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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 반곡마을 산책] 진안 고갯길 주막터와 용문사 아래 나무숲2016-06-08

[소양 반곡마을 산책] 진안 고갯길 주막터와 용문사 아래 나무숲

 

완주군 소양면과 진안군 부귀면을 잇는 국도 26호선 소태정 길.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차량이 다니는 이 길 아래, 고요한 마을이 있다. 반곡마을이다. 이곳은 완주 소양과 진안의 경계 마을이기도 하다.

 

5월의 마지막 주, 날씨 좋은 날. 소양에서 진안으로 향하는 모래재 길로 향했다. 이곳은 1997년 무주 동계U대회를 앞두고 소태정 길이 뚫리기 전까지, 진안으로 향하는 번잡한 길이었다. 과거 이 길을 다녔던 그 많던 차들은 사라졌다. 이제는 그저, 한적한 시골길의 느낌이다.

 

반곡마을은 이 길의 왼편에 있다. 보일락 말락, 목적지가 아니라면 그냥 지나칠 마을이다. ‘신원·반곡마을이란 표지판을 따라 들어갔다. 길 어귀에서 신원마을을 지나 만난 작은 다리 반곡교. 이곳에서부터 반곡마을이 시작된다.

길쭉한 모양의 마을이다. 마을 초입에 집과 커다란 건물이 하나 있고 넓은 축구장이 있다.

 

반곡마을에는 ()’자가 들어가는 지명이 많다. 마을 위 진안으로 향하는 소태정 길 이름도 본디 보룡(保龍)재인데다, 마을에 있는 두 개의 절 이름도 용문사와 황룡사다. 마을을 흐르는 천 이름도 용문천이요, 과거 마을에 용소로 불렸던 작은 폭포들이 있었고, 지금도 마을의 끝에는 용문폭포가 흐른다.

용의 기운이 흐르는 마을, 그렇게 생각하니 길다란 마을의 형태가 마치 용의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곡교에 세워진 반곡마을 표지석. 여기에서부터 반곡마을이 시작된다.

때이른 무더위에도 어르신들은 밭일을 하고 계신다. 분주함에 허리를 펼 겨를도 없다.

 

    

과거 진안을 오가던 고갯길, 그곳에는 주막터와 폐광이 있다

 

삿갓봉에 있는 한 폐광의 높이는 성인 남성 키보다 훨씬 높다. 

폐광으로 향하는 길, 오디와 산딸기가 지천에 있다. 과거 진안으로 넘나들었던 마을 사람들의 좋은 간식이 되어줬을 것이다.

 

마을에는 모두 세 곳의 폐광이 남아있다. 마을 사람들에 따르면 두 개의 동굴에서는 금을 캤고, 다른 하나는 구리를 캤다. 그 중 하나의 폐광이자 과거 보룡치(保龍峙) 농골마을 주막(酒幕)이 있던 곳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마을의 끝에 자리 잡은 절 용문사로 가는 방향, 두 갈래로 나누어진 길목에서 삿갓봉을 향해 오른다. 15분 가량 올라갔을까. 야트막했던 경사가 어느덧 높아졌다. 마을은 보이지 않고, 저멀리 소태정 길을 지나는 차량들이 보인다. 쓰러진 나무 줄기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 하기도 한다. 사람의 왕래가 없어 무성한 나무와 풀 탓이다. 이들에 가려 보이진 않지만 산을 흐르는 물소리가 시원하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은 과거 사람들이 진안으로 왕래하는 길이었다. 산길에 난 오디, 산딸기는 지금의 나에게 처럼, 그들에게도 좋은 간식이 되어줬을테다.

 

폐광으로 향하기 전 마을 어르신께 들은 이야기로는, 이 길을 넘으면 진안 부귀면 봉암리가 나온다. 반곡마을 여자 어르신들도 나물을 캐러 자주 오가는 길이었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았지만 6.25 전쟁 발발 이후 사람들은 모두 봉암리로 내려갔다.

 

올라온 지 40분 가량, 동굴이 보인다. 무성한 풀을 해치고 도착한 이곳이 바로 농골마을 주막터다. 현재는 터의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편편한 터가 사람들이 쉬어가기 좋았을 곳임은 분명하다.

 

주막터 앞 길이 10m 가량의 작은 폐광이 있다. 마을의 다른 폐광보다 높이도 낮고, 길이도 짧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동굴 벽면을 짚어 들어가니 물소리가 들린다. 동굴 안 바위를 타고 흘러나오는 물이다. 주막은 사라졌고, 왕래하는 사람도 사라졌지만, 바위 속 물은 여전히 흐른다. 그 옛날에도, 지금도, 땀 흘린 객에게 고마운 존재가 되어준다.

 

반곡마을의 끝자락, 용문사로 향하는 숲길

 



용문사로 향하는 길에는 편백나무와 히말라야시다 숲길이 있다. 걸어서 한 10여분. 숲길 중간에는 쉬어갈 수 있도록

의자가 곳곳에 놓여져있다.

용문사로 향하는 숲길은 마을 주민들에게도 좋은 산책 코스다. 성인 남성 한명이 껴안아도 손이 닿지 않는 아름드리 나무들이다.

 

다시 마을로 내려와 마을의 끝에 있는 용문사로 향한다. 용문사로 향하는 길, 마을을 관통하는 용문천이 흐른다. 절이 가까워질수록 물소리도 세차진다. 물 속에 노니는 물고기가 보일정도로 투명하고 깨끗하다.

 

사찰 경내를 알리는 알림판을 따라 작은 다리를 건너자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울창하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은 받은 어린 아이의 마음이 된다. 성인 남성이 안아도 손이 닿지 않는 아름드리나무. 이 나무는 수십년 전 산주인 전백용씨가 심어놓은 나무다.

 

숲길 곳곳에는 나무 의자가 있다. 나무가 만들어 놓은 호젓한 그늘 아래 누군가 편히 쉬어가길 바라며. 의자의 쓸모란, 바로 배려다.

늦은 걸음으로 15분 가량 걸으니 용문사가 보인다. 절을 둘러싼 푸른 산과 유유히 흐르는 구름, 용문폭포의 물줄기 소리와 법당의 목탁 소리. 머리 위에는 차들이 정신없이 지나는데, 이 곳은 이토록 고요하다.

    

반곡마을 전경. 저 멀리 삿갓봉이 보인다.

윤유두 어르신이 태어난지 사흘 된 강아지들을 보여주고 계신다.

 

옛날에는 마을 앞을 모래재로 넘나드는 많은 차량이 지나갔다. 지금은 마을 위를 소태정으로 넘나드는 많은 차량이 지나간다. 그 어떤 분주함에도 늘 한결 같은 마을.

반곡마을에서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뜨거운 볕을 등진 어르신들은 계속해서 밭일을 하신다. 얼굴은 붉게 익었고, 허리는 아직도 구부러져 있다. 아직 떠있는 태양이 고맙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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