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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회관에서 1박2일] "내가 바로 마을의 셰프" 강희순 어르신 2016-02-11

[경로회관에서 1박2일]

 

엄마들은 매일 골치가 아프다. 오늘은 식탁에 어떤 반찬을 올려야하는지. 맛이 없다고 반찬투정이라도 할라치면 속이 상한다. 매일 반찬 걱정에, 매 세끼 요리하느라 힘든 엄마의 역할.  원완창마을에는 그 역할을 묵묵히 하는, 강희순(79) 할머니가 있다.

 

 

 

 

강희순 어르신이 차려주신 아침밥. 뜨끈한 북어국이 참 맛있다.

 

 

완창마을 여자 경로회관 부엌은 강 할머니의 자리다. 뚝딱 거리며 도마에서 재료를 썰고, 보글보글 찌개를 끓이며 바쁘게 움직인다. 회관을 이용하는 이웃들은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일상이다.
“내가 여기서는 쪼매 젊어. 그러니까 하는거여. 다른 젊은 사람들 중에는 몸이 아파서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 건강한 내가 해야지. 그리고 내가 하면 다 맛있다고 하니까 더 재미져서 하는거여.”


열아홉살 운주면 피묵리에서 완창마을로 시집온 강 할머니. 그는 마흔 살 무렵, 자식들 공부를 위해 충남 대전의 한 함바식당에서 일을 시작했다.
“애들을 키워야는데 내가 농사는 잘 못지어. 내 유일한 장기가 요리거든? 그래서 식당을 갔지. 그래도 식당에서 일할라니까 더 배워야되겠어서 요리강사한테 돈을 주고 더 배웠어.”


새벽 4시에 일어나 음식을 준비하고, 일꾼들이 먹은 음식을 치우고, 다음날 식단을 고민하며 저녁 9시까지 일했다.
“그땐 건강했지. 힘들면 영양제 하나 맞고 일했어. 그때 돈으로 140만원 받았으니까 많이 받았지. 그걸로 자식들 공부 시켰어.”


강 할머니는 환갑을 기점으로 식당일을 그만두고 마을로 돌아왔다. 그리곤 다시 완창마을의 요리사가 됐다.
“아침에는 국을 먹어야혀. 어떤 날은 김칫국을 할 때도 있고, 오늘처럼 북어국을 할 때도 있어. 아줌니들은 뭘 해줘도 다 맛있게 자셔줘.”


그가 제일 자신있어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우문에 현답이 돌아온다.
“나는 다 잘해. 내가 하면 다 맛있다 그려. 요리를 누가 하간. 내가 하지.(하하하)”


마을에서 ‘하하’ 아줌마로 불리는 강 할머니. 유독 웃음이 많아서다. 웃음도 많지만 그는 또 유독 ‘손이 크다’.
“경로회관에 누가 오면 다 밥 줘야혀. 그러니까 많이 해야 되지. 여기 음식 부족한 날은 없어. 양이 적으면 눈에 안 차. 사람이 없을 때는 쌀 반 되접을 하는데 사람이 많을 때는 두되반 할 때도 있어.(한 되는 1.8L를 말한다)”

 

 

 마을에서 '하하'아줌마로 불리는 강희순 어르신. 웃음이 많으시다.

 


십수년간 식당에서 요리를 해온 전문가의 손맛과 ‘하하하’ 하고 뿌리는 웃음이 버무려졌기 때문인지, 할머니의 요리는 참 맛있다.
“입맛 없던 사람도 경로회관 오면 내가 한 밥을 맛있게 먹어. 그럼 나는 기분이 좋지. 더 맛있는 거 해주고 싶고 그려.”

 

마을 사람들의 하루 세끼 ‘밥’을 책임지는 요리사 강희순 할머니. 부엌에서 멸치조림을 하는 강 할머니를 보며 이웃들이 한 마디씩 한다.
“저 할머니는 천당 갈거여. 매일을 저렇게 맛있게 요리해주고 우리를 챙겨주는데 가야지. 저런 사람이 천당 가야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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