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기획특집

[또 하나의 가족] 생활관리사-희망지기 터놓고 말하다2015-03-16

[또 하나의 가족] 생활관리사-희망지기 터놓고 말하다

완주군 생활관리사 홍순녀, 손미란, 안미옥씨

 

“문전박대 다반사, 그래도 보람 더 커”

 

완주군 2015 생활관리사-희망지기 터놓고 말하다

 

홀로 사는 노인 등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하는 이들이 생활관리사와 희망지기다. 완주군에는 생활관리사 34명, 희망지기 49명이 활동 중이다. 이중 희망지기 안미옥, 손미란씨와 생활관리사와 희망지기를 병행하고 있는 홍순녀씨를 초대해 지역 취약계층 상황과 현장의 고충을 들어봤다.

왜 이 일을 하나
●안미옥(54·삼례읍·희망지기)=삼례읍사무소 직원이 소개해줘 시작하게 됐다. 대명아파트를 맡았다. 500세대 정도 된다. 경제적 이유보다는 봉사활동이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홍순녀(65·구이면·생활관리사/희망지기)=서울서 살았는데 나이 먹고 은퇴하면 이런 일 하고 싶었다. 남편 직장 때문에 내려왔는데 군청에서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돌보는 일을 알게 됐다. 사실, 노년에 혼자서라도 이런 일을 하려고 했는데 기회가 주어졌다.
●손미란(47·봉동읍·희망지기)=성격이 외향적이다. 어떻게 하면 이웃과 함께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차에 희망지기 선발소식을 알았다. 게다가 희망지기 이름이 너무 예쁘더라. 보니깐 어려운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신청했다.

어떻게 활동하나

●안미옥= 맡고 있는 지역이 삼례 대명아파트여서 집에서 걸어서 다닌다. 일요일과 월요일만 빼고 거의 아파트를 다니면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홍순녀= 독거노인생활관리사가 하는 일은 서비스 연계, 생활교육, 안전 확인 등 3가지다.  어렵고 힘든 분에게 행정 및 민간의 관련 서비스를 이어주는 것이다. 생활교육은 말 그대로 어르신들이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상황에 맞는 교육을 해드리는 일이다. 안전 확인은 1주일에 한 차례 방문, 2회 이상 전화하기 등이다. 잘 계시는지, 생활이 어떤지, 고민은 없는지. 치매나 우울증이 없는지 관찰한다. 쉽게 말해 대상 어르신의 모든 생활을 관리하는 것이다.
●손미란= 봉동 용암리 제내리를 방문해서 서비스 대상을 발굴하고 있다. 처음에는 잘 모르고 날마다 돌아다녔다. 그런데 어려웠다. 농사철에는 사람이 없어서 허탕을 쳤다. 어르신들 집안 이야기도 안 해줬다. 무작정 경로회관 찾아가서 군청 명찰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시작한 적도 많다.

생활관리사는 대개 몇 분 정도 관리하나

●홍순녀= 나 같은 경우는 하루 5명 정도 찾아뵙고 있다. 일주일에 한 차례씩으로 모두 26명을 맡고 있다. 대개 20여명 안팎이다.

희망지기의 주된 역할은 사회복지대상자를 발굴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몇 분정도 발굴했나

●안미옥= 맡고 있는 아파트가 500세대인데 가가호호 방문을 통해 현재 20가정의 사례를 발굴 했다. 그 중 3가정이 각종 서비스 도움을 받고 있다. 또 학생 3명에게 신협에서 주는 장학금을 연결해줬다. 청년 한 명에게는 아르바이트를 추천해줬다.
●손미란= 맡은 지역에서 10명 이상을 찾았는데 1~2명 혜택 받고 있는 걸로 안다. 직접적으로 혜택 받는 분은 적지만 다른 서비스를 연계해줄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

