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기획특집

[봄의 길목 산정마을] 5000평 농사 짓는 노인회장 부부 2016-04-05

[봄의 길목 산정마을] 5000평 농사 짓는 노인회장 부부

 

뿌리고 거두길 수십 년,

노부부의 봄은 해마다 단단해져

 

노인회장 이용옥-구정자 부부

 아직도 8000평 농사

그래도 몸 성하니 이리하지

 

 

땅 아래 봄의 태동이 시작되면, 마을의 농부들은 바빠진다. 풀을 매고, 퇴비를 내며, 한해 농사지을 준비를 한다.

산정마을에서 가장 많은 양의 농사를 짓는 이용옥(81·노인회장), 구정자(75) 부부도 서서히 나이든 몸에 힘찬 시동을 건다.

우리는 마을 전체 8,000평정도 농사를 지어. 고추도 심고, 콩이나 팥도 좀 심고. 이제는 힘없어서 특수작물 같은 건 못혀.”

 

그토록 넓은 땅에, 노부부는 수십 년간 씨를 뿌리고 거둬왔다. 부부가 맞이하는 봄은 매해 새롭고, 단단했다. 4남매를 둔 부모였기에 가능했다.

옛날 생각하면 참 곤란했어. 나는 시집오던 날 시내버스 타고 저 밑에서 내렸어. 한복 들쳐 메고 집까지 올라왔지. 그땐 우리도 젊었는데 이제 이런 늙은이가 됐네.”

 

(위) 이용옥-구정자씨 부부가 오전 내 일을 하시다 바닥에 앉아 쉬고 계신다.

(아래) 정자 할머니가 퇴비를 뿌리고 계신다.  

 

스무 살이었던 정자 할머니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고향 장수군 산서면을 떠나 낯선 마을로 시집왔다. 할머니는 10월의 찬바람을 가르고 가파른 언덕을 올랐다. 당시 용옥 할아버지는 막 군대를 마친 까까머리 총각이었다. 결혼 후 부부는 시부모님께 본격적으로 농사를 배워나갔다.

나는 어려서부터 부모님 어깨 너머로 농사를 배웠어. 이 고추해서 자식들 다 키웠지. 나는 평생 농사를 지었어도 제일 어려운 게 농사야. 땅에다 심으면 저절로 커지는 줄 아는데 절대 아니여.”

 

노부부 둘이 짓기에는 벅찬 양의 농사. ‘힘드시겠다는 낯선 객의 걱정에 한참 구부리고 있던 허리를 그제야 펴신다.

농사 쬐금(조금) 지으면 그게 더 복잡혀. 우리 늙은이 용돈도 있어야 되고, 이렇게 농사라도 지어야 손주들 크는데 보탬도 되지.”

 

뜨거운 봄볕 아래, 정자 할머니는 팔을 걷어 부치신다. 붉어진 팔을 바라보며 말을 내뱉으신다.

오늘은 햇볕이 겁나게(많이) 뜨겁네. 일하느라 몸이 다 붉어졌어.”

 

11월 눈이 올 때까지 부부는 쉬지 않는다.

예전에는 마을 사람이 많으니까 서로 품앗이를 주고 했었는데 이제는 전부 나이가 들어서 그것도 못혀. 시골은 원래 이려. 그래도 몸이나 성하니까 이렇게 하는 거지. 딸내미, 댕겨가요.”

 

뒤돌아서는 낯선 객에게 스스럼없이 딸내미라 불러주는 노부부의 봄도 시작됐다. 바지런한 부부를 굽어보는 태양 아래, 그들의 삶은 오늘도 땅 위에 단단하게 뿌리 내리고 있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봄의 마을 산정마을] 짐승도 구름도 쉬어가는 깔막 마을
다음글
[사랑의 또다른 이름, 가족] 삼례 원후상마을 가족같은 그룹홈생활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