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없이는 못살아] 애마 ‘로빈’ 타고 소밥 주러 다니는 사나이201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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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에서 농기계 수리점을 운영하는 최형규씨가 비봉에 있는 축사에 소밥을 주기 위해 말을 달리고 있다.
애마 ‘로빈’ 타고 소밥 주러 다니는 사나이
◇ 마서방 최형규씨
매일 8km를 차대신 말로 이동
“말은 영리한 동물, 친구 같아”
화산에서 농기계 수리점을 운영하는 최형규(50. 비봉면)씨는 말에 푹 빠진 사나이다. 아침저녁 소밥을 주기위해 왕복 4km 남짓을 말을 타고 오간다. 분명 말에 미친 사람이다. 그는 “말처럼 사람과 교감하는 동물은 없다. 말은 취미 이상의 가족이고 친구”라고 말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말을 타기 시작한 최형규씨. 그는 이젠 말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말을 사랑하게 됐다. 애마 '로빈'의 등에 안장을 얹고 있다.
최씨를 만난 사람이라면 그가 남다르다는 걸 눈치 챌 수 있다. 그는 아침과 저녁, 하루에 두 차례 소밥을 챙기는데 그때마다 빠르고 편안한 자동차 대신 애마 ‘로빈’을 타고 집을 나선다. 축사까지의 거리는 왕복 4km. 하루 두 차례니 매일 8km 가량 말을 타는 셈이다.
“날씨가 궂거나 아주 급할 때는 차를 타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말을 타고 갔다 오는 편이에요. 소밥을 주고 시간이 되면 원형마당에서 운동을 합니다.”
최씨는 2009년 처음 말을 구입했다. 말에 관심을 가진 건 건강을 위해 이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시작한 승마가 벌써 6년이 흘렀고 1필에서 시작한 말은 지금 6필로 늘었다.
“처음에는 많이 떨어졌어요. 승마장에서 기초 자세를 배워 집에서 꾸준히 연습 했어요. 말을 계속해서 타다보니 살이 찌지 않고 체형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몸속 노폐물도 잘 빠져나가는 기분이고요.”
그의 말들은 로빈, 로체, 점박이, 선, 태풍이, 태양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그 이름만큼 성격도 다양한데 그 중 가장 많이 타는 녀석은 ‘로빈’이다. 말마다 성격, 습성이 다 다른데 최씨와 가장 잘 맞는 녀석이 바로 로빈.
최 씨는 “어느 놈 하나 애착이 가지 않는 말이 없다. 한 녀석이라도 아프거나 다치기라도 하면 밤에 잠을 못잔다”고 말했다. 그는 “말을 탈 때는 말과의 교감이 가장 중요하다. 말은 주인 목소리를 알아들을 만큼 영리한 동물”이라고 덧붙였다.
교감으로 이어진 관계. 그야 말로 가족이고 친구인 것이다. 그런 그가 말을 키우면서 두 마리를 잃었을 때 그 심정은 어땠을까.
그는 “사람들이 가족처럼 애지중지하던 애완견을 키우다 잃어버리면 슬프다고 하지 않는가. 딱 그 심정 아닐까 싶다. 그때 심정이야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 이었다”고 회상했다.
평상시에는 소밥을 주러 갈 때만 말을 타곤 하지만, 가을에는 빈 논을 달리기도 하고 산악길을 오르기도 한다.
“가을에는 나락이 없으니 가끔 논에서 말을 타곤 합니다.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말을 타는 사람 모임인 ‘전북한라마승마클럽’ 회원들과 함께 산악 외승길 등을 가기도 하고요.”
시골에 말을 타고 소밥을 주러 다니는 사나이라니. 그를 유별나게 쳐다보는 사람도 많다.
그는 “신기하게 보는 사람도 있고, 말 배설물이 나오겠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처음엔 아내도 무슨 말이냐고 만류하다 이제는 오히려 말을 좋아하게 됐다. 조만간 아내도 말을 배우려고 준비 중”이라며 웃었다.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한동안은 말을 타고 소밥을 주러 다닐 최씨. 길을 가다 아침저녁으로 말을 탄 누군가를 만난다면 말을 건네 보는 건 어떨까. 당신이 바로 말 사랑이 유별나다는 ‘비봉면의 말 사나이 최씨’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