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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또다른 이름, 가족] 늘그막에 맺은 여섯 자매 2016-05-02

[사랑의 또다른 이름, 가족] 늘그막에 맺은 여섯 자매

늘그막에 맺은 여섯 자매..."하늘만큼 땅만큼 좋아"

완주장애인복지관 통해 인연 맺어

한달에 한번 밥 먹고 영화도 보고

 

 

완주군 고산면에 사는 6명의 여성 어르신들은 한 달에 한 차례 특별한 외출을 한다. 평소에는 바르지 않는 선크림도 발라보고, 화려한 스카프를 둘러보기도 한다. 집밥이 아닌 음식점에 가서 남이 해주는 밥도 먹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기도 한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완주군장애인복지관 우리는 특별한 가족프로그램을 통해 맺어진 새로운 가족이다. 홀로 사는 여성 지체 장애인들로 이 중엔 과거 우울 상담을 받았던 사람도 있다. 수 십 년간 동네에서 알고 지내온 이웃에서 이제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모이게 된 이들은 요즘이 행복하다.

 

나는 우리 형제 중 다섯째야. 형제들은 나이 드시고 많이 죽었어. 근디 이렇게 새로운 형제들이 생겼네. 내가 동갑계를 할 때는 모임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안해. 그러니 놀러 갈 곳도 없지. 지금 이렇게 가족이 생겨서 나는 하늘만큼 땅만큼 좋아.”(김달구만·81)

 

86세의 맏언니부터 75세의 막내까지, 6명의 자매들은 사이가 참 좋다. 싸움 한 번이 없다. 피가 섞인 진짜형제들은 모두 멀리 살고, 이미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보고 싶은 자녀들은 저 멀리 서울에, 인천에, 부산에, 대전 등지에 산다. 돈 버느라 바빠 명절 때에도 고향에 내려오기가 힘들다.

 

자슥들은 돈 버느라 바쁘지. 명절날이면 차가 맥히니까 밤 늦게나 와. 내가 몸이 안 좋거든. 이 동상들이랑 어디 놀러 가면 꼭 자식들헌테 자랑혀. 그럼 자식들은 엄마 좋은데 놀러 다닌다고 부러워하면서도 좋아해.”(백옥례·86)

오늘 같은 가족 모임이 없을 땐 병원이나 가고, 집에선 텔레비전이나 봤어. 속상한 일 있을 때 혼자 오글오글하면 병 생기거든. 이렇게 언니들 만나서 풀어야해.”(이인수·75)

 

완주 고산면 고산미소시장 카페에서 어르신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다.

 

 

꼬꼬댁이라는 별명을 가진 막내 인수 할머니. 평소 강아지나 염소 소리 흉내를 내며 언니들에게 웃음을 주는 귀여운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한다.

나는 5남매 중에서도 막내딸이야. 그런데 여기서도 막내를 하네. 나는 가깝게 사는 언니들이 생겨서 참 좋아. 내가 막내니까 이렇게 까불어도 언니들이 다 받아주지.”(이인수·75)

 

얼마 전 복지관에서 가족 캠핑을 갔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이들. ‘진짜가족들 속에서 누구보다 즐거웠던 추억을 남겼다.

우리가 만나면 늘 즐겁지만 나는 12일로 진안에 갔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 밤새 노래하고 놀았던 거 같아. 주거니 받거니 노래하고. 우리는 막노래야. 박자를 못 맞추니까.“(오영이·80)

 

같은 고산면에 살다보니 오다가다 만나는 일도 많다. 우연히 길에서 만날 땐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고. 과거 동네이웃으로 지내던 때와는 또 다른 반가움이다.

우리는 다 동네 사람이니까 만날 만나지. 다 형제 맺어서 만나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어. 길 가다 만나면 악수하고 껴안고 그래.”(임경애·85)

 

서로를 향한 욕심도, 특별한 바람이 없다. 그저, 콩 한쪽이라도 나눠먹고, 물 한 잔이라도 나눠먹을 수 있는 고운 마음. 그 마음으로 오래토록 보고 싶은 것이 이들의 마음이다.

우리는 나이가 많아서 누가 언제 갈지 몰라. 가는 건 순서가 없거든. 그래서 우리는 갈 때까지 서로 사이 멀어지지 말고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어. 시간 얼마 안 남았어.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지.”(이소간·85)

 

  

오영이 할머니가 산책 중 기분 좋게 손을 흔드신다.

 

TIP

우리는 특별한 가족이란?

지난해 3월부터 완주군 장애인복지관에서 동일한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 여성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정서적인 안정과 사회적 고립감, 우울감 완화 등을 위해 매달 한 차례 모임을 진행한다. 어버이날 기념 행사나 명절 다과모임, 생일파티, 영화 및 공연 관람, 나들이 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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