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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동 사람들] 만수동 터주대감 김선봉-오정례 부부2015-10-06

[만수동 사람들] 만수동 터주대감 김선봉-오정례 부부

▲ 만수동에서 가장 오래 산 터주대감 김선봉-오정례 부부.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참 닮은 부부다.

 

"뭣이 닮어, 하나도 안 닮았어"

만수동 터주대감 김선봉-오정례 부부

오빠 소개로 만나 한평생

"첫인상이 난 좋았어. 아저씬 어쨌나 모르겠지만..."

 

 

집안에 들어서자 구수한 둥굴레 볶는 냄새가 정겹다. 아내는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남편은 마당에 들어선 낯선 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이들은 참, 경계심이 없다. 낯선 사람도 반겨준다.

 

▲ 오정례 할머니가 부엌에서 둥굴레를 볶고 있다.

 


김선봉(84)-오정례(81) 부부는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 산 만수동 터줏대감이다. 김 할아버지는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고, 아내 오 할머니는 익산 왕궁에서 트럭을 타고 구불구불한 산골 마을로 왔다. 할머니의 친오빠가 만수동에 살았는데 오빠가 중신을 섰단다. 오 할머니는 남편의 첫 인상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좋았지. 아저씨는 좋았나 모르겠지만 나는 좋았어. 그래서 결혼했지.”


수줍음을 탔던 어린 두 남녀는 결혼을 했고, 슬하에 1남5녀를 뒀다. 딸들은 서울, 광주, 군산 등 전국에

살고 있지만 하나 뿐인 아들은 10여 년 전 이 마을로 돌아왔다. 70대 이상의 어르신들만 있는 마을에

김 할아버지 부부 아들이 동네의 막내가 됐다.
“우리 아들 나이가 55살인데, 이 마을에서는 제일 젊어. 이렇게 살기 좋은 동네를 두고 어디를 가냐며

이리 왔어. 옆에 있으니 좋지. 우리는 늙어서 못하는 농사 일 같은 것도 척척 도와주고.”


같이 나이를 먹어온 이웃 중 누군가는 세상을 떠났고, 누군가는 타지로 떠났다. 힘든 일도 많았고, 그런

만큼 좋은 일도 많았다. 그래서 인지, 부부는 무척 닮았다. 닮으셨다는 말에 할머니는 소녀처럼 부끄럽다.
“뭣이 닮어. 안 닮았어.”


지나왔던 세월을 생각하면 참으로 곤곤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 하면 많이 좋아졌다. 앞으로는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옛날 생각하면 참 우리도 기구하게 살았어. 익지도 않은 보리를 쪄서 비벼서 먹고. 지금은 다 잘 사는

거여. 거지도 잘 살아. 근데 말이여 그 고생은 젊을 때 해서 괜찮아. 앞으로 더 잘 살면 되는 거여.”


만수동에서 오래 살아온, 서로를 꼭 닮은 부부. 사람에 대한 경계심보다 반가움이 있는 소박한 마음.

욕심내지 않고 평생을 살아온 그 마음이 조용하고 따뜻한 마을의 인상과 참으로 닮았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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