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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또다른 이름, 가족] 평생 외양간서 소 키우는 구길회 할아버지2016-05-02

[사랑의 또다른 이름, 가족] 평생 외양간서 소 키우는 구길회 할아버지

"소는 든든한 우리 가족"

평생 외양간서 소 키우는 구길회 할아버지

 

 

 

고산 율곡마을 구길회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둘이서 사는데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가족이 더 있다. 바로 암소 2마리와 송아지다. 이들은 부부의 외로움과 생활을 도와주는 든든한 가족이다. 암소 한 마리는 2012년부터 함께 살았고 다른 한 마리는 2014년 입식했다. 송아지는 지난해 말에 태어났다. 할아버지의 외양간 처마엔 소들의 입식일이나 수정날짜, 출산 예정일 등이 꼼꼼하게 적혀있다. 소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팔순을 바라보기까지 친구처럼, 식구처럼 함께해온 소 이야기를 들어봤다.

 

 

    

구길회 할아버지가 집 앞 감나무에 소를 메어 놓고 있다. 소가 싼 똥이나 오줌이 감나무를 건강하게 해준다.

 

 

- 소는 언제부터 기르셨나.

내가 10살도 먹기 전부터 아버지 따라서 소를 돌본 기억이 난다. 좀 더 커서는 아버지 심부름으로 밖에 메어놓은 소를 집까지 끌고 오기도 했고 소먹이()를 해오는 심부름도 가끔 했다. 지금까지 항상 2~3마리의 소를 계속 먹여왔다.

 

- 소를 기르는 방식이 남들과 좀 다르다.

옛날부터 뒷마당 외양간에서 길러왔다. 날씨 좋은 날에는 집 앞 감나무 아래 메어놓고 기른다. 나이도 먹고 외양간도 크지 않아서 많이 키울 수도 없다.

 

- 소를 외양간과 감나무 아래에서 기르는 이유는?

소도 우리 식구나 마찬가지다. 아버지 때부터 해온 것이어서 좁아도 외양간이 좋다. 아침 저녁으로 들여다보고 소밥을 챙겨주기도 편하다. 집 앞 건너편에 큰 감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그늘이 좋다. 거기다 소가 쌓은 똥이나 오줌이 감나무를 건강하게 해줘서 12조다.

 

- 먹이는 뭘 주시는지.

주로 볏짚을 먹이고 사료, 쌀 방아 찧으면 나오는 것을 소가 좋아 한다. 아침저녁으로 볏짚을 많이 준다.

    

 (위부터) 소밥주는 바가지. 외양간 처마에 적혀 있는 소들의 입식일, 수정날짜, 출산 예정일.

 

 

- 소에 얽인 기억도 남다를 것 같다.

옛날에는 농기계가 많지 않아서 소가 일을 많이 했는데 한번은 암소가 논갈이를 하면서 새끼를 낳는 것을 봤다. 그 송아지를 지게에 지고 왔다. 새끼 낳은 소는 쉬지도 못하고 다음날 또 논갈이를 해야 했다. 언젠가는 우리 매형 네에서 덩치 큰 소를 가져왔다. 김제 누님이 팔라고 했을 정도로 좋은 소였다. 그런데 동네 사람이 10마지기 간다고 소를 빌려갔는데 소 멍에를 잘못 얹은 탓에 그 자리가 부어서 더 이상 소를 부릴 수가 없어서 팔아버린 기억이 있다. 멍에 얹는 자리가 부으면 천하의 소도 해볼 도리가 없어진다.

 

- 소와의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

일어나자마자 외양간으로 와 소 건강상태를 챙기고 먹이를 준다. 날 좋을 때는 밖에 메어놓고 쇠로 등을 긁어주면 좋아 한다. 소도 아무래도 좋은 공기를 마시면 건강한 것 같다.

 

- 할아버지에게 소는 어떤 존재인가.

보통 암송아지를 기르기 시작하면 4년 정도 먹인다. 이 기간 동안 3~4번의 송아지를 낳게 하는데 정이 들대로 든다. 그래서 한 식구나 마찬가지다. 아침저녁으로 밥을 챙기니 자식 같기도 하고.

 

구길회 할아버지가 한평생 소와 함께 해온 외양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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