현장 상황이나 반응은 어떤가

●안미옥= 다녀보면 화내는 사람들도 많다. 정부에게 화낼 일을 나에게 내는 경우가 있다. 젊은 사람들은 집이 정리되지 않아서 문 안 열어주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면 사람 기분이나 느낌을 빨리 파악해서 대한다.
●홍순녀= 어르신들이 너무 외로워하신다. 친정어머니가 딸을 맞는 것처럼 반가워 해주신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남에게 위로가 된다는 자체가 행복이다. 친정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효도를 못했는데 다른 분들을 내 어머니처럼 모시면 위로가 될 것 같아서 그런 마음가짐으로 한다.
●손미란= 젊은 사람은 없고 어르신 홀로 사는 분들이 많은데 참 안타깝다. 희망지기 일을 통해 초고령 사회를 실감하고 복지에 눈을 떴다. 젊은 사람들은 다 나가고 몸이 불편하고 몸을 못 쓰는 분들은 방치되고 있다. 어르신들은 굉장히 좋아 하시지만 젊은 사람들은 외면하는 경우도 있고 문전박대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상관없다. 왜 귀찮게 하냐’는 식이다. 홍보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전박대 당할 때는 힘들지만 그래도 보람을 느낄 때가 많다.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홍순녀= 장갑 도둑으로 몰린 적이 있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명해도 군청에 민원 넣고 하루 20통씩 전화를 하셨다. 그때 지혜를 얻었다. 이런 분들을 돌보기 위해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릎덮개, 김치 등을 전하고 사랑으로 감쌌다. 그 뒤로는 죄받을 짓을 했다고 후회하셨다. 또 용돈을 주는 할머니도 있었다. 그분은 기초노령연금이 전부였는데 거기서 1만원을 주시는 것이었다. 그 분은 기름이 떨어져 불도 못 때는 분이었다. 면사무소 가서 말했더니 대상이 되지 않았다. 민간기관의 도움을 연계해 기름을 넣어드렸더니 정말 좋아하셨다. 그리고는 남는 것을 다른 분에게 나눠주셨다.
●안미옥= 방문해보면 경제문제 외에도 다양한 고민이 있다. 다문화가정 같은 경우는 남편과의 갈등, 시어머니와의 어려움 등이 있다. 대부분 상담사와 연결해 준다. 또 다니다보면 조손가정이 있는데 손자를 똑똑하게 키웠다고 칭찬하고 적은 용돈이라도 손자에게 쥐어주면 할머니는 음식물을 안겨주신다. 그러면 그 음식을 다른 집에 가서 나눠먹고 그런 식으로 정이 쌓인다.
●손미란= 경로회관 가서 조사표를 작성했는데 서울에서 내려온 분이 이야기를 안 붙여줘서 들어보니 ‘이런 거 조사만 해가면 뭐하냐’고 시큰둥해 했다. 도움주려고 왔다고 설명한 뒤 밤늦게 방문해서 가족상황을 듣고 치매노인 조카, 실직자 등 3가정을 한꺼번에 발굴한 적이 있다.

관련 기관과의 업무협조는 잘 되는 편인가

●안미옥= 굉장히 잘 된다. 특별히 전국 최초 시범사업이라서 그런 것 같다.
●손미란= 읍사무소, 군청에서 협조를 많이 해주고 있다. 복지가 이렇게 방대하고 다양한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지 몰랐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활동하다보면 어려운 점도 많을 것 같다
●안미옥= 처음에 어려웠다. 아파트는 참 삭막하다. 장사치 취급 등은 예사였다. 좋은 일만 있으면 봉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홍순녀=집집이 가면 다 뒤져봐야 하는데 집이 비어 있을 때는 참 조심스럽다. 도둑으로 몰린 경우도 있으니.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다. 만약 해당 어르신이 어딘가에 쓰러져 계시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나 다른 분들, 혹은 서비스대상자 분들의 가족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안미옥=정부에서 하는 일이라 신분증까지 보여줘도 못 믿는 분들이 있다. 주민증까지 내놓으라고 한다. 군청에서 하는 사업이라고 하면 믿고 잘 좀 따라주면 고맙겠다.
●홍순녀= 완주군청 담당자 업무가 너무 많다. 우리 생활관리사 관리도 힘들 텐데 행정적인 것도 많은 것 같다.
●손미란= 경로회관 등에서 사람 만날 때 혼자 다니니 잘 안 믿는다. 부녀회장 등에게 동행해달라고 하는데 둘씩 다니면 좋겠다. 매번 같이 갈 수 없어서 나름대로 이장, 부녀회장, 읍사무소 직원 대동하고 가는데 한계가 있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또 하나의 가족] 어느 생활관리사의 하루
다음글
[또 하나의 가족] 취약계층 돕는 후원자들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