 도시농업을 전담한 적이 있어요. 도시농업하면서 일에 빠져 사느라 집에서 쫒겨날 뻔 한 적도 있었어요. 참 힘들었어요. 가정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제가 시민단체에서 일하면서 마음이 허 해진 게 뭐냐면요, 다 남들 귀농시켜주는 일만 한 거예요. 정작 나는 귀농을 못하고 있는데, 나도 뛰어가서 쟁기질 하고 싶은데 교육생들을 행정적으로 지원해주는 일만 하다보니까 아무것도 못하고 있더라구요. 주노병존법. 노예는 일을 많이 해서 숙련되요. 근데 주인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로만 시키니까 나중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져요. 스스로 할 줄 아는 기술을 잊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자괴감이 생기는 거죠. 자꾸 뒷바라지만 해주고 나는 성장하는 게 없는 거예요. 내가 하고자 하는 걸 해보자. 내가 만들고 싶은걸 만들어보자. 그렇게 시작한 일이 벌써 4년이 넘었습니다.”

 

 귀농운동본부에서 일하면서 2009년도부터 적정기술 워크샵을 기획해서 진행하기도 했다. 그때 김성원씨를 강사로 초빙해서 함께 일한 인연이 있었고 2013년에 완주에서 로컬에너지관련 일을 해보자는 제안이 있었다. 그래서 박용범, 김성원, 안병일씨 등 초창기 멤버들과 함께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사무국을 꾸리게 된 것이다. 그렇게 아무 연고도 없는 완주로 가족 모두가 귀촌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박용범, 박수옥(아내), 박은율(아들). 세 식구에서 시작한 완주살이는 해가 갈수록 식구가 늘어 지금은 개 3마리, 고양이 1마리. 총 일곱 식구가 되었다.

 

완주에서만 벌써 5회차를 맞은 완주전환기술전람회 나는 난로다행사 때문에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은 제법 알려진 조직이다.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어렴풋이 알 수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물었다.

 

전환기술이라는 말을 설명하는 것이 참 힘들어요. 직접적으로 강조하려고 조합이름을 그렇게 지었는데 뜻은 참 좋았지만 명명은 실패한 것 같아요. 추상적이니까요. 오히려 저는 적당기술을 선호했어요. 기술을 어렵게 접근하지 말고 적당하고 만만하게 접근하자는 의미로. 어설프더라도 자신들이 직접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 의미로 교육과 정보에 대한 공유에 핵심을 두고 있죠. ‘아궁이디자인학교로컬에너지장인 핵심리더양성교육또는 여성들을 위한 여성적정기술캠프통해 교육생들이 자신의 주변 생활 속에 기술들을 응용하고 퍼져나가게 하는 것. 저희 조합은 허브 같은 곳이 되길 희망합니다.”

    

올해 '나는 난로다'는 지난해까지 이어져왔던 몽골텐트 대신 재사용 가능한 목재와 폐현수막을 이용해 손맛나는 부스를 직접 설치한다.

 

다시 처음으로, 순수한 아마추어들을 위해

앞으로 2주 후면 <6회 전환기술 전람회 - 나는 난로다> 행사가 열린다. 협동조합 사무실도 행사준비로 분주하다. 이번 행사는 어떤 내용으로 꾸며지고 어떤 의미가 강조되는 행사인지 질문했다.

 

“<나는 난로다>라는 브랜드가 너무 강력해요. 아무리 전람회라고 이름을 바꾸고 적정기술 축제라고 이름에 변화를 줘도 결국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난로에요. 나는 난로다로 시작이 되었지만 난로로 출발해서 여러 적정기술의 분야로 넓히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걸로 돈을 좀 만지는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아마추어 난로들은 낄 틈이 없어진 거죠. 레이저 커팅해서 깔끔하게 잘 만들어 가지고 나온 난로 옆에 있으면 비교되니까. 그래서 올해는 아마추어들을 위한 부스를 별도로 마련했어요. 아예 난로 경연대회도 없앴고요.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할매를 위한 적정기술 공모전같이 구체적인 대상을 두고 필요와 나눔에 대한 기술들도 같이 선보일 겁니다.”

    

지난해 출품된 다양한 난로. 아마추어에서 전문가까지 모두 참여해 다양한 난로가 탄생된다.

 

전환기술은 적정기술, 생활기술, 적당기술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릴 수 있지만 기술이라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배울 수 있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때 인간이 기술로부터 소외되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전환기술은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무언가를 만드는 겁니다. 농사도 내 식구들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약을 덜 치잖아요. 정성을 들이게 되는 거죠. 공구도 누가 그것을 사용하는가를 생각하면 정성을 들이고 영혼이 들어가게 됩니다. 손으로 정성을 다해 만들어가는 자급기술, 그것이 바로 전환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용범 상임이사는 작년 봄부터 대장간 일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원래는 단순반복 작업을 참 싫어했는데 대장간 일을 배우며 쇠를 달구고 달군 쇠를 계속 두드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서서히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며 진정한 전환기술을 터득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습작한 물건부터 그럴 듯한 물건들 사진이 간간히 올라온다. 사진 밑에 달린 지인들의 댓글 덕분에 대장간이 생각났다. 집게나 호미 등을 만들어달라는 댓글 주문들. 언젠가 읍내 한적한 귀퉁이에서 대장장이 박용범의 은은한 망치질 소리가 반드시 울려 퍼질 것 같다.

 

 

 

/글사진 = 장미경(장미경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고산미소시장에서 공동체가 만든 제품을 파는 편집매장 홍홍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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