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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 반곡마을 산책] 농사 짓는 노부부 윤윤구-김판순씨2016-06-08

[소양 반곡마을 산책] 농사 짓는 노부부 윤윤구-김판순씨

"자슥들이 곁에 있으니 든든하제"

농사 짓는 노부부 윤윤구-김판순씨

 

5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 마을 안쪽 정자에 백발의 할머니가 앉아계신다. 위아래로 어여쁜 분홍빛 옷을 입은 김판순(79) 할머니. 정자 앞 밭에서 남편과 아들이 고구마를 심고 있는 걸 바라보고 있다. 나이를 여쭤보자 손가락을 펴신다. 손가락 열 개가 부지런히 움직여 칠을 만들고 구를 만든다. 올해로 칠십구세.

 

아들하고 영감님이 오늘 처음으로 심구길래 구경하러 왔어. 저 사람들 온 게 나도 오토바이 타고 집에서 올라왔지. 내 고향? 저 산 하나 넘어왔어. 가까우니까 못써. 보따리 싸들고 친정도 못 가고.”

 

(위) 김판순 할머니는 정자에 앉아 남편과 아들이 고구마를 심고 있는 걸 보고 계셨다.

(아래) 아침부터 고구마를 심고 계시던 윤윤구 할아버지가 겨우 허리를 펴시고 잠시 쉬고 계신다.

 

고구마 모종을 심고 있던 남편 윤윤구(86) 할아버지는 그제야 허리를 펴고 바닥에 앉으신다. 그리곤 모종이 심어있는 바구니를 가리키신다.

오늘 여달시 좀 넘어서 나왔지. 뜨거워서 못혀. 근데 아직도 솔찬히 남았어. 저거 다 해야혀. 고구마 지금 심으면 초하루나 8월달이면 캐먹어. 난 여가 고향이여. 군대 갔다 올 때 빼곤 쭉 살았지. 군대 가서 고생 제일 많이 했어. 강원도서만 6년 정도 있다 왔응게. 여그가도 강원도 저그가도 강원도. 그놈의 강원도 땅이 그리 넓은지 몰랐네. 군대 갔다 와서 장가 갔어. 젊을 땐 나락농사 좀 지었지. 딴 거 할지도 모르고 농사 지으면 잘 죽고. 몰라갔고. 지금은 나락 안하지.”

 

신원리 대승마을에서 시집온 판순 할머니는 반곡마을에서만 자란 윤구 할아버지를 만나 평생을 산을 개간한 땅에 고구마를 키워 자식을 키웠다. 고구마도 키우고 자식도 키우다보니 세월이 지나갔다. 부부는 칠남매 중 둘째인 아들 성우(54)씨와 함께 지낸다. 든든하고, 또 든든하다.

목장 우유 짜는 자동화 기계 설비업을 하는데 이렇게 시간 될 때는 부모님하고 농사도 짓죠. 저도 평생을 이 마을에서 살았어요.”

 

 

(아래) 성우씨가 가꾸는 그만의 정원.

 

정자 옆에는 그가 가꾼 정원이 있다. 소나무, 블루베리, 아로니아, 하수오, 민들레까지. 그의 손길이 닿은 나무와 꽃들이 오뉴월의 햇살과 바람 아래 싱그럽게 커가고 있다. 그의 부모가 고구마를 키웠듯, 그는 나무를 키운다. 큰 소나무는 50년도 넘었고, 어린 것은 30년 정도 됐다.

별 건 아니어도 제가 정원처럼 가지고 있는 거에요. 더 심을 욕심내지 않고 관리를 잘 해야죠.”

 

마을에서 젊은 청년에 속하는 그는 고향 자랑을 늘어놓는다. 안전하고 아늑하다. 조용하고 공기가 맑다. 그리고 부모님이 계신다.

저녁에 우리 동네에 오면 공기가 엄청 맑아요. 전주하고 온도도 1~2도 차이는 날 거에요. 우리 마을을 관통해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게 아니라서 마을에 차량이 많이 오가질 않아요. 우리 마을은 청정지역이죠.”

 

아직도 트랙터를 운전하실 정도로 정정하시다는 아버지 이야기를 하던 중 성우씨가 슬며시 미소 짓는다. 저 멀리 정자에 앉아있던 판순 할머니도 그런 아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건강한 영감님과 듬직한 아들이 있어 행복하노라,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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