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이 없는 곳, 유상마을] 마을 최고령 오윤권-차명순 부부201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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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도 그땐 애기처럼 이뻤어"
중매로 만나 60여년 사이좋게
이젠 오누이 같아
일곱 남매 속썩인 자식 하나 없어
유상마을 어귀에서 왼쪽 편으로 향하면 마을의 유일한 돌담길이 있다. 그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면 막바지 길에서 녹색 대문의 집을 만난다. 그곳이 이 마을 최고령 어르신 오윤권(91)-차명순(84) 부부의 집이다.
부부 집 앞 마당에는 상추, 양파를 조금씩 심어놓은 욕심 없는 작은 텃밭이 있다. 할머니는 정돈도 안 된 집을 낯선 이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럽다.
“지저분한 집을 뭘 자꾸 사진을 찍었싸. 그만 찍고 집에 들어와.”
백발의 노부부는 불쑥 찾아온 낯선 객에게 자신들이 덮고 있던 노란 꽃무늬 이불을 선뜻 나눠 주신다.
“추운 게 어여 이 이불 속으로 들어와. 거보다 여가 더 따뜻혀.”
오 할아버지가 31살, 차 할머니가 24살적, 둘은 중매로 만났다. 부부가 된지 올해로 딱 60년.
어제의 일도 깜박깜박 한다지만 부부는 서로의 첫 만남을 기억한다.
“기억이 왜 안나. 중매쟁이가 어찌나 사람 좋다고 풍당을 떨던지. 나보다 울 엄마가 이 양반을 더 이쁘게 봤어.”
“맴에 드니까 이제껏 평생 살았지. 지금이야 늙었지 이 사람도 그땐 애기처럼 이뻤어.”
60년 전 ‘애기처럼 이뻤던’ 서로를 떠올리자 부부는 슬며시 웃음이 난다.
“안사람 집이 전주여. 처갓집 마당서 식을 올리고 버스타고 지금 이 집으로 왔지. 그땐 버스가 귀했던 시절이야.”
차 할머니가 ‘귀한’ 버스를 타고 도착한 유상마을은 나락농사를 짓던 곳이었다. 부부도 마을에서 나락농사를 지었다.
“시동생들이랑 여서 나락 농사를 지었어. 근데 농사 짓는다고 해도 쌀밥 한 그릇 마음껏 먹을 수 있었간. 그땐 흉년이 잦아 전부다 보리밥 먹고 살았지.”
슬하에 딸 넷, 아들 셋을 둔 부부. 부부는 겸손하다. 자식 자랑 한번 할 법 한데 그저 ‘속은 안 썩이는
효자들’이라며 미소진다.
“마을에 효자들이 많아. 우리 아이들도 지들끼리 서로 싸우들 안드라고. 평생 속 한번 안 썩였어. 그게 우리 부부 복이여. 평생을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어.”
인사를 하고 추운 바람이 들어갈까 급히 닫으려는 여닫이 문을 사이에 두고 오 할아버지가 양손을
흔드신다. 그 모습과 웃음이 아이처럼 해맑으시다.
“건강들혀. 건강이 최고야. 알것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