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 칼럼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품앗이 칼럼

> 시골매거진 > 품앗이 칼럼

[더불어숲] 귀농에 대한 오해 2016-06-08

  • 첨부파일
  • 첨부된 파일이 없습니다.

 

1990년대 중반 귀농교육을 받을 때 귀농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낯설은 단어였다. 그러나 지금은 농촌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베이비부머로 대표되는 은퇴자에서부터 느리고 대안적인 삶을 고민하는 청년들까지 귀농은 이른바 핫(Hot)한 주제이다.

 

그러나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 첫째는 농업으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오해에 편승하여 귀농하면 1억 버는 농민이 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무분별한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일이 손쉽게 가능하다면 농림부는 그 동안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농사라고 지어보지도 않은 도시민을 그렇게 만들 수 있다면 왜 그동안 농민들을 그렇게 만들지 못했다 말인가.

일 년에 1억 버는 농민은 1,000명에 1명 나올까말까 하고 굉장히 많은 돈을 투자한 결과이다. 더불어 ‘1억원은 수익이 아니라 매출이다. 그 금액에는 농사에 들어가는 종자비, 농자재비, 농작업에 들어가는 인건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순수익이 아니란 이야기이다.

 

또한 농업분야에서는 경영비에 농부와 그 가족의 노임을 계산하지 않는다. 아마 귀농인 본인의 노임을 도시근로자의 최저임금으로 계산하여 경비에 포함시키기만 해도 수익과 지출이 역전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귀농계획을 만들 때 본인의 노임을 계산하여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과도하게 넓은 경지를 구입하지 않는다. 여하튼 농사로 고소득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이미 농업만으로 농촌생활을 유지할 수 없어서 기존의 농민들도 다른 일을 한다. 2013년 농가의 농업 외 소득비율은 45%로 농업소득비율 29%를 앞섰고 이 격차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 우리 농촌에서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 귀농인들이 오해하고 있는 두 번째 사실이 있다. 농촌에 살면 돈이 덜 들 것이라는 생각이다. 기대하는 만큼 농촌에서의 지출은 크게 줄지 않는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탓에 농사를 짓거나 무엇이든 일을 하려면 자동차가 필요하다. 고령자의 경우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하는 교통비도 만만치 않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면 먼 거리를 통학시켜야 한다. 도시만큼 사회, 문화, 교육, 복지 서비스가 잘 제공되지 않고 가까운 거리에서 얻을 수 없어 어쩔 수 없는 지출이 일어난다. 2004년을 기준으로 10년 뒤인 2013년 농가소득은 19% 증가하여 같은 기간의 물가상승률 28% 증가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나 농가소비지출은 32%로 가파르게 증가하였다. 지출이 많지 않을 거라는 예상은 농업에서도 빗나간다. 2013년 농업총수익은 2004년에 비해 15% 증가하였지만 농업경영비는 41%나 증가하였다. 농사를 짓는데, 농촌에서 생활하는데 점점 더 많은 돈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지출을 감당하라고 정부는 농사의 규모를 늘리라 부추겼다. 규모의 경제가 효과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농업분야에서는 규모를 늘려도 지출이 줄지 않으니 더 고된 노동이 이 간극을 매우고 있다. 결국 은퇴자는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위해, 청년들은 느리고 대안적인 삶을 위해 농촌으로 들어오지만 환상일 뿐이다. 농촌으로 삶의 공간을 이동하고 농사로 전직했을 뿐이다. 고되고 힘든 경쟁과 소비의 굴레 속에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귀농하지 말라고 해야 할까.

 

일본의 극작가, 마루야마 겐지는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책에서 도시인이 가지는 귀농의 환상을 무참하게 깨뜨리고 있다. 마치 절대 귀농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그 책의 맨 마지막 문장이 이렇게 끝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경수(귀촌인, 논산시공동체경제추진단장)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우리 곁의 약초] 지칭개
다음글
[농촌별곡] 놀자판, 먹자판이 진짜 잔치다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