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동 사람들] 자식 열 명을 둔 최병남 어르신 부부201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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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한 지 50년이 넘은 최병남-유양순 부부는 애정 표현이 스스럼없다. 열남매를 낳고 잘 키워낸 비결을 알 수 있다.
"가만있자, 손주가 몇이지? 숫자도 모르것네"
자식 열 명을 둔 최병남 어르신 부부
명절 때 모이면 방이건 마루건 꽉 차
"그래도 우리집에 숟가락은 안 부족혀"
이 마을서 나고 자란 23살 청년 최씨와 삼례에서 트럭 타고 만수동으로 시집온 21살 유씨. 두 남녀가 만나 10남매를 낳고 이제는 20여 명의 손주를 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됐다.
자식을 많이 두셨어요. 원래 자식 욕심이 많으셨어요?
- 최병남(77) 할아버지: 원래는 아들 낳으려고 낳기 시작했는데 낳다보니 열이나 뒀어. 아버지가 형제가 없이 독신이셨는데 고생 많이 하셨거든. 우리 어머니가 여섯째 아들 낳고서도 더 낳으랬지.
- 유양순(75.여) 할머니: 여섯째 때 아들이 태어나서 오히려 이상했어. 딸이 나와야는데 왜 아들이 나왔나 싶었지(웃음).
10남매 키우시려면 힘드셨겠어요.
- 최병남: 가난해서 고등교육밖에 못 시켰지. 우리 애들이 한창 클 때는 한 달에 쌀 두 가마(한 가마가 90kg)씩 해치우고 그랬어. 밥만 차려주면 아까 먹었던 애들도 숟가락 들고 댐벼.
- 유양순: 뭐 반찬 해줄게 있나. 김치하고 계란후라이를 많이 해줬지. 근데도 우리 애들은 반찬 투정 한번 안혔어. 키울 땐 힘들었어도 지금 다 서로한테 잘혀.
할아버지(남편)는 엄하셨을 거 같아요.
- 유양순: 남편은 아들딸 예뻐해도 한번을 안아주질 않았어. 근디 나보다도 남편보다도 애들을 더 이뻐한 게 우리 시어머니여. 손녀건 손자건 기냥 다 업고 키우셨지.
- 최병남: 애들 싸우는 꼴을 내 성격에 볼 수 있나. 그래서 엄하게 키웠어. 우리 어머니는 증손자까지 보고 가셨어. 자식들을 참 이뻐하셨어.
명절 때 온 가족이 모이면 집이 비좁으시겠어요.
- 최병남: 가만있자, 손주가 몇 명이지. 숫자도 모르것네. 한 20명 되나. 우리 집이 방이 3개인데, 명절 때 다 모이면 방이건 마루건 꽉꽉 채워서 자.
- 유양순: 명절 되면 난리여. 그래도 다 와도 우리집에 숟가락은 안 부족혀.
자식들에게 바라는 점 있으세요?
- 유양순: 바라는 점? 없어. 우리는 아직 증손자 욕심 같은 것도 없어. 즈들이 다 알아서 하것지. 오히려 우리 아들딸들이 즈들 할머니, 할아버지 되기 싫다고 그러대?
- 최병남: 우리 애들은 우애가 좋아. 윗 누나들이 아래 동생 챙기고. 명절 아니어도 지들끼리 모여 집에 와서 농사일 돕지. 직장 잘 다니고 건강하게만 지냈음 좋겠어.
‘금술이 좋으신 거 같아요’라는 질문에 노부부가 답한다.
“사이가 좋응게 이래 살았지.“
여전히 스스럼없이 서로의 손을 맞잡고 팔짱을 끼는 다정한 부부이기에 ‘이토록 어여쁘고 착한 아이들’을 낳고 키워낸 것은 아닐까. 이 노부부의 농익은 사랑을 자식들도, 손주들도 어여쁘게 닮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