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현장] 이상기후로 곶감농사 망친 동상 산천마을 가보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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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완두콩 | 작성일 | 2015-12-16 |
첨부파일 | IMG_0677.jpg | ||
“나이 칠십 넘게 살면서 이렇게 처참한 곶감은 처음이에요.”
12월 초 동상면 산천마을. 곶감으로 유명한 동상면에는 12월로 넘어가는 이맘때쯤 곶감을 사러오는 사람 들로 북적이기 마련이지만, 이날 찾은 마을은 여느 때와 달리 적막함 그 자체였다. 지난 11월 내내 '가을장 마'와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곶감이 무르고 곰팡이가 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산천마을에 사는 조주환(76)·김옥심(70) 부부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부부는 올해 감나무 3~4동(1동은 약 10,000개를 의미)을 수확했지만 성한 것이 하나 없다. “이 마을서 나고 자라 여태껏 감 농사를 지었지만 이 나이 먹도록 이런 피해는 처음이에요. 절반 정도 감이 섞은 해는 있었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건조기를 이용해 감을 건조시킨 농가들은 사정이 그나마 괜찮지만 조씨 부부처럼 자연건조를 했던 농가들 의 피해는 비슷하다. 기온의 편차가 심하지 않고 습한 날이 계속되면서 곶감이 물러 내려앉고 곰팡이균이 생식을 해 거뭇거뭇한 색깔을 띠게 된 것이다. 봄부터 거름을 주고 제초 작업을 하며 사계절을 애지중지 키웠던 감이었기에 피해 농가들의 속상함은 더욱 크다. “성난 놈 하나 없이 다 ‘탕’ 났어요. 저 곶감들 다 따서 버려야 하는데 허리가 아파서 그것도 못하고 있어 요. 서울서 아들이 내려오면 저거 다 버려야죠.”
덕장 감고리에 매달린 새까맣게 곰팡이가 난 감을 바라보는 부부의 표정은 망연자실했다. 천재지변을 어찌 할 수 있겠냐며 마음을 비워야겠다고 한숨을 쉬는 부부. “우린 감을 11월 전에 깎았어요. 좀 더 일찍 깎은 건 괜찮으려나 했는데 그것마저도 다 ‘탕’이 났더라고요. 이 동네에서 자연건조 시킨 3~4집은 다 피해를 봤죠.”
이 같은 피해는 동상면 뿐만 아니다. 고산면에 거주하는 노재석씨도 피해는 비슷하다. 귀농 후 올해로 17 년째 곶감 농사를 지어온 노씨도 올해와 같은 상황은 처음이다. 그는 “올해는 곶감생산 농가들에게는 죽음으로 기억되는 해 인듯하다. 귀농 이후 매년 곶감을 생산해왔는 데 올해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곶감이 좋질 않다”며 “곶감을 기다리는 오랜 고객들과의 약속을 지 켜야하기 때문에 다음 주부터 다시 곶감 깎기를 시작할 계획이다. 또다시 동해를 입어 곶감을 버릴까 우려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