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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 구시장 사람들] 중장년의 사랑방 '지혜수선' 2016-01-13

[삼례 구시장 사람들] 중장년의 사랑방 '지혜수선'

삼례 구시장 지혜수선에 모인 동네 사람들. 주인장 권우솜씨(오른쪽)를 둘러싸고 오늘도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눈만 뜨면 모여서 수다 "삶의 활력소"

중장년의 사랑방 '지혜수선'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 한동네 '절친'
"옛날 생각하면 낭만 있어" 추억 차곡차곡

 

 

16일 오전, 소한(小寒) 추위 이름값이라도 하듯이 아침부터 바람이 매섭다. 유리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하하호호웃음소리가 유쾌한 지혜수선’. 문을 열고 들어서니 공기가 훈훈하다. 작은 난로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에 대여섯명 중년 여성들의 활기가 더해진 온기다.

 

서로 알고 지낸지 십 수 년은 된 이들은 모두 역참로에 사는 이웃들이다. 이물 없이 지낸 세월이 이들의 친숙함에서 여과 없이 드러난다. 지혜수선은 이들의 오랜 사랑방이다. 주인장은 코끝에 걸친 안경 너머로 재봉틀을 돌리고, 친구들은 그 옆을 둘러싸고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가 서울로 치면, 명동이야. 삼례의 명동이었지.”

옛 골목 이야기가 시작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억 속 추억이 하나둘 풀어진다. 갓 시집온 새댁의 모습으로, 시장 구경을 하던 아이 모습으로 돌아간다.

 

옛날에 저 옆이 생선골목이었고, 이 앞이 채소 골목이었어. 저 뒤쪽엔 기생집도 있었지. 금성당이랑 동아당 술집도 있고.”(문순자·64)

나 시집 올 때 만해도 여기가 시장 입구였어. 우리 시부모님이 생선가게를 했었거든. 장사가 아주 잘됐지. 그땐 여기가 상설시장이었고 장날에는 저 앞(지금 신시장)으로 나가곤 했었어.”(최민애·56)

시아버지가 만물장사였어. 지금으론 슈퍼마켓이지. 중앙상회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어. 돈 버는데 쉴 시간이 없었지. 하루 장 서면 돈 세면서 주무셨대. 꼬깃꼬깃한 돈 펴가면서 세려면 시간이 솔찬히 걸렸을거야. 소다, 밀가루 등 다 팔았어. 그땐.”(조성아·65)

 

과거 삼례의 중심에서 이젠 시장의 뒷골목으로 변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많은 변화가 없었다. 그 골목에서 장사를 하던 사람들은 그 자리에 집을 짓고 산다. 20살 때 시집왔던 어여쁜 새색시는 60세를 넘긴 중년이 됐다. 그 자리에서 그대로.

 

이 도로에는 옛날 집이 많이 남아있어. 내가 여기서 산지 40년 됐는데 그때 그 집이 그대로 있어.”(문순자·64)

예전에 장사하고 살았던 어르신들도 다 그대로 살아. 이곳은 변화가 별로 없어. 삼례라는 곳 자체가 많은 변화가 없는 것 같아. 우석대학교 들어온 거 빼고는 뭐 변한 게 없어.“(권우솜·62)

이 거리에 백양 여인숙이라고 있었어. 그때 삼례에 여인숙이 그거 하나밖에 없었대. 우석대 학생들 다 거기로 갔었어. 방 하나에 그 많은 학생들이 다 엉켜 자고 말도 못혀. 그때가 나 시집 왔을 때니까 29살 때. 89년 정도 됐나보네.”(최민애·56)

 

 

 

 

인연을 맺어온 지 십수년에서 수십년에 이르기까지, 동네 이웃에서 이제는 절친한 친구가 됐다.

 

여기가 시장 골목이 맞아. 아직도 시골의 정이 살아있거든. 오래된 골목이지만 이웃들끼리 서로 어울려 살고 대화도 많이 해.”(권우솜·62)

오전 11시만 되면 여기로 모이는 게 우리 일이야. 재미나. 모여서 한바탕 웃고 떠들면 스트레스가 뭣이 있어.”(최민애·56)

우리는 여기에 추억이 있어. 이 사람들 다 추억을 같이 한 사람들이야. 옛날 생각하면 그땐 낭만이 있었어.”(조성아·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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