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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길목 산정마을] 동네 사람들은 그녀는 '예뿐이'라 부르네2016-04-05

[봄의 길목 산정마을] 동네 사람들은 그녀는 '예뿐이'라 부르네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예뿐이라 부른다

제자리색시김예분 할머니

 

같은 동네 총각 만나 결혼

이 마을을 떠나본 적 없네

 

딸만 셋 있던 부부에게 기다리던 아들이 태어났다. 그것도 내리 네 명이나. 부모는 아들 부자가 된 것이 마치 꼭, 셋째 딸 덕분 같았다. 고맙고 예쁜 내 딸. ‘예쁜아라고 불리던 그 딸의 이름은 김예분이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예분(73) 할머니를, 옛날 그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예뿐이라고 부른다.

 

예분 할머니는 산정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 동네에서 결혼한 제자리 색시.

옛날엔 내 마음대로 시집도 못 갔어. 울 아버지가 나를 동네에 여의려고 하길래 안 갈라고 일 년을 삐댔거든. 근디 결국 이 동네로 시집왔네.”

 

남편이 될 동네 남자는 얼굴은 알았지만 말 한마디 해보지 않았던 사이였다.

시방 그 사람이랑 내가 결혼할거라고 생각이나 했었간. 친정아버지가 원채(워낙에) 무서웠어. 호랑이 같았지. 그래서 나는 한 동네로 시집 안 가고 싶었어.”

 

어린 소녀는 다른 마을로 시집간 또래 친구들을 보고파할 겨를이 없었다. 친정이 가까이 있었지만 좋은지도 몰랐다. 그만큼 젊었던 할머니의 삶은 바빴다. 담배 농사를 했고, 뽕나무도 키웠고, 복삭(복숭아)나무도 심었다.

농사에 파묻혀서 심심한지도 모르고 컸어. 우리 친정아버지가 나를 이뻐해서 그랬나, 아니면 돈이 없어서 여기로 시집을 보냈나, 아무튼 난 이 마을을 떠나본 적이 없어.”

 

농사일로 4남매를 키워낸 예분 할머니. 엄마가 됐던 소녀는, 이제는 할머니가 됐다. 평생 논과 밭에서 그를 지탱해왔던 허리와 다리도 이제는 나이를 먹었다.

올해도 농사지어야 되는데 아파서 큰일 났어. 나 먹을 놈은 농사지어야지. 수술해야 되는데 하고나면 병신 될까 무서워서 못하겠네.(웃음) 나는 이 마을서 일만 하다 죽겠어. 봄 일철이 돌아오면 심란스럽고 싫지만 그래도 해야지 어째.”

 

김예분 할머니가 밭일을 하고 계신다.

 

꽃을 좋아하는 예분 할머니의 집과 마당에는 꽃나무가 많다. 할머니에게 봄이란, 심란스러운 일철이지만, 동시에 보고 싶은 꽃들이 망울을 터트리는 환한 계절이다.

아무리 바빠도 꽃나무에 물은 꼭 줘. 봄 오면 내가 그래서 더 바빠. 밭도 나가고 꽃나무도 봐야하고. 저기 마당에 싸리하고 철쭉이 있는데 저것들도 피면 얼매나 이쁜데.”

 

지난날 손수 심어놓은 수선화가 꽃망울을 터트렸다.

 

집을 나와 마을로 향하는 길가. 예분 할머니가 지난날 심어놓은 수선화가 봄볕 아래 할머니를 반긴다. ‘나에게 봄을 보여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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