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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이 없는 곳, 유상마을] 오씨들이 모여사는 넘이 없는 마을 2015-12-16

[넘이 없는 곳, 유상마을] 오씨들이 모여사는 넘이 없는 마을

"넘이 없어서 좋은 점은 있어도 안 좋은 점은 없지"

점심도 같이...언제나 함께 하니깐 좋제~

 

소양면에서 상관면으로 넘어가는 길목, 이곳에는 유상(柳上)마을이 있다. 다른 마을과 달리 하우스 농사를 많이 짓지 않아 겨울이 되면 유독 조용하다. 12월 초입, 마을은 겨울을 지나는 중요한 관문인 김장으로 떠들썩했다.

 

동서지간으로 만나 60여년 오손도손

 

유상마을은 오씨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오씨 집성촌이다. 다시 말해 이 마을은 이 없다. 가까운 일촌에서, 멀게는 구촌까지 모두가 한 식구다.

 

마을에는 타씨성을 가진 가구가 사는 웃유상마을까지 포함해 모두 22가구가 산다. 이중 남자 어르신은 다섯 분, 나머지는 모두 여자 어르신이다. 나이가 드신 어르신들은 돌아가시고, 젊은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다 보니 마을은 7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 대다수다.

이 마을에 넘이 있간. 다 가족이니께 여물없이 지내는거지.” (이금춘·74)

전주에서 온 형님과 용진 구억리에서 온 동서인 차명순·소무순 할머니는 이 마을에서 만나 60여년을 친구처럼 지내왔다.

내가 촌수로는 형님이긴 해도 나이가 더 적어. 그래서 동서에게 여사님이라고 부르지. 동서는 나한테 이라고 부르고.”(차명순·84)

서로 듣기 좋게 부르니까 얼매나 좋아. 우리는 마음이 잘 맞아서 생전 입다툼 같은 건 안 해봤어. 어디갈람 서로 불러서 같이 가지.”(소무순·88)

마을 사람들은 말한다. ‘넘이 없어서 좋은 점은 있어도 안 좋은 점은 없다.

 

 

유상마을은 오씨 일가들이 지붕을 나란히 이웃을 이루고 있다. 칠순이 넘은 고령이 많은 유상마을은 요즘 점심 때면 어르신들이 함께 밥상머리에 둘러 앉는다. 

 

유상마을의 겨울은 김장이 가장 큰 일

 

철쭉을 재배하는 몇 가구를 제외하고는 하우스 농사를 짓는 사람이 없다보니 유상마을은 겨울이 되면 고요해진다. 이 고요함을 깨는 유일한 일이 바로 김장’.

마을의 가장 젊은 이장댁 곽순애(52)씨도 집 거실에서 김장 중이었다.

동네 어르신들이 다 집안 어르신이시죠. 오늘 내일은 김장하느라 다들 바빠요.”(곽순애·52)

 

 

오태원 이장댁 김장날, 부인 곽연희씨가 남편에게 막 담은 김장김치를 입에 넣어주고 있다.  

 

할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이 마을에서 사셨다는 오진 할아버지 댁에도 김장을 위해 자식, 사위까지 다 모였다. 할아버지는 아궁이에서 김장에 쓸 풀죽을 끓이고 계셨다. 무를 다듬는 사위의 손놀림이 김장을 한두해 해본 솜씨가 아니다.

 

김장 할 때는 온 식구들이 다 모이죠. 마을에 아내 가족들이 모여 사니 마을에 오면 마음이 편해요.” (사위 임우철·45)

마을에 효자비가 세워져있어서 그런가, 이 마을 자녀들은 다 효자에요. 김장하면 다 와서 도와주고.”(오건·77)

 

 

아들, 딸, 사위까지 다 같이 모여 김장하는 오진 어르신댁. 오진 어르신은 자녀들에게 줄 군고구마를 굽고 계셨다.

 

나락 농사에 삼 농사까지, 지긋지긋하게 일 많던 옛날

 

여기로 시집오니, 이런 악사시런 세상이 없드만.”

이서훈(84) 할머니는 과거를 회상하며 혀를 내두른다. 저녁에도 일 하느라 잠을 못 잤었던 기억이다. 마을에서는 삼 농사, 나락 농사, 담배 농사를 했고 소도 키웠다.

 

옛날에 일을 지긋지긋하게 많이 했어. 그땐 시계가 있었간? 시장이라도 갈라치면 닭 울음 소리에 깨서 전주 남부시장까지 걸어갔어. 밭곡식 머리에 이고 가서 물건으로 바꿔 왔지.”(최순이 ·85)

 

자동차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 마을에서 면소재지로 나가려면 도랑을 4번 건너야했다.

그땐 지금처럼 길이 좋들 안했어. 자갈밭에, 비포장길에, 면소재지까지 갈람 도랑을 4번씩 건너야했어. 우리 자식새끼들은 학교 갈라면 도랑을 7번 건넜지. 비오고 물지면 나가도 못했어 .”(차명순·84)

 

한참을 옛날 이야기에 빠져있던 할머니들이 서로를 보며 한 마디씩 한다.

우리 그때 참 욕 봤어.”

 

 

과거, 마을에 버드나무가 많아서 지어진 이름인 유상마을. 마을에 점차 길을 내면서 버드나무는 하나둘 사라졌지만 정 많은 가족들은 여전히 마을에 남아있다. '넘이 없는' 사이좋은 식구들. 이곳에는 정이 넘치는 오씨 가족들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